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임신중절

abortion

작년 9월 청와대 국민입법 청원인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를 기억하시나요? 이 청원은 원치 않은 출산으로 인해 여성은 물론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으로 한 달 만에 약 23만 명의 추천을 받은 청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우선 이러한 청원이 나오게 된 이유인 현행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임신중절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형법」제269조는 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270조는 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라고도 되어 있지요.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위 형법의 처벌 대상은 오직 여성과 의료인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청원에서는 임신은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다, 책임을 묻더라도 더 이상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남성과 국가의 책임이 빠져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재 다시 한 번 위헌법률심판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또한 답변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조사한 통계인 2천만 명의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수술을 받고 그 중 6만 8천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실은 한국에선 거의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임신중절을 부적절한 환경에서 시술하는 산부인과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의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낙태후유증입니다. 이 후유증은 주로 임신 8주 이후로 임신중절을 선택할 때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산부인과 측에서 걱정하는 바는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임신중절을 최대한 하지 않도록 피임교육을 제대로 하여 피임 실천율을 끌어올리고, 임신중절에 대한 교육으로 최대한 후유증을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청와대 역시 피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실 작년 청원뿐 아니라 2012년에도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하여 위헌이냐 합헌이냐를 놓고 공방이 있었습니다. 결국 합헌으로 판결난 이유는 ‘사익인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고,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였기 때문입니다. 위헌의견은 ‘임신초기 자발적 임신중절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였지요. 여기서 임신중절의 영원한 난제인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이 등장하게 됩니다. 무엇이 더 가치 있는가, 하는 논쟁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청와대 답변이 언급한대로 둘 중 하나만 택해야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 자체에만 매달리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하는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실제로 임신중절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청와대는 실태조사를 통해 통계적으로 나마 분석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 자료가 2011년도 것이라는 점, 단지 숫자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여성학자들은 정책세계의 언어보다는 여성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즉. 여성의 경험과 유리된 윤리적 논의가 실제로는 여성의 삶이나 한국사회의 역사적 성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이지요. 다양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로 낙태란 개인들이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어떤 사건이며, 찬양할 일도 아니지만 비난할 것도 아닌, 인간 사회에서 그저 일어나는 일로 보여 집니다. 따라서 이는 우리가 삶의 다른 영역을 판단할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내리는 결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임신중단의 영역에서만 도덕적인 판단이 곧바로 법적 규제와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할 것입니다.

 

이제는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제로섬게임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임신중절이 이루어지고 그 장소에 놓여있는 여성의 경험을 수용하고 적절한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한국의료윤리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 자료집(인공임신중절의 윤리), 2018년 5월 18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청원답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8278

 

<이미지 출처>

http://www.thebluediamondgallery.com/handwriting/a/abortion.html 비상업적 용도로 재사용

논란의 중심, 임신중절”에 대한 1개의 생각

  1. 2018년에 위헌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임신 중절 실태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는 2011년 것이라니 당황스럽습니다. 조금 더 업데이트된 현실이 반영된 헌법재판이 되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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