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를 낳다가, 혹은 임신 중에 생을 마감하는 산모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접해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사망한 지 4년이 지나 태어난 아기 이야기를 접했을 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산모가 뇌사 상태에서 임신 기간을 채운 것일까요? 9개월여의 임신 기간을 고려하면 이는 아닐 것입니다. 과연 이 아기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중국의 선제와 류시 부부는 2013년, 결혼 2년 차에 접어들며 체외수정으로 아기를 낳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착상 과정만을 앞둔 부부는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함께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부부의 부모는 자식 부부를 동시에 잃고 슬퍼하다 이들이 병원에 남겨놓은 냉동 배아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부부의 냉동 배아의 보호권을 이들의 부모가 인정받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3년에 걸친 재판 끝에 보호권을 인정받은 부모들은 2017년 1월, 대리모가 불법인 중국 대신 라오스의 대리모를 구해 마침내 부부 사망 4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라오스로 가기까지의 여정도 험난했습니다. 배아를 받아주는 비행기가 없어서 차를 통해 배아를 라오스까지 옮겼다고 합니다. 아이의 국적 문제 때문에 대리모가 관광비자를 받아 아이를 중국에서 출산했으며,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지난달 100일 잔치까지 열었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아기가 딸을 닮아 기뻐했으나, 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법적인 가족관계 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DNA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사망하고 4년 뒤에 태어난 아기, 톈톈의 탄생 비화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자신의 탄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까요? 앞으로 아기는 부모 없이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톈톈의 할아버지도 톈톈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톈톈은 부모 없이 태어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슬픈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톈톈이 나이가 들 때까지는 부모가 외국으로 갔다고 얘기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미 기술은 진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톈톈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부모는 본인들의 사망 뒤에도 아기가 태어나기를 바랐는지, 톈톈의 조부모들은 손자의 탄생을 결정지을 자격이 있는지 말이죠. 물론 중국은 1자녀 정책으로 대부분 외동이기 때문에 자식이 사망하면 혈통이 끊기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혈통을 남기기 위해서 생명의 탄생을 결정지어야 할까요? 이들은 자국의 법망을 피해 해외에서 시술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톈톈은 조부모들의 손자 욕심에서 비롯된 탄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볍률 제23조(배아의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에 따르면, 사망한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일이 합법적으로 일어날 수 없지만, 이런 기술이 합법화되면 SF 영화에서나 보던 아기 공장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
- “Chinese baby born four years after parents’ death”, BBC News, 12-04-2018, http://www.bbc.com/news/world-asia-china-43724395
- “교통사고로 부모 사망한지 4년 뒤에 태어난 중국 아기”, 연합뉴스, 13-04-2018,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13/0200000000AKR20180413078500009.HTML?input=1195m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례네요. 아이의 조부모들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으시다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립할 때까지 충분히 키워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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