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의무병에게 주사를 놓게 하거나 간단한 약 처방을 대신하게 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군의관이었던 A씨의 의사면허를 정지시키는 일이 있었다. A씨는 육군 창군 이래로 60여년 동안 의무병이 의료행위를 했다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국의사총연합회는 성명서를 냈고 군의 고질적인 의료인력 부족과 만성적인 비용 부족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창군 이래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가 묵인되어왔던 만큼 군 의료체계의 근간을 개혁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A씨의 사례를 들어 군 내의 의료실태를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고, 또 장병들의 부대 내 의료행위에 대한 경험적 진술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군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그러나 A씨의 진술로부터 군 의료의 허술이라는 일반적 명제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 의료체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현행 법령에는, 군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군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 시설, 물자, 지식 및 기술 등 군 보건의료자원을 개발 확보하기 위하여 종합적이고 세계적인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발전 지침도 수립되어 있으며 특히 응급의료와 감염병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의 준비를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적 근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군 의료체계의 개선 여부는 가시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국회에서 군 의료개선 특위가 소집되는 등, 군 의료 전반에 걸친 개선이 시도되었으나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실천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군 의료체계는 그 자체의 존재 의미뿐만 아니라 비상시 민간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또 다른 의료 네트워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군 의료에 대한 적절한 예산 분배와 낙후된 시설 개선, 그리고 체계화된 의무병 교육 등을 법제화하려는 꾸준한 시도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민간 의료 네트워크와 군 의료 네트워크의 연계 등도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어야 한다.
군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군 의료 네트워크는 의료 강대국인 우리나라 의료 네트워크의 큰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낙후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