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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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5기 이영신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면 누구나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수가 어느덧 천만 명 이상이 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경우 대체로 85세 전후의 평균수명을 기대하지만 대부분 동물의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습니다. 인기 있는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의 경우 수명이 대략 15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한 이상 이별과 그 이후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과 이별을 하고 난 다음 그 처리는 법적으로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우리법상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장묘업시설에서 처리되는 동물의 사체를 제외하고는 폐기물관리법의 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에서는 법에서 쓰이는 용어를 정의하면서 1호에서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燃燒滓), 오니(汚泥), 폐유(廢油), 폐산(廢酸),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死體)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5호에서 <의료폐기물이란 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 조직 등 적출물(摘出物), 실험 동물의 사체 등 보건·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조 1항 9호에서는 < 「동물보호법」 제32조제1항에 따른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되는 동물의 사체> 에 해당하는 물질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반려동물 사체 처리방식은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용(생활폐기물), 동물병원에서의 소각(의료폐기물), 장묘업체의 화장까지 세 가지입니다. 산에 묻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공공장소에 버리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물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방법 중 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 장묘시설은 2016년 12월 19일 기준 21개소라고 합니다. 이들 업체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농림부에 등록된 곳으로, 그 숫자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지만, 아직까지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불법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장묘시설 설치업체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그리고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인해 그 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물 장묘시설자체는 설립이 되도 주변 환경에 큰 문제를 주지 않지만 문제는 장묘시설에 대한 인식입니다. 장묘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과 반발이 매우 커서 이에 따라 지자체의 허가도 쉽지 않으며 장묘시설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모습은 어떨까요? 미국은 600여 곳의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대부분 주(州) 정부예산이나 비영리단체에 모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장묘업체는 화장시설을 갖춘 이동형 트럭도 운영하는데 이 트럭은 신청자의 집 앞까지 찾아가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해줍니다. 프랑스는 공공 장례장과 사설 장례장을 동시 운영하고 있고, 중국 역시 반려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고 교외에 동물 전용 묘지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반려동물의 수가 늘고 그 사후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장묘 관련 서비스를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유기견 문제나 늘어나는 동물사체를 처리하는 사회적 문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함께해온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사후 그 사체를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버려도 적법하다고 하는 것은 어딘지 이상합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맞지 않은 부족한 인프라가 반려동물의 존중받지 못하는 이별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반려동물과 처음을 함께 시작한 것만큼 떠나보내는 과정도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죽음 역시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 맞는 애견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참고논문>

길준규(2016), 독일의 반려동물폐기법, 法學硏究(LAW JOURNAL), Vol.27 No.2 481-502(22쪽), 충북대학교 법학연구소

김상훈(2015), 현행 민사법 하에서의 반려동물의 보호가능성, 홍익법학, Vol.16 No.1 309-347(39쪽),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기타자료>

서준석 기자, ‘한가족이던 그들의 최후 안식처는 20L 종량제 봉투였다’, 2017-06-27 02:18, 중앙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730214&sid1=001

박지현 기자, ‘반려동물 장묘문화’, 2017.01.28. 09:15, 여성조선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1/2017011100731.html

이주형 기자, ‘죽으면 ‘쓰레기’ 신세…사후처리 쉽지않은 반려동물, 2017.07.04., 대구일보http://www.idaegu.com/?c=6&uid=366341

방원기 기자, ‘대전 반려동물 장례시설 제로 … 반려동물 보호자 불만 목소리’, 2017-06-28 16:57, 중도일보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706283007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한 1개의 생각

  1. 인간 장묘시설에 대한 반감은 그렇다쳐도 동물 장묘시설은 왠지 사람들이 거부감을 덜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군요.

    그리고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버려도 무방하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네요. 그 쓰레기를 치우는 분이 쓰레기 더미에서 동물 사체를 발견하면 식겁하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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