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에 있어 제조물 책임 적용 가능성

제 1편 다수 담배 제조사  피고 특정 문제에 관하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6기

김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7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5월 15일, 4차 변론이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담배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담배 제조사에 제조물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담배 제조업자가 다수인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무엇일지와 관련하여 의료법적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이야기는 담배 소송과 관련한 의료법적 쟁점 중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립되지 않은 제조물 책임과 관련한 외국의 이론 및 판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그 하나로 ‘택일적 책임이론’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특정한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책임을 제기하는 근거 중의 하나는 제조물 책임 중의 하나인 ‘표시상의 결함’입니다.

표시상의 결함이라 함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합니다.(정용수, 「제조물 책임법상의 면책사유에 대한 일고찰」, 소비자 문제 연구, 제 37호, 한국소비자 보호원 2010. 6면.)

택일적 책임이론은 손해의 발생에 기여한 위험은 밝혀졌으나 이 위험을 제조하는 회사가 많은 경우 어느 회사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와 관련한 이론입니다. 1980년, 미국제조물책임법의 급진적인 발전분야의 하나인 산업 책임과 관련하여 여러 판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첫 사례는 Sindell v. Abbott Laboratories 사건으로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Sindell v. Abbott Laboratories, 163 Cal.Rptr.132,607 P.2d 924(1980).)

Sindell 사건은 diethylstilbestrol(이하 DES)라는 합성 에스트로겐 약품에 관한 것으로 이 약품은 미국에서 대략 200만 내지 300만의 임상부가 유산을 막기 위하여 복용한 것으로 이를 투여한 임산부의 딸들에게 0.1~0.4%의 암을 발병시킵니다. 원고인 Sindell 이 자신의 어머니가 복용한 DES에 의하여 암에 걸리자 주요 제조자들 중 다섯을 상대로 제소를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투여한 DES를 어떤 회사가 생산했는지를 증명할 수 없었으므로 청구를 기각 당하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피고로 내세우는 법 이론을 세울 때 위의 사례가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당시 원고가 주장하였던 택일적 책임이론의 법리는 Summers v. Tice 판결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David DeBusschere/Robert Heft, 양창수 역, 「미국의 제조물 책임법」, 저스티스, 1994, 48면.) 그러나 Summers v. Tice 판결에서 적용되었던 택일적 책임이론의 경우 두 사냥꾼이 동시에 발사한 총알로 인하여 발생한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 귀속의 법리였기 때문에 DES소송에 바로 적용되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제조사를 확실히 지정하지 않는 한 수 백 개 의 제조사 중에 Sindell 의 어머니가 복용한 약을 만든 회사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택일적 책임이론을 캘리포니아 대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Sindell 의 어머니가 투약한 DES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담배 소송의 경우 담배를 제조, 배포하는 업체가 비교적 단일화 되어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택일적 책임이론을 적용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사냥꾼이 동시에 발사한 총알이 다섯 개가 있다고 할 때, 그 총알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유발하는지와 사회적 다수가 그 대상이었는지 등에 관한 정밀한 통계자료가 있다면 담배 소송에서 특정 담배 회사의 피고적격이 성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는지에 관한 표시상의 결함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 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회 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3.09.05. 선고 2002다17333 판결 참조.)

우리의 경우 표시상의 결함이 있는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식의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판결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논리와 택일적 책임이론은 일면 부합하는 측면이 있으며, 제조물의 위험에 대한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 대한 입증에 있어 제조업자의 피고 적격이 더욱 구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에 있어 제조물 책임 적용 가능성”에 대한 1개의 생각

  1. 제가 즐겨 보는 legal drama 가운데 Law & Order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드라마에서는 “ballistics” 분석을 통하여 총알이 어떤 총에서 나온 것인지를 밝혀 내더군요.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면 Summers v. Tice 같은 판결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라질지도 모를 법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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