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테크니션제도의 법적 완비 필요성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6기 강현주

수의테크니션 혹은 수의사보조원,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요. 1960년대 영국의 수의간호사(Veterinary Nurse)에서 유래한 직업군으로 미국에서는 수의테크니션(VT, Veterinary Technician), 일본에서는 동물간호사(動物看護師)의 명칭으로 불립니다. 이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에서 반려동물의 성장과 함께 이미 전문직으로 자리잡은 직업군입니다. 수의테크니션은 수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료 및 치료 보조, 동물 간호, 각종 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하여 한국동물복지학회에서 매년 1회 동물간호복지사 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동물간호사의 명칭을 사용하였으나 다소 논란이 있어 동물간호복지사로 명칭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이 직업군과 관련하여 동물병원 진료보조 인력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를 개정하여 ‘동물병원 종사자가 수의사의 지시·감독을 받아 수행하는 진료보조행위’를 법으로 인정하고자 하는데 이는 수의사보조원의 직군을 ‘법률상’ 인정하기 위한 목적 입니다. 현재에는 수의사 아닌 사람의 동물에 대한 간단한 채혈행위나 X선 촬영행위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현장과 법률상의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행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가 인정하는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는 1. 수의학과 학생의 전공실습 2. 수의학과 학생의 동물의료봉사 3.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 행위 등 3가지뿐이기 때문에 동물간호복지사의 직업군을 국가가 한국동물복지학회를 통해 운영하면서도 그 직업군의 업무행위를 시행령으로 부정하고 있는 자가당착적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동물의 소변검사, 피검사, X-ray검사 등 간단한 진료행위 및 치료와 진료 보조를 담당하며 응급상황에 수의사를 보조하여 처치 및 간호를 하는 것이 반드시 수의사의 직무영역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치과의사를 보조하는 치위생사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직업군의 법적 인정이 반드시 수의사의 직무범위를 축소시킨다는 단편적인 생각보다는 수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영역을 더욱 법적으로 확고히 하고, 비용을 현실화하여 반려동물의 치료 접근권 확보를 통해 수의진료 시장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정식 수의테크니션(VT)는 수의사의 진단, 치료, 수술 과정 전반을 보조하면서 검체 채취, 검사 샘플 준비, 방사선 촬영 보조, 예방의학에 대한 보호자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발치나 피부 봉합 등 간단한 시술행위까지 VT에게 가능케 하는데 이는 정해진 교육 및 시험을 거쳐 등록한 정식 수의테크니션(RVT)와 비공식 보조인력(Veterinary Assistant)을 엄격하게 구별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러한 숙력된 수의테크니션의 고용을 통해 수의사의 진료서비스의 질과 수익성이 향상되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많은 동물병원에서 실제로 보조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이상 수의테크니션 자체를 합법적으로 제도화하여 업무의 범위를 법적으로 관리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입법 추진은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동물 진료·수술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를 준비하고, 혈압과 체온 등의 기초적인 생체검사와 혈액, 소변, 분변, X-Ray 촬영의 각종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모든 행위를 전문적인 수의사가 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반드시 수의사에게만 이러한 업무행위를 한정시키는 것은 비용증대와 비효율을 가져올 뿐 아니라 치위생사. 치기공사 등 다른 직업군과의 차별을 가져올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고, 관련 산업규모가 2조원에 이르는 현 상황에서 반려동물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보다 편안한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수의보조원의 입법적 도입과 제도완비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치료에는 보험제도도 없어 보호자에게 그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유기 반려동물이 속출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반려동물의 치료 접근권을 평등하게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수의보조원의 입법 완비가 더욱 기대됩니다. 다만 위험할 수 있는 약물 및 주사의 판매 등이 불법진료행위의 부작용으로 우려되는데 해당 약물의 위험성의 정도를 분류하고 그에 따라 수의사의 지시 및 확인 아래 판매, 사용할 수 있는 엄격한 법적 제한을 구비한다면, 수의사의 전문영역을 공고히 보호하면서도 수의테크니션제도의 활성화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 역시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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