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제, 그 목적은?

기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가 2018년 9월 다시 도입되었습니다. 오늘은 개정된 의료법의 내용 및 앞으로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사전심의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료법 제56조에 따르면 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경우 의료광고를 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또한 「의료법」 제53조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않은 신의료기술, 치료효과 보장 등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내용, 다른 의료기관, 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과 비교하는 내용, 다른 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하는 내용,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 행위를 노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56조

①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인(이하 “의료인등”이라 한다)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의료인등이 신문ㆍ잡지ㆍ음성ㆍ음향ㆍ영상ㆍ인터넷ㆍ인쇄물ㆍ간판,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의료행위, 의료기관 및 의료인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나타내거나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하 “의료광고”라 한다)를 하지 못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 제57조

①의료인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매체를 이용하여 의료광고를 하려는 경우 미리 의료광고가 제5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제2항에 따른 기관 또는 단체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2011. 8. 4., 2016. 1. 6., 2018. 3. 27.>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재판소는 2015년말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종전 의료법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종전 의료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은 각 의사단체 중앙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각 단체 중앙회가 정부의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상 정한 사전검열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개정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는 의료인단체, 소비자단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체 등 자율심의기구에서 직접 사전심의제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위헌판결을 받았던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제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사전심의제는 ‘검열’의 성격을 갖고 있던 사전심의제의 단점은 보완하고, 무분별한 의료광고의 폐해는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결책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투명교정기 피해사례, 맘카페 치료후기 댓글 조작 등 허위 의료 광고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심의제의 도입은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심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목적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목적은 의료광고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사전심의제를 통한 의료광고 적극적 규제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의료가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 공공의 영역이므로 의료광고는 국민의 건강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잘못된 의료행위’이고, 이를 ‘잘못된 의료광고’를 규제함으로써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습니다. 물론 허위로 작성된 의료광고로 인한 결과로 환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의료행위를 받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맞지만, 의료광고를 규제하고자 하는 이유는 잘못된 의료행위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의료행위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상에서 나타나는 오류, 즉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의료광고 규제의 목적이 국민의 건강권인지 자기결정권인지의 문제는 사전심의제 방식을 달리하게 한다는 점에서 구별실익이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의료광고를 규제하게 된다면, 의료광고가 시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의료 전문직이 판단하여 의료광고 규제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만,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의료광고 규제는 환자가 직접 결정을 내리는 데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의 형식 또는 내용을 문제 삼게 됩니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등 광고 주체가 직접 광고를 규제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의료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광고가 환자에게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의료 광고를 심하게 규제하다 보면 갖고 있는 정보가 적은 환자들이 오히려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게 되는 결과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둔 사전심의제가 필요하고, 이러한 사전심의는 현재 개정된 의료법처럼 의료인 단체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체까지도 포함된 자율심의기구에 의해서 집행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앞으로 민간 자율심의기구에 따른 의료 광고 사전심의제가 이러한 특징을 잃지 않도록 그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는 환자들의 자발적인 치료경험 후기 공유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됩니다. 사전심의제 재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입장에서는 개정된 의료법이 환자들의 치료 경험 후기 자체를 막음으로써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제한을 가하기 때문에, 미국의 ‘페이션츠 라이크 미(patitents like me)’ 와 같은 환자들의 자발적인 치료후기 공유 사이트가 생겨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합니다.

페이션츠 라이크 미(Patients like me)

의료용 SNS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질병에 대한 경험이나 증상, 치료법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세계 최대 환자 네트워크로서 정보 공유의 장이다. 2800가지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60만명 이상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불법 의료광고의 판단기준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의료 사이트에 게시되는 환자들의 치료 경험 후기도 의료법 제56조 위반 광고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사이트에 게시되는 후기는 로그인 절차를 거친다고 하여도 치료경험당 광고에 해당하며, 의료인 개인 블로그를 이용한 홍보 역시 의료광고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병원블로그나 병원홈페이지 사이트에서 공유하는 치료 후기를 규제되는 의료광고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의 치료 경험 후기를 규제한다고 하여서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 와 같은 사이트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후기는 현재 의료법이 규제하고 있는 병원사이트에 올라가는 환자들의 치료경험 후기와는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후기가 생성되는데 치료를 담당한 의료인들의 의견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일 뿐, 의료법 제56조가 현재 의료인이 아닌 자의 치료 경험 후기 자체를 규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병원홈페이지에 올라가는 후기가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환자들의 자발적인 후기 공유까지도 억제하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는 또다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의료광고의 경우 그 내용과 방식 등에 다양한 규제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광고가 규제되고, 어떠한 정보를 포함해서는 안되는지 의료인 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그 내용을 명확히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규제도 무제한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다시 사전심의제가 도입되는 의료법에서 규제되는 의료광고들에 대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잘못된 의료광고는 규제하고 올바른 의료정보 공유의 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참고 문헌>

김준혁(2018).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윤리적 고찰. 생명 윤리와 정책 2(1)

“의료인 개인블로그도 의료광고” 복지부 유권해석, 메디파나뉴스, 2018-11-15
http://medipana.com/news/news_viewer.asp?NewsNum=228575&MainKind=A&NewsKind=5&vCount=12&vKind=1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의료광고 사전심의제, 그 목적은?”에 대한 1개의 생각

  1.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활발하게 공유함으로써 다른 소비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외국에서는 Google이나 Tripadvisor 등에 올라온 식당이나 호텔 후기에 왜곡도 적고 내 실제경험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믿고 참고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은 후기 공유 사이트가 없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용하는 써비스의 내용이 의료인 경우에도 이와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의 주관적인 만족도와 실제 치료가 얼마나 잘되었는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도 많이 있습니다. 성형수술처럼 눈으로 보고 그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개별 환자가 치료가 잘 되었는지 알기는 매우 어렵지요. 잘못하면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하는 의사들보다 외형적으로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의사들이 더 선호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또 별개의 문제기는 합니다만.) 의료 소비자의 주관적인 만족도나 경험이 갖는 이런 한계를 보완 할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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