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죽음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5기 이영신

일찍이 하이데거가 강조했듯이, 유한한 이곳에서의 생에 내던져진 우리의 삶은 시작부터 끝을 품고 있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셈입니다. 언젠가 실제로 맞게 될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경건해지면서 들었던 생각은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더불어 마지막 순간에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다는 공포 역시 이에 못지 않게 크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공포 속에서 세상을 뜨는 사람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바로 ‘고독사’ ‘무연사’와 같은 외로운 죽음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것에 비해 이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미비하고, 고독사에 대한 법적 개념 역시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따로 관련 통계가 분류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고독사와 비슷한 개념인 ‘무연고 사망’의 현황과 여러 가지 통계들을 함께 살펴보며 고독사의 실태를 유추할 따름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11-2015년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살펴보면 무연고 사망자수는 2011년 693명,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최근 2014년부터 1000명을 넘기면서 매년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 연령대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의 연령별 비율‘에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약 68%를 차지하며 노인들의 고독사가 무연고자 사망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비단 65세 이상의 노인들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단절로 인해 고독사는 특정 계층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외부와 관계가 단절된 어느 1인 가구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혼밥, 혼족, 혼술 등등 혼자 하는 활동들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증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1인 가구가 외톨이 빈곤층의 문제에서 대두된 경우가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1인가구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경기 불황과 비정규직 심화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 추세인 만큼 다른 나라들은 일찍이 관심을 갖고 제도를 잘 정비해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고 제도 역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하여 고독사 문제에도 먼저 직면한 일본의 경우 고독사에 대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여러 관공서들이 연계하여 공과금 체납이나 계량기 등을 체크하거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며 생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가스는 독거노인의 가스 사용 여부를 자녀 등 의뢰인의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알려주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가스 사용량이 줄어들면 의뢰인이 곧바로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관계의 빈틈을 메워나가는 다양한 비영리 민간단체(NPO)의 역할이 강조되고, 신사에서는 무연고로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살핌의 단계를 6단계로 나누어 임종 보살핌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망 전부터 임종시까지 진행 정도에 따라 죽음을 준비해주고 사후 관리까지 해줘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해주는 정책이라고 합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코로카시옹’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10대 후반에서 30세 이하의 젊은이가 노인과 한집에서 동거하여 고독사를 방지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거노인 공동거주제가 2007년 의령군에서 실시되어 2013년 전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는 혼자 사는 노인 5~20명이 한 장소에서 숙식을 하는 제도입니다. 노인 혼밥족에게는 방역서비스와 방문건강관리 등 찾아가는 건강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율방역단과 협업해 각 동 복지플래너가 추천한 200가구를 월 1회 직접 방문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의 유대가 깨지면 필연적으로 1인가구로 전락하게 되고 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제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웃들과 한번이라도 마주칠 수 있게 주거정책, 도시계획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고독사는 누구라도 겪게 될 수 있는 공공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1인가구는 누구나 겪게 되는 생애 주기이며 고독사는 언제든지 직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탄생의 순간만큼 중요한 죽음의 순간에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습니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생애 마지막 순간에 외롭지 않게 주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래봅니다.

<참고논문>

권혁남 (2013). 고독사에 관한 법과 윤리적 쟁점. 인문과학연구, 38, 463-479.

강기철, 손종윤 (2017). 고독사 통계에 대한 한일 비교 연구. 일본문화연구, 61, 5-25.

김원호 (2011). 고독死 vs 국가死. 마케팅, 45(8), 17-23.

<기타자료>

이명익 기자, ‘고독사’ ‘무연사’, 외로운 죽음이 늘어난다, 2012.10.08 오후 1:27. 시사인,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ec&sid1=102&oid=308&aid=0000008252

이정현 기자, ‘1인 노인가구 증가’ 무연고 사망 4년새 179% 증가, 2016/09/14 08:15,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13/0200000000AKR20160913038800001.HTML?input=1195m

도영진 기자, 늘어나는 고독사, 대책은 없나 (하) 대안, 경남신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05982&rccode=lvRc

외로운 죽음”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이수현

    예전에 “궁금한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에서 ‘아무도 없는 죽음’이라는 고독사하신 분들의 장례를 치뤄주는 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생각납니다. 여기서는 연고없으신 분들의 장례를 치뤄주는 일을 봉사활동의 일종으로 나오던데 글을 읽어보니 봉사활동을 넘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에서 봉사활동하시던 분께서 장례를 치뤄주면서 사람들의 삶이 많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고 하시던데 그 삶이란 죽은 사람의 삶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이겠지요.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것을 떠나서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들 모두의 ‘존엄’을 위해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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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인 가구가 누구나 겪는 생애주기라는 표현은 듣기 전에는 생각을 못 해 보았는데, 듣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명제 같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겪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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