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알파닥터’의 시대에 법적 의료행위란?

 

최근 치과의사가 환자의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건은 2011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5년여 뒤인 현재의 시점에 대법원에서 최종적 결정이 내려졌을 정도로 많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바가 있다.

치과의사 정모씨가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의 주름을 치료하기 위하여 두차례 보톡스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한 이 사건은 한 치과의사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국내의 내노라 하는 로펌을 내세워 큰 대립각을 빚어낸 것이다. 대법원은 치과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결과에 대한 큰 충격을 시사했으며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 자체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의료계의 주된 협회가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본 사건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행법령에서 제시하는 의료행위와 의사면허의 범위와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었고 본질적으로는 사회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행위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무슨 기준으로 의료행위의 여부를 결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지 않다. 2014년의 한 판례에서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안, 학문적 원리, 해당 행위의 목적, 전문성의 유무,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만 언술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결과가 의료행위의 개념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사항을 포함하는 것은 현행 법령과 기존 판례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이에 따라 사회의 여러 측면이 변화함에 따라 관련된 법적 고민 또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이 법안의 허술함에 전적으로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 판례가 시사하듯 ‘사회 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인만큼 놀라운 의학 기술의 진보 등의 요소가 고유하다고 인지되던 ‘의사면허’의 범위 확장논의를 불러오는 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보자. 가령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료행위를 넘어서는 정확성과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때 우리는 의사면허나 의사의 의료행위는 물론이거니와 본질적인 ‘의료’자체에 대한 개념 고찰과 재정립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2%의 오진 확률을 가진 ‘인간’의사와 0.01%의 오진 확률을 가진 ‘인공지능(AI) 의사’ 중 우리는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오진 확률을 가진 ‘인간’ 의사에게 진료와 치료를 맡길 수 있을까? ‘알파고(Go)’의 시대를 넘어 올 ‘알파닥터’의 시대에 우리에게 의료행위란 무엇이며 어떤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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