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몸의 아파올 때,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여러 검색어를 입력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많은 병의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진료안내는 물론 치료사례 홍보까지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해당 병의원의 진료과목과 관련된 다양한 의학정보등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편, 대형 검색엔진차원에서 꽤나 전문적인 의학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모 포털사이트의 경우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물론 국내 유수 대학병원들과 연계하여 다양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용이해진 것은 잘된 일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막연하게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대강이라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안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사전 정보를 검색하여 본 상태에서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골라 진료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플 때 편리한 인터넷을 즐겨 찾게 되면서 문제도 많아졌다. 인터넷에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상담을 구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맹신하게 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환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와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 속에서는 의료인들의 윤리의식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같은 환자들끼리 공유한 경험담 조차도 수천 수만의 조회수를 올린다. 적게는 몇 개, 많게는 몇십 개의 댓글들이 달리기도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윤리의식이 결여된 의료인이 심각한 사태를 낳은 것이 바로 안아키 사태이다. 안아키 사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의료인인 한의사였다. 앞서 말했듯이 비의료인들끼리 의견이나 정보를 주고 받는 사소한 인터넷 페이지들도 조회수가 수백에서 수천에 이를 정도이니, 의료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상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는 상당하였을 것이다. 이 관심과 지지가 비극을 낳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안아키 사태’에 대해 정부 유관부처와 경찰이 공조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만으로 족할까? 나는 다음의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해 본다.
첫째, 각 의료직역별로 윤리장전을 제정 내지 개정하고, 그 내용을 학생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일례로, 변호사 직역의 경우에는 변호사윤리장전, 변호사법, 변호사징계규칙 등 여러 곳에서 직업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사건의 수임, 의뢰인과의 접촉, 사무소 운영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검사윤리강령, 법관윤리강령 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루는 수업들이 전국 모든 로스쿨에 개설되어 있으며, 전국의 모든 로스쿨생들이 ‘법조윤리’ 시험을 재학 중 반드시 치러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한의사의 경우 2011년 3월 경 한의사윤리장전 제정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은 찾아볼 수 있으나, 그 이후에 어떠한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윤리강령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지속되었다면 안아키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한편 의사의 경우에는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과 윤리지침이 제정되어 있기는 하나, 한국사회와 의료계는 수많은 변화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현재대로의 강령과 지침은 위에서 언급한 의사와 의료계의 책무를 모두 포섭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로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 능력 보장, 도덕성 일부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고, 실무지침의 역할을 해야 할 의사윤리지침의 조항 상당수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는 바이다. 물론, 의사와 한의사 모두 의료법 과목이 면허취득을 위한 국가고시 과목의 일부이기는 하나, 법학 수업과 시험만으로 ‘윤리의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도 하다.
둘째, 의료법 개정을 조심스럽게 제안하여 본다.
의료법의 경우 의사·한의사 면허 취득을 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국가고시 과목의 일부이다. 의대·한의대의 학업량과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대생·한의대생이 직업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고시과목인 의료법을 위주로 직업윤리와 규범에 대한 고민과 숙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의료법은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인들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꿈을 품고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다. 현재 「의료법」제27조 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의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 각호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할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속칭 ‘안아키’ 사태처럼 의료인이 (자체 회원등급 업그레이드 제도나 자체 회원등급승급시험 등을 통해) 사실상 폐쇄된 것이나 다름없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부정확한 의료상담을 하거나, 남들로 하여금 조장하는 행위까지 명확히 포섭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허점이 ‘안아키 사태’ 라는 비극을 낳았음은 우리 모두 주지하고 있는 바이다. 따라서 자신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임을 내세워 온라인 공간에서 행하는 의료상담, 그 중에서도 의학적 근거를 결여한 의료상담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의료인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물론, 의료법이 인터넷 공간에서의 커뮤니티 활동이나 집필 활동에까지 법률이 세세하게 규율하다 보면 의료인의 자율과 창의가 제약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준법과 윤리는 교육 받은 전문직, 즉 의료인으로써 필수 덕목이자 행위 규범이다. 정보화시대에 발맞추어 최소한 각 의료직역의 윤리장전을 통해서라도 의료인의 온라인 의료상담활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해야 하지는 않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대한민국 의료법 제 27조 1항 본문
대한민국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 5조
유상호 (2015). 의사윤리 개정의 필요성과 개정방향. 의료정책포럼, 12(4), 114-121.
권복규 (2016), 의료윤리와 의사면허, 의료정책포럼, 14(3), 9-11
“극단적 자연주의 치료, 아동학대 논란” 수성경찰 ‘안아키’ 카페 수사 확대 , 2017년 06월 5일자 뉴시스(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605_0000003543&cID=10810&pID=10800)
한의협, 20일 대의원총회 개최, 2011년 3월 16일자 연합뉴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4961588)
어떤 집단이나 fringe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평소 주류의 의견이 얼마나 신뢰를 얻고 있었는지가 이런 사태의 방지는 어려워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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