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형 축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5기 이영신

 

지난 해 AI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이로 인해 많은 수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제까지 닭 3058만마리, 오리 317만마리, 메추리 등 기타301만마리 등 총 3677만 마리에 육박하는 규모의 가금류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이 생매장당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10년 소 15만여마리, 돼지 331만여 마리, 염소 7천여 마리, 사슴 3천여 마리를 살처분했던 구제역 파동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떤 방법이 이런 일이 반복하여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우리가 무자비한 학살자 혹은 이러한 학살의 방관자가 되는 것을 멈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동물전염병확산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공장식 축산형태와 대량생산의 구조인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과 동물복지형 축산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축산이 기업형 집단 사육 방식으로 바뀐 건 1980년대 후반입니다. 당시 경제발전과 서구식 식습관 형성에 따라 육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양계와 양돈, 육우 등 축산업계에 집단사육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렇지만 집단사육은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집단 전염병 문제입니다. 집단사육으로 인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이 사육되기 때문에 한 마리만 전염병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전체로 퍼져나가는 사태가 초래되었고, 이는 해마다 혹은 격년으로 AI나 구제역 사태를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집단사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축분뇨입니다. 2014년 12월 기준 매일 25만 5천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했는데요. 가축분뇨가 적절히 공급되면 땅을 비옥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르나 과잉투입 되었을 시 오히려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집단사육은 가축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항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품을 다량으로 사용하게 합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축에 많은 항생제를 쓰는 국가 중 하나로, 과도한 항생제의 사용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증가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또한 분뇨로 배출된 항생제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안고 있습니다. 결국 당장은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런 형태의 집단축산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축산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동물의 복지를 중요시하는 동물복지형 축산입니다. 동물복지란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관점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관점 에서 동물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조건을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은 인간 편의 위주의 잣대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용되는 동물들의 삶에 최소한의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의 범위를 최소화해야한다는 기본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물복지 관련 입법과 정책도입은 EU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었습니다. EU의 동물복지축산 관련 법률은 1978년에 채택된 “농업목적으로 사육된 동물의 보호를 위한 유럽협정의 체결에 관한 이사회결정”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구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의 제시는 1999년 암스트레담조약(Treaty ofAmstedam)에서 EU집행위원회가 동물복지 관련 정책을 결정한다는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EU의 동물복지 관련 정책의 출발점은 가축이 단순히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므로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동물의 사육,수송,도축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적용됩니다. EU 회원국들이 동물복지 정책수립 시 준수해야 하는 축종별 사육밀도, 시설, 위생, 사육 등 최소 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축장에서 동물의 고통, 긴장 등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이동, 계류, 대기, 도살 등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였고 가축의 도축에 있어 반드시 혼절 시킨 이후 죽여야 하며 혼절의 방법, 장비, 시설 등을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부상당한 동물과 질병이 있는 가축은 도축장으로 수송하지 않고 현장에서 추가적인 고통 없이 도살 하여야만 합니다. 또한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 괴롭힘과 부상이 없이 다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적정 사육공간, 위생상태, 적절한 먹이와 물을 주는 등 동물복지 사육규정을 제정하였습니다.

 

또한 EU에서는 동물에게 다섯 가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동물복지의 기본 조건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 통증,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 농장 등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고, 그 축산물에 대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양돈계, 2014년 육계를 거쳐 2017년 1월 5일부터 한우, 육우, 젖소 및 염소 농장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되었지만 높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진입이 어려운 점과 높은 제품가격으로 수요가 부족한 점은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또한 이것만으로 아직 세계기준에 부합하고 동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증제도를 통해 인증을 받는 축산농장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대살육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충격은 많이 무뎌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갇혀 햇빛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의 마지막 종착점이 대량 살처분이라는 결과는 그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축산농가의 동물들은 비록 사람의 목적에 따라 이용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같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통해 생명존중 풍조를 확산시키고 동물은 움직이는 물건이 아닌 생명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들이 활성화되어 동물복지를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신동민(2015), 동물복지형 축산에 대한 국내외 정책동향 및 소비자인식에 관한 연구, 강원대학교 대학원 농업자원경제학과 경제학석사학위논문

<기타자료>

김혜미 기자, “AI, 구제역 확산 예방, 살처분만이 최선일까?”, 2017.03.20. 환경티비 기사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html?no=74409

김선국 기자, “구제역, ‘공장식 밀집사육’이 원인…돼지 감염되면 전국 확산”. 2017.02.10. 아주경제 기사http://www.ajunews.com/view/20170209110307047

이명희 기자, “매번 ‘살처분’ 반복 안돼…동물 보호자가 사람도 더 배려”, 2017.03.20.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02053015&code=100100#csidxae030e2d9a6ca09b806c3f4d40009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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