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CRISPR-CAS9)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DNA와 손

덴마크의 요구르트 회사 ‘다니스코’는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어간 요구르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큰 골칫거리 하나가 도사리고 있었지요. 바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의 일종)였습니다. 유산균은 박테리오파지를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수조에 조금이라도 박테리오파지가 유입되면, 유산균은 대부분 사멸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요구르트를 만들 수 없었지요. 그러던 와중 다니스코의 연구원은 모두 사멸한줄 알았던 수조에서 살아남은 유산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왜 이 유산균은 살아남았을까’에 대한 연구를 하기에 이르지요. 바로 여기서 연구원들은 크리스퍼라는 DNA 부분에서 오는 면역시스템을 발견합니다.

요구르트에서 시작한 이 발견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일까요? 조금 더 자세하게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논의를 야기하는지 알아보지요.

사실 유전자 가위를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칭으로 그저 크리스퍼라고 불리고 있지요. 크리스퍼는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잘라 기억을 해두는 DNA 부분이고, 카스9은 미국 버클리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하노버대 엠마뉴엘 카펜디어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발견한 DNA를 잘라내는 단백질입니다. 연구팀은 다니스코의 연구를 바탕으로 균이 기억하는 박테리오파지 DNA가 RNA로 전사되고, 이 RNA와 카스9이 결합해 외부에서 침투한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잘라버린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즉, 카스9과 결합하는 RNA 서열만 바꾸면 어떤 유전자든 잘라버릴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크리스퍼를 유전자 가위라고 부릅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자 서열을 밝혀냈습니다. 배아에 RNA와 카스9을 넣어주는 것만으로 세대 간에 이어지는 유전병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배아의 수단화, 기술적 한계로 인한 부작용, 맞춤 아기와 같은 강화에 적용될 가능성 등 다양한 사회·윤리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한 유전자치료를 금지합니다(47조 3항). 다른 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한 연구는 어떨까요. 2015년 4월 중국 중산대학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최초로 배아에게서 베타 지중해빈혈 유전자편집을 시도했습니다. 이 연구는 배아를 사용하기에 상당한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인간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배아를 사용하고 기증자로부터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국내법을 준수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도 얻었지요. 실험 결과 효율이 낮고 원래의 세포와 유전적으로 변형된 세포가 공존하는 모자이크현상(mosaicism)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였지만 그 잠재성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고려하여 치료를 위한 연구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길 바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다른 쪽의 의견은 또 첨예하게 다릅니다. 우선 유전자편집 연구 자체가 안전하지 않고 앞으로 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언젠가 영화 「가타카」와 같은 사회가 올 것을 경계합니다.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납니다. 안톤은 맞춤 아기인 셈이지요. 빈센트는 유전적으로 열성이기에 청소부로 취직할 수밖에 없지만 안톤은 다릅니다. 유전적으로 우월한 안톤은 눈부신 미래를 보장받지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항상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만 주진 않습니다. 가타카와 같은 사회가 탄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때문에 앞으로 있을 무고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크리스퍼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류의 오랜 바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빌며 하얀 접시를 채우던 의식에서 배아에 직접 조작을 가하는 과학기술로, 소원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점차 나아가는 기술 앞에서 우리는 다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참고문헌>

– 박대웅·류화신, 유전자편집 기술의 발전에 대응한 인간배아 유전자치료의 규제방향, 한국생명윤리학회 제17권 제1호:35-52, 2016.

– 김한나·김성혜·김소윤, 생식세포 및 배아 대상 유전자 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한국의료법학회지 제23권 제2호:211-224, 2015.

– 남궁석, 크리스퍼, 네이버캐스트, 생물산책,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9696&cid=58943&categoryId=58966

<참고영상자료>

– McGovern Institute for Brain Research at MIT, Genome Editing with CRISPR-Cas9, 유투브, https://http://www.youtube.com/watch?v=2pp17E4E-O8

– [10분극장]_가타카(10분 만에 보기), 10m Movie, 유투브, https://http://www.youtube.com/watch?v=IdLdPJ59kNk

<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ko/dna-deoxyribonucleic-%EC%82%B0-dns-%EC%9C%A0%EC%A0%84%ED%95%99-%EC%83%81%EC%A7%95-1500076/

크리스퍼(CRISPR-CAS9)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1개의 생각

  1. 그 사이에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하는 연구를 이미 시작한 바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도 그 논의의 물살이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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