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귀순 사건과 의료법 제 19조

북한군 귀순 병사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최근 며칠 만큼 각종 기사에 의료법 조항이 자주 거론되었던 적은 없었던 듯 싶습니다. 바로 얼마 전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사건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18799510046_7f9fad8bfe_k

다들 아시다시피, 해당 병사의 총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사의 상태에 관한 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의 브리핑을 두고 의사의 비밀유지의무 내지 환자에 대한 정보 누설 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한 김종대 국회의원의 주장이 제기되어 큰 파문이 인 바 있습니다. 김종대 국회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위장 내 미처 소화되지 않은 옥수수 알의 사진이나 해당 병사의 몸 속에서 다수의 기생충이 발견되었다고 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비밀유지의무나 환자에 대한 정보누설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러할까요?

우선 관련 조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 317조에도 업무상 비밀누설금지와 관련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국종교수는 의사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료법의 관련 규정이 우선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료법 제 19조(정보누설금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업무나 제17조에 따른 진단서·검안서·증명서 작성·교부 업무, 제18조에 따른 처방전 작성·교부 업무, 제21조에 따른 진료기록 열람·사본 교부 업무, 제22조 2항에 따른 진료기록부 등 보존 업무 및 제23조에 따른 전자의무기록 작성·보관·관리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환자의 위장 내에 있던 미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나 기생충의 존재를 알린 것은 의료법 제19조 1항에 규정된 ‘의료 업무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의 누설 내지 발표’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보이므로 이를 형법적으로 설명하자면 일응 구성요건해당성은 있어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행위에 대하여 형법적으로 죄책을 묻기 위하여는 구성요건해당성은 물론 위법성과 책임 또한 요구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국종의사에게 위법성과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국종의사에게서 특별한 책임조각사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보 누설 내지 발표 행위가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인데, 저는 충분히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당 귀순병사가 위장에 다수의 관통상을 입었다는 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미처 절개하여 둔 복부를 다시 봉합하지 못하고 거즈로 덮어놓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장내 옥수수나 기생충과 같은 보도내용은 환자의 현재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의학적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 귀순 병사의 사건이 일어난 구역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JSA로써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건이라는 점, JSA에서 단순 대치상황에서 종결되었던 것이 아니라 다수의 총격이 발생할 정도여서 국가의 안보유지 및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연관성이 인정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국종 교수의 정보공개행위는 단순한 호기심 자극용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이자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점에서 이국종 의사의 브리핑은 형법 제 20조에 열거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사료됩니다.

한편, 의료법 제19조에 대한 죄책을 묻기 어렵다면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형법 제 317조로 돌아가야 할텐데요. 형법 제317조의 문언 구조 역시 의료법 제19조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형법 제317조 업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역시 앞선 논리와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형법 제318조에 따르면 이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종대의원의 주장과는 별개로 해당 북한군 귀순병사가 직접 이국종교수를 고소해야만 수사기관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김종대 의원의 언론을 통한 이국종교수에 대한 대국민 고발(?)은 언론 환기용으로는 의미가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형사법적으로는 그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저의 사견(私見)입니다.

참고자료

이재상 강동범 장영민 공저 형법총론 제9판 (2017, 박영사)
이재상 강동범 공저 형법각론 제8판 (2016, 박영사)
이재상 저 형사소송법 제8판 (2016, 박영사)
2017 법학전문대학원 교재 검찰실무I (2017, 법무연수원)
대한민국 의료법(www.law.go.kr,국가 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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