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죽음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죽음이란 무엇인가’, 오랜 세월 인간은 철학, 의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사전적으로 죽음은 생명활동이 정지되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생물의 상태로서 생의 종말을 뜻합니다. 그러나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생명유지가 가능해졌고, 생명활동이 정지되었다는 것을 일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는 사망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 호흡정지설, 심장정지설, 뇌사설 등으로 단계를 세분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죽음의 새로운 기준 중에서 뇌사설을 자세히 알아보고, 뇌사설에 관한 논의가 무엇을 내포하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종래 우리나라 민∙형법상 사람의 사망 시기에 대한 통설 및 판례는 ‘심장정지설’입니다. 이는 심장이 그 활동을 영구적으로 멈춘 때를 사망한 시점으로 파악하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1960년대 심폐소생술 등장을 시작으로 한 의료 기술의 발달로 뇌는 그 기능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실하지만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호흡이 가능하고 맥박이 뛰는 상태가 가능하게 됩니다. 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소실된 상태를 ‘뇌사’라고 하며, 소실된 때를 사망한 시점으로 보는 견해가 ‘뇌사설’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뇌사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뇌사를 법적 사망의 기준으로 승인받기를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대표적으로 심장정지설과 뇌사설이 대립하고 있으며, 뇌사설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여전히 계속중입니다.

여기서 뇌사설에 관한 논의의 핵심적인 쟁점은 ‘법규의 적용 문제 및 장기이식의 활성화‘입니다. 특히 형법에서 살인죄와 관련한 법규의 적용이 문제가 되는데요. 뇌사설을 따르면 뇌사자는 뇌사상태에 이른 순간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결여되어 본죄는 성립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심장정지설을 따르면 뇌사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그를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이식 과정에서 이어집니다. 장기적출을 진행한 의사에게 살인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뇌사설에 따르면 의사는 구성요건이 결여되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고, 심장정지설에 따르면 장기적출은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되어 위법성조각사유 및 책임조각사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하여 정당행위가 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귀결되겠지만,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 의사에게 책임을 묻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뇌사설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시되는 오진가능성 및 뇌사판정 불명확성의 문제는 장기이식법을 통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장기이식법에서는 뇌사상태의 선행조건과 판정 기준을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동법 시행령 제21조), 뇌사판정위원회를 두어 판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이식법 제21조는 뇌사자가 장기이식법에 따른 장기등의 적출로 사망한 경우에는 ‘뇌사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장기이식수술에서 장기를 적출한 의사에게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음을 법적으로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법 및 현대 의료기술을 고려하면 뇌사는 죽음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프랑스∙2011년 미국 청년∙2016년 60대 남성 등 뇌사판정을 받은 후 깨어난 환자들의 경우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뇌사설이 인정된다면 뇌사판정을 받는 순간 사망이 선고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향후 기적이 일어나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게 되었을 경우 환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의사의 오진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뇌사를 완전하게 공식적인 사망으로 보면 안된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정지설에 따를 경우에도 심정지가 온후 기적적으로 되살아나는 사례가 있고 의학의 발달로 기능이 멎은 심장을 소생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심장정지설에 따른 사망이 불분명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장기이식법은 대뇌ㆍ소뇌ㆍ뇌간 모두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뇌사로 보는 전뇌사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뇌사판정 기준을 엄격하고 한정적입니다. 이러한 전제에서의 뇌사설은 충분히 합리적인 죽음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이식법 제4조 제5호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정의에서 뇌사자를 제외했습니다. 이는 뇌사자를 살아있는 사람과는 구별하여 특수한 지위를 부여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심장이 뛴다는 사실이 실질적으로 삶과 죽음의 분명한 경계선이 아님을 반증하고, 뇌사설을 절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절충적인 뇌사설을 기반으로 한 장기이식법은 나아가 우리나라가 직면한 이식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이식 활성화로의 도약이 되고 있습니다.

죽음의 정의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뇌사는 현대에 이르러 바뀐 생사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든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완벽하게 정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뇌사설이 완전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뇌사설은 현대에 이르러 직면한 의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이를 법률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전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참고문헌>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 2018, 아리아드젠/융드룽콘촉, 영림카디널

-김학태, ‘뇌사와 장기이식에 관한 법철학적 연구 : 뇌사개념에 대한 법철학적 고찰’, 한국외국어대학교, 2004.

-‘생명윤리와 법’, 2014, 권복규/김현철, 이화여대출판부

-구자완, ‘뇌사와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소고’, 강원대학교, 2015

<이미지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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