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법학전문대학원
6기 강현주
최근 잠바브웨에서 국민 사자로 사랑받던 세실이 미국인 치과의사의 사냥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전세계적인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사건의 장본인인 미국인 의사는 후회하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사냥이라고 항변하였는데요. 이러한 합법화된 동물학대와 전통과의 충돌은 현대사회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일례로서 고래사냥금지법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국제포경규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regulation of Whaling, ICRW)에서는 개체수 보호와 환경보존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고래사냥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덴마크령 페로제도(Faeroe Island) 뵈우르 해변에서는 매년 7-8월인 이맘때 배를 타고 고래들을 해안가로 몬 뒤에 작살이나 칼로 마구잡이로 고래를 사냥합니다. 다소 잔혹해 보이는 이 행위는 그라인다드랍(grindadráp)축제의 일환으로 예로부터 고래고기가 섬 주민들의 주요단백질 섭취원이었던 전통에서 기인합니다. 물론 이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비난이 빗발치지만 자치정부인 페로 제도는 자신들이 EU의 고래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닌데다가 이 축제의 대상이 되는 들쇠고래는 개체수가 많아 멸종위험도 없다는 것을 내세워 축제를 계속할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행위만 보았을 때는 동물학대임이 명백하지만 전통과 문화가 연관되어 있을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신중히 생각해야할 문제입니다. 포획을 금지하는 가장 큰 논거는 개체수 보호일 것인데 개체수가 많은 경우 단순히 주관적인 불쾌감을 이유로 상대방의 오래된 문화자체를 부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개고기 식용문화 역시 그러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그라인다드랍 축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싱싱한 고래 고기와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물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래를 작살로 찍어 죽이는 방식으로 도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입니다. 전통문화적인 측면에서 고래고기 문화를 존중하더라도 그 방법론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제포경규제협약에 따라 국내 수산업법에 따라 인위적으로 고래를 잡은 행위를 3년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습니다(수산업법 제98조 제1항 제4호). 그러나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는 이른바 ‘혼획’에 대해서는 해양경비안전서가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해서 고래를 사고 파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포경금지 이후에도 제한적이나마 고래고기를 팔고 사먹을 수 있게 되어 울산고래축제가 1995년부터 해마다 장생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획 여부를 누가 판단하는지의 문제 역시 남게 됩니다. 밍크고래 한 마리가 몇천만원에서 일억원에 거래되는 현실에서 고래고기 거래의 허용 자체가 불법 포획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하여 혼획된 고래에 대해 구조를 의무화하는 법률를 입법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는 혼획이 발생한 어장은 고래보호를 위해 아예 폐쇄하고 있는 반면, 일본, 노르웨이는 자국이익을 위해 고래를 잡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산자원은 어느 한 나라의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공유 재산일 뿐만 아니라 현 세대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사용하고 있는 것인 만큼 고래포획금지에 대해서 전세계적인 통일적 기준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고 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그라인다드랍 축제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지나친 도살 방법은 현대 사회에서 분명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변에서 고래 고기 좋아한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고래 고기가 고가에 유통된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소수의 매니아들이라도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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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에 가면 고래고기 전문점이 많다 하네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다르게 나아 찍어먹는 소스가 각각 다를 정도라고 합니다 저도 사진을 보니 불그죽죽한 것이(?) 제 취향은 아니지만…..고래고기의 지방이 불포화지방산이라 건강에도 좋다네요 그런데 확실히 시각적으로는 별로…라고 생각듭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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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문화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연결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는 지역에 따라 상대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식탁에 올려진 음식만을 생각하였는데 식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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