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과 텔레비전

의료인과 텔레비전

 

의료인과 텔레비전. 얼핏 보면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등을 중심으로 의료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의학정보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등이 활발히 방영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저 또한 몇몇 프로그램은 꽤 자주 챙겨보고 있습니다. 쇼 프로그램의 분위기 자체가 화기애애하여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의학 지식이 유용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의료인 양성과정을 이수한 면허소지자이자 의학전문가로서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권장될 법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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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료인들의 방송출연이 확대됨에 따라, 시청률 고공행진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자 측과 병원 홍보 등을 원하는 일부 의료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부작용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의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들에 대해 이른바 ‘쇼닥터’라는 별칭이 붙기에 이르렀습니다. 병원 홍보, 마케팅을 위해 방송 출연하거나, 즉 방송출연을 통해서 대중적 인지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나머지 환자진료보다는 방송출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거나,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사업에 참여하는 것 모두 쇼닥터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쇼닥터들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발생한 선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2013년 초부터 방영된 유명 건강 토크쇼인 ‘닥터 오즈 쇼'(The Dr.Oz Show)는 선풍적 인기를 구사한 바 있습니다. 2009년 9월 처음 방영된 닥터 오즈 쇼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진행자인 오즈 박사는 “미국의 의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닥터스'(The Doctors)가 제공하는 의학 정보 가운데 상당수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에 이른 것입니다.

 

캐나다의 앨버타 대학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닥터 오즈 쇼’ 에피소드 중 40편을 임의로 골라 조사한 결과, 제시된 의학 정보의 46%만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닥터 오즈 쇼에서 나온 의학 정보의 39%는 의학적 근거가 없었고 15%는 기존의 전통적 의학 정보에 상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또 다른 의학쇼프로그램인 ‘닥터스’의 경우, 제시된 정보의 63%만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닥터 오즈 쇼 진행자인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체중 감량 보충제를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라고 홍보하고 나선 바 있는데, 2012년에 자신의 쇼에서 볶지 않은 커피콩 추출물로 만든 이 감량 보충제가 지방을 연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고 보충제는 50만병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임상 검증 및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드러났고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연방통상위원회(FTC)에 허위 광고로 350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부작용들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쇼닥터들로 인한 부작용이 연일 불거지게 되자, 의사협회는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이른바 ‘쇼닥터’ 자정 노력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5년에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쇼닥터 자정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쇼닥터 대응 TF팀’을 구성해 제정한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방송활동으로 인하여 문제를 일으킨 쇼닥터 중 일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그 결과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되게 됩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나 한의사 직역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자정능력 움직임 또한 아직 미진합니다. 또, 의사협회의 이러한 조치들은 대체적으로 사후적인 것으로, 이미 방송이 전국에 보도되고 난 이후의 일들입니다. 전문지식에 대한 전국민들의 신뢰가 높고, 방송매체의 파급력이 큰 만큼 방송에 출연하는 의료인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현영. (2015). 쇼닥터,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 자정노력. 의료정책포럼, 13(2), 80-86.

 

Televised medical talk shows—what they recommend and the evidence to support their recommendations: a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BMJ 2014; 349 doi: https://doi.org/10.1136/bmj.g7346 (Published 17 December 2014)] Cite this as: BMJ 2014;349:g7346

 

쇼닥터 자정 나선 의사協, “심의위원회 꾸려 징계한다” ,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http://news.joins.com/article/17447826, 2015.03.26 18:39

의료인과 텔레비전”에 대한 1개의 생각

  1. 잘못된 의료정보가 방송됨으로 인하여 혹시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방송사에 대하여도 같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로도 방송사의 과실을 입증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극히 어려울테니, 입증책임을 전환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방송사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것입니다. 의료방송이나 주식방송 등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자를 끌기는 좋지만 내용이 틀려도 책임을 안 지는 경우에는 누가 방송을 타는 지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으므로 더욱 무책임해질 수 있습니다. 얼마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에서도 방송사가 방송인의 경력이나 이력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무책임한 방송은 내보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제도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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