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6기 김선미
지난 7월 28일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했습니다. 약 두 달 여 동안 메르스는 우리 사회·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 사태를 잊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됩니다. 메르스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공공성 부재와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나게 했으며 우리는 이를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메르스가 남긴 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했던 것은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었고, 보건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기능중복과 업무혼선 등 답답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감염병 관련 의료 인프라의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감염병 관리에 중추 역할을 해야 할 공공의료 부문이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부분에서마저도 감염에 취약한 간병문화, 대형병원 집중 현상, 의료자원의 지역불균형 등이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국내 빅5 대형병원에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음압격리병실이 없는 곳도 있었다는 것(음압격리병실이란, 기압 차를 이용해서 병실 내부의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기만 하도록 설계한 특수 병실입니다. 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의료인을 위한 방호복조차 제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 비정규직인 보조 인력에 대해서는 감염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이나 보호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현재 병원계는 적자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병원경영연구원에서 전국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메르스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수익 감소액는 6월 한 달 동안 입원수익은 20.0%, 외래수익은 23.2%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병원의 유형별로 6월 한달 간 수익 감소액은 상급종합병원 2069억원, 종합병원 2171억원 그리고 병원급은 2798억원으로, 전체 수익감소액은 7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두 달 이상 지속된 메르스로 인한 경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결국 의료가 국민의 건강관리와 질병예상을 위한 ‘복지’차원의 것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해내는 ‘산업’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을 때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1세기 인류를 위협할 아홉 가지 질병 중 하나로 슈퍼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을 꼽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국제화 시대에 국외에서 유입되는 전염병을 완전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세균들을 인간이 가진 힘과 능력으로는 완벽하게 걸러 낼 수가 없습니다. 메르스는 그 위세가 잦아들었지만 앞으로 전염성과 파괴력이 더 강하면서도 치료방법조차 없는 신종 전염병이 되풀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메르스 이후 더 센 전염병이 나타나기 전에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사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정부의 감염병 관련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앞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모든 것의 절대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역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의무이고, 정부는 제대로 대처했어야 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정부가 주도하여 신종감염병 ‘방역관리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겠고, 담당자들과 의료인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감염 초기에 엄정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확산 우려가 있을 때에는 병동 폐쇄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공공병상 수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바, OECD 영리병원 허용국가 공공병상 비율을 따져보더라도 18개국 평균이 77%인 것에 비하여 한국은 12%에 불과합니다.
공공의료원들이 줄어드는 이유로 경영난을 들 수 있는데, 공공의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이제는 달라져야합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늘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드러나지만 이러한 기류는 오래가지 못하고 또 다시 경영난 등의 이유로 공공의료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환자들의 치료는 대부분 민간 의료기관에 맡겨졌는데,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에도 허점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 예방에 드는 비용을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감당하게 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 예방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인데, 의료법 시행규칙 제46조에서는 의료기관 감염관리실에 관련 분야 경험과 지식이 있는 의사, 간호사, 해당 의료기관 장이 인정하는 사람 1명 이상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인력들은 감염관리실에 전담 근무해야 하고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보다 강화된 감염 관리가 이뤄지려면 전담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전문성도 키워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이를 위해선 또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개의 의료기관이 병원감염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기도록 비용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메르스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들이 많습니다. 각 병원을 집중적으로 옮겨 다닌 환자들의 조급증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다시 한 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지금과는 다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 의료진과 병원은 감염 실패 책임을 반성해야 하고, 정부는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통해 감염 관리 수준을 혁신하고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들도 보건당국 및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고 무분별적인 병원 방문을 지양하게 될 것입니다. 메르스 사태는 끝이 났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 혁신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응급실에 온갖 환자들이 모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감염관리본부 차원에서 변경해야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을 고치러 갔다가 얻어 오는 극명한 경우를 이번에 많이 보게 되었네요 사망하신 분들 너무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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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건을 교훈 삼아 감염관리가 효율적으로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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