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의 활성화를 위하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5기 이영신

 

지난 2014년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은 의료사고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로 인해 2016년 5월 19일 19대 국회는 소위 ‘신해철법’이라는 불리는,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사망과 중상해 사건으로 의료분쟁조정신청이 제기되었을 시 피신청인(의사·병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2년 의료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의료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환자들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이 개정안의 통과를 놓고 시민단체는 소송이 아닌 분쟁조정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의료사고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이들을 구제하며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환영한 반면 의사들은 진료위축을 우려하며 이 법을 중환자 기피법으로 부르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도입된 과정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은 이러합니다. 2014년 1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전예강(당시 초등학교 3학년)양이 사망하였습니다. 전양의 어머니는 병원이 요추천자 시술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과정에서 딸이 사망한 것으로 보았지만 병원 측은 의료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전양의 어머니는 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냈지만 병원 측의 거부로 조정 신청이 각하되었고, 민사소송은 2년이 넘도록 증거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재판조차 열리지 못했습니다. 조정신청의 각하 후, 예강이의 어머니는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이는 의료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발의된 법안은 ‘예강이 법’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해철 씨가 의료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자 이 법안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가수의 죽음도 충격적이지만, 책임이 있는 의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기 때문입니다.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의료과실 입증의 어려움과 소송 과정에서 비용, 건강 등 계속해서 여러 고통을 겪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사회에 울려퍼졌습니다. ‘예강이 법’으로 불렸던 의료분쟁조정법 강화 법안은 ‘신해철법’으로 재명명되었고, 결국 국회의원 183명의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법안에 계속하여 반대를 해왔습니다. 당해 법이 의료진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진료환경을 저해함으로써 국민의 피해를 가중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19대 국회 본회의 통과 주요 법안에 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에 관한 보도자료). 특히 조정절차 자동개시 사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등급 1등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구체화되었다고는 하나, 정말 구제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아닌 악의적인 환자들 혹은 그 가족까지 모두 일괄적으로 조정절차를 거치게 돼 분쟁신청이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한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의사들이 진료보다는 조정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과실로 조정절차를 거쳐야 할 것을 우려해 벌써부터 중환자와 고령환자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떠한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의료사고는 아무리 막으려 해도 실수를 하는 인간의 특성상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를 받은 사람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아직은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법령상 문제점 및 미비사항, 제도 개선사항 등에 대하여는 계속적으로 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동개시 대상인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환자의 경우 그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의사나 병원의 고압적인 태도나 회피하는 모습이 아닌 적극적인 설명과 병원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처지를 했는지, 그 상황은 어땠는지 등 그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듣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단순한 서류만으로는 비전문가인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진료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의료인들도 자신의 진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 설명의무를 다하고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의료인과 의료사고 피해자 간의 갈등이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되고, 이를 통하여 의료분쟁조정제도 또한 활성화되어 진정한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논문

박미라(2013),의료분쟁조정제도에 대한 연구 : 각 국의 입법·정책 및 의료분쟁조정법상 제도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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