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형법 상 살인죄나 상해죄로 처벌받고, 주인이 있는 동물을 죽게 하면 이는 남의 소유물인 재물을 상하게 한 것이므로 손괴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없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어떻게 처벌받을까요? 이는 재산죄의 처벌영역은 이미 벗어난 것으로서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습니다. 그동안 주인 없는 길고양이를 데려다가 학대하거나, 죽이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그러한 학대 내용을 담은 자극적인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게재하는 행위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1년 넘는 기간에 걸쳐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잡아 비밀장소에서 잔인하게 도살하여 마리당 1만 5천원을 받고 건강원에 팔아온 A씨가 경찰에 적발되었습니다. 그는 현행법 상 어떠한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제1호),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제2호), 고의로 먹이를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죽게 하는 행위(제3호)를 금지하고, 동조 제2항에서는 도구, 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제1호). 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는 등의 행위(제2호), 도박, 유흥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제3호)를 금지하며 그 규율대상을 ‘누구든지’로 함으로 써 모든 사람을 수범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고양이가 무주물이므로 타인의 재산을 해하지 않아 형법 상 재산죄의 처벌대상은 되지 아니하지만 동물보호법 제8조 위반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인 형사 처벌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동법 제46조).
A씨는 비밀장소에서 고양이들을 도살하였으므로 제2호의 공개된 장소가 아님을 항변할 수도 있지만 A씨가 고양이들을 산채로 끓는 물에 넣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것에 의문이 없을 뿐 아니라(동법 동항 제1호), 고양이를 도살할 때 다른 고양이들이 보는 앞에서 죽였을 것이므로(동법 동항 제3호)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위반임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실질상 동물보호법 위반 처벌은 수십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에 불과하여 600여마리의 고양이를 도살한 A씨는 어림잡아 이미 1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것이므로 가벼운 처벌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가벼운 처벌은 ‘동물은 물건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기본 윤리의식에서 말미암은 문제입니다.
동물은 사람보다 열등한 존재이고 예외적으로만 보호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전(全)지구적으로 생각하였을 때, 먹이사슬의 하층부에 존재하는 식물이나 동물이 사라진다면 먹이사슬이 깨어지고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지만 상층부에 존재하며 소비에 주력하는 인간이 사라진다고 해서 자연생태계의 유지에 큰 영향이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과연 인간이 생태계의 중심적 존재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고,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처벌기준은 우월한 존재인 인간이 시혜적으로 동물의 보호를 꾀하는 인식수준에서 제정된 것에 불과해 보이는 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동물반려문화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동물보호법(7USC 2131-2157)과 Act(42USC 289d, 개정1985, Public raw)의 국가법이 강력한규제로 있어 미국은 동물학대에 대해 세계 최고수준의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개가 옆집 고양이를 물어죽였다면 우리나라 현행법 하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요? 관리 소홀이 인정된다면 기껏해야 고양이의 가격정도를 물어주고 관리 소홀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에서 고양이를 물어 죽인 개의 주인에게 4만 5천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Roemer v. Gray, case no. 45-914, 2005). 이는 고양이의 가격(450달러)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고양이의 몸값(3만 달러)와 고양이 주인의 정신적 피해 배상금(1만 5천달러)을 포함하는 액수입니다. 이에 더하여 개의 주인이 3주간 복역에 3개월 가택연금까지 받았던 판결의 내용을 보면 동물을 단순히 재산적 가치가 아니라 동등한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 동물복지의 기본 이념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현행법 실정상 이 정도까지의 규제는 아니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처벌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생명윤리인식의 진일보에 다가서는 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집에 출현하는 바퀴벌레를 잔인하게 눌러 죽이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낀 저로서는 순간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얼른 국가법령정보에 들어가서 동물보호법을 찾아보니 제2조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네요: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양서류·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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