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보톡스시술과 소비자 선택권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5기 이영신

일반적으로 치과에 가면 어떤 진료를 받으시나요? 치아 우식증 치료, 스케일링, 교정, 임플란트 등등 이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7월 21일, 이에 관한 흥미로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서 치과의사인 피고인 정씨는 2011년 10월 경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치과병원에서 환자 2명의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시술법을 이용하여 주름치료를 하여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기소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1심은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 불복한 정씨의 항소는 기각됐지만 대법원에서 유죄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내용의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치과의사가 환자의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시술을 한 것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의료법 제27조 제1항) 이를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 87조 제2항) 그렇지만 의료인에게 허용된 의료행위가 무엇인지는 의료법에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개별 사안별로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해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상황의 변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며 “의료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널리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규정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이번 판결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즉 양측 구분에 따른 이익이 ‘모든 국민의 수준 높은 의료혜택’이라는 의료법 목적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 역시 시술로 인한 위험이 현실적으로 높지 아니하고, 전문 직역에 대한 검증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의사나 치과의사의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중략…)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1도16649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기도 하고,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치과진료 영역을 넘어서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전제한 후

“법령이 구강악안면외과를 치과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고, 치과의사 양성과정에서 안면부에 대한 교육 및 수련을 하고 있으며, 치과의사가 이미 치료에 보톡스를 활용하고 있고, 교육 및 수련 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하여 보톡스 시술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치과의사가 환자의 미간과 눈가에 보톡스 시술을 한 행위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물론 이번 판결이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에 대한 전면적 허용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설시된 대법원의 입장에서 보여 지듯이 이 사건에서 드러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행한 눈가와 미간에 대한 보톡스 시술이 위법한 것이 아니라는 개별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에 대해 대법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각 의료직역간에는 많은 다툼이 있습니다. 현행 의료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의료행위가 많아 한의사와 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 간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이해다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기를 둘러싼 한의사와 의사간에 직역다툼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고 약사의 한약조체를 둘러싸고 여전히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판결은 모든 갈등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항상 우선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도상으로 부족한 점들이 잘 보완되고 검증이 잘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과에서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시대에 맞게 작동해왔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던 의료법의 취지를 풀이하는데 있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 평가한 것은 각 직역의 갈등에서 항상 약자의 입장에 위치하게 되는 소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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