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처벌만이 답일까?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6기 김선미

 

얼마 전 학교 앞 잡화점에 갔다가 친구와 함께 1+1으로 판매하는 샴푸를 하나씩 나눠 쓸 작정으로 구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왕이면 1+1 제품이나 사은품이 함께 딸려오는 제품을 더 쉽게 구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이것으로 우리가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특별히 들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리베이트라 하여도 이것은 제공자와 수익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고 특별히 문제 삼을 바가 없어 보입니다. 즉 재화(혹은 서비스)의 제공자는 거래관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하여 단가를 떨어뜨리고, 소비자는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됩니다.

이와 유사한 모습이 보건의료계에도 나타나는데, 유독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처벌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이것이 과연 처벌한다고 해서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리베이트의 사전적 정의는 ‘일단 지급받은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그 지급자에게 되돌려 주는 행위 또는 금액’입니다. 리베이트 제공이란 대체로 그 실질이 가격할인에 해당하여 리베이트의 조건과 비율을 정하는 것은 가격을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제약업계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리베이트라는 말은 ‘의료기관이 특정제약사의 의약품 처방이나 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해 업체로부터 받는 불법적 혹은 음성적 대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리베이트라는 용어에 대한 법적 개념은 통일적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리베이트는 분야에 따라 각기 상이한 의미로 사용되어 지고 있는데, 의료법에서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23의2 제1항은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수입자, 의약품 도매상 등으로부터 의약품채택․처방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사법 제47조 제2항에서도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약사․한약사․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수수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제공자와 수수자의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쌍벌제 시행 전에는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하여 면허자격 정지 2개월의 처분이 가능했으나, 쌍벌제 시행 후 면허자격정지 2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의 처분이 가능해졌으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쌍벌제 시행 이후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 의료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파괴되어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방해한다는 문제, 의료인들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다는 문제제기 등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보건의료 관련 산업분야의 특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생명․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의약품 등의 경우 그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어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의 특성으로, 다른 사업에 비해 가격의 비탄력성이 나타납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의 가격은 자율적으로 정해지지만 건강보험용 의약품의 가격은 상한가격 내지 기준 약가를 통하여 가격이 관리됩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일반상품과 달리 제품의 최종선택권이 비용지불자인 소비자(환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방하는 의사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제약회사들은 전문의약품의 마케팅을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환자가 처방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처방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매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의료기관과 약국, 환자의 관계에서 경제적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특성을 지닙니다. (보건의료분야 리베이트 규제의 현황 및 개선방향, 김한나, 김계현, 법학연구,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11.)

여기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의 핵심이 드러나는데, 바로 리베이트가 최종소비자인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의사들은 제조업자도 아니고 소비자도 아니지만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취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의 처방권한을 독점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무조건 처벌한다고 해서 리베이트가 근절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처벌이 목적이 아닌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의약품 유통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사후규제만으로 충분히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의약품 가격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꾸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의 선택권을 어느 정도 환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의사의 권한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영역에서 환자에게 약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약가가 유통단계의 자유, 공정경쟁을 통해 형성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경쟁원리에 조화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경쟁원리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유인하는 한편, 보다 저렴한 의약품 구매를 통한 수익증대도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음성적인 지원이 아닌 합법적으로 학문발전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단지 처벌을 위한 규제,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규제만이 남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만이 답일까?”에 대한 3개의 생각

  1. 필자가 지적한대로 제약회사가 처방권자에게 지급하는 “리베이트”는 통상의 “리베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이를 “kick-back” 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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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베이트를 나쁜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원래의 리베이트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되돌려준다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주는 면에서
    소비자의 의학지식수준이 다 다른데
    가격적인 면을 제외한 선택권을 보장해줄 수는 있는 방법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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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처벌을 위한 규제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공감이 갑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반짝 입법화하는 의료법 분야가 많아질 수록 보여주기식의 규제가 많아지는 것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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