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생명공학 발전과 인간윤리의 그 사이에서

 

원치 않은 죽음이 나를 찾아올 경우, 우리는 냉동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난 17일, 영국에서는 희귀병으로 이른 죽음을 맞이한 10대 소녀가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냉동인간으로 보관되는 것에 대한 합법 판결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때, 10대에 대한 냉동인간화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이기에 영국 고등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소녀는 희귀 암으로 투병에 그친 자신의 삶에 대해, 먼 훗날 깨어날 수 있다면 다시 살고 싶다는 의지로 냉동인간이 되길 원했다. 이에 대해 부모의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영국 고등법원은 소녀의 의지는 정당하다 판단했고 현재 시신은 미국 미시간 소재의 인체냉동보존 센터에 냉동화되어 있다.

이 판례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영국에 인간의 냉동보존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된 법률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부응하는 법률가들의 심사숙고가 요구되는 부분으로,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나 사회가 실질적으로 마주하고 있으며 관련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참고 기사 : http://edition.cnn.com/2016/11/18/health/uk-teenager-cryonics-body-preservation/index.html)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로 냉동인간에 대한 법령이나 신체의 냉동보존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05년 시작되어 2009년에 재판부 판결이 마무리된 이른바 ‘황우석 사건’ 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비롯한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일면에 존재한다. 물론 생명공학 분야가 미래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의 주요 분야인 만큼 민관을 비롯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연구자의 윤리를 비롯하여 생명공학분야의 목적과 과정을 아우르는 폭넓은 논의가 부재하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관련된 현행 법령을 보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생명공학 연구와 관련된 법제적 토대가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과 인체유래물 등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배아줄기세포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과 존엄과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해당 전언이 포함된 법령이 생명윤리와 관련된 어느 법령에도 우선시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인간의 존엄이나 생명 그 자체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연구자를 비롯하여 관련자는 숙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냉동인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몇 개월 뒤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냉동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당신에게 죽음 이후 먼 미래에 새로운 삶을 줄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당신과 관련된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 외로운 벌판으로 추방되는 고독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당신은 냉동인간이 되기로 한 것에 대하여 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을 지독하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영국의 소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소녀의 판단에 대하여 염려했던 것은, 10대 소녀가 냉동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결정을 내렸는가에 관한 부분도 존재한다. 몇백년 후, 소녀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고독감 속에서 지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법령은 연구자도 자신의 연구에 대한 충분한 윤리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연구대상자도 마찬가지로, 연구대상자 또한 자신이 어떤 연구에 노출되는지 충분한 정보를 통보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숙지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다른 사회에서처럼 냉동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법적 논의의 필요성이 불거질 것이다. 이 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어떤 미래사회인가? 우리는 생명공학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훼손하지 않는 법제적 선택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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