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동물 해부 실험

use of animal for research
동물 별 실험 영역

 

지난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었습니다. 어릴 적, 과학자들은 으레 해부 실험을 진행하는 줄 알았습니다. 옆 학교 친구가 과학 시간에 개구리 해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막연히 재밌겠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동물실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동물실험이란 말을 들으면 고등학생 때가 생각납니다.

하루는 생물 선생님이 수업 중 갑자기 학교에서 쥐를 본 적이 없냐고 물어보신 뒤, 학교에서 쥐를 보아도 놀라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내 과학부에서 실험용으로 구매해놓은 쥐가 탈출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청소를 위해 케이지를 연 사이에 쥐가 탈출했고, 문틈으로 나가버려(쥐는 머리만 들어가면 어디든 통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놓치고 말았다며 목격담을 들려주셨습니다. 며칠 뒤, 교무실 냉장고 전원선이 갉아 먹혀 고장이 나면서 실험용 쥐의 생사가 확인됐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마침내 쥐가 과학실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쥐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이를 가엽게 생각한 학생이 케이지를 들고 동물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 쥐는 임신 중이었고, 결국 동물병원에서 새끼를 낳고 사망했다고 합니다.

전부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학년마다 15학급씩 있는 큰 학교였고,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확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학교에 실험용 쥐가 있었고, 학생들 상당수가 생물 시간에 해부를 해야 될까 걱정했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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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xperiment on a Bird in an Air Pump, from 1768, by Joseph Wright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홍의락 의원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초중고교에서 해부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이 약 11만 5000개체로 집계됐다”고 말했습니다. 단순계산으로 1년에 약 4만 개체가 초중고교의 해부실험용 동물로 쓰인 것이지요. 해부를 통해 동물의 생체를 관찰하거나, 유전적 특징, 성장 과정, 행동 양식 등을 연구하기도 하고, 때론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재료를 채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대 의학에 동물실험이 기여한 바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배워야 할 미성년자에게 동물에게 (최소한이라고 하더라도) 고통을 주고 생명을 해치게 만드는 해부 실습이 허용되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직접 해부를 하지 않더라도, 교구를 사용해 시뮬레이션하는 등의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직접 실험동물을 가지고 실험하거나, 해부해본 적이 없습니다. 국내법으로는 동물 해부실험이 ‘생명존중교육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교육부가 초등교육과정에서 제외시켰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전교생이 해부 실습을 진행하기보다는 제 학창시절의 경험이나 2012년 논란이 된 인천의 유기동물 해부 사례를 보면 과학부나 방과후 학교 같은 생명이나 의학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 분야에 대한 심화 탐구로서의 동물실험,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없고, 관련 분야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 위주로 진행한 순수 탐구와 학습의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이 실습을 진행해야 하는 전문가 수준의 연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아직 성년이 아닌 어린 학생들 역시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는 등 생명 존중, 그리고 생명윤리교육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지요.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카라에서는 법제처의 ‘교육 목적의 동물해부실험은 동물학대 아니다’라는 법령 해석에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물보호법에 제시된 동물실험의 원칙 충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이 동물 학대일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3조(동물실험의 원칙)>

동물실험을 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동물실험은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의 윤리적 취급과 과학적 사용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자가 시행하여야 하며 필요한 최소한의 동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2주 전, 고등학생들이 단지 햄스터를 발로 차고, 돌로 찍어 죽이는 잔혹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재미삼아 개를 연속적으로 도살하거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생명윤리 의식이 부재한 청소년들의 사례도 접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사의 지도 아래 합법적으로 동물실험을 하게 된다면 이들의 생명윤리의식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실제로 미성년자의 동물 실험이 미성년자에게 비교육적·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해 법적 제재를 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스위스·노르웨이·네덜란드·덴마크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의 동물 해부 실험을 금지하고, 대만은 중학교 이하 학생들에게, 영국은 대학교 이하 학생들이 척추동물에게 통증, 고통을 줄 수 있는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보입니다. 홍의락 의원은 작년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청소년들에게 동물 해부실험·실습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게 하는 것은 윤리적이고 인도적인 사회 조성을 지향하는 교육에 실패하는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교보재 등의 대체학습 교구를 통해서도 충분한 학습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과 생명윤리, 그리고 생명윤리교육에서 균형 맞춘 지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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