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료윤리에서 ‘동의’의 의미

지난 글에서는 ‘사생활 비밀보장’을 다루며, 정밀의료연구를 할 때 정보의 주인이 ’동의’를 해야 연구자가 민감정보인 의료정보를 이용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동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사전적으로 동의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함’입니다. 또한, 동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어떤 설명문을 읽고 난 후에 그 설명문에 동의할 경우 서명을 하는 행위가 떠오릅니다. 물론 연구대상자가 연구에 참여할 때 하는 동의도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전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환경에서의 동의는 동의의 기본적인 의미에 더해진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그 개념을 알기 위해서 생명의료윤리에서 사용하는 동의개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나치의 전쟁 범죄를 심판하기 위한 국제군사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가 자행한 의료실험이 밝혀졌습니다. 그 판결의 결과로 만들어진 ‘뉘른베르크 강령’ 1조에서는 의학실험에서 인간연구대상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The voluntary consent of the human subject is absolutely essential.”


The Nuremberg Code (1947)

이 사건으로부터 동의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1974년 세계의사회가 규정한 윤리강령인 ‘헬싱키 선언’에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등장했습니다.

‘informed consent’는 설명 후 동의, 사전 동의, 고지된 동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생명의료윤리를 하는 학자들은 이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적절하게 담기 위해 이를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명의료윤리에서는 동의의 개념을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 동의하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료윤리의 원칙들』에서 비췀(Beauchamp TL)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구성요소 다섯 가지. 즉, 의사결정능력, 정보공개, 이해, 자발성, 그리고 동의를 제시하면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정의하기 위한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원칙들에 입각해 동의를 할 때, 충분한 정보에 의한 거부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연구대상자는 불이익 없이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무조건 연구 참여로 이어지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만들어 연구 시작 전 연구대상자를 보호하고, 연구 중에도 연구대상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의료윤리에서의 동의의 역사와 그로 인한 개념이 형성된 이후, 현재에도 연구윤리에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료정보를 이용한 연구에서 동의를 받는 것도 연구대상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의를 할 때, 어떤 유형의 동의를 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동의에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어떤 방식이 의료정보에 대한 동의에 있어 적절한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19년 5월 3일 접속,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 Beauchamp TL, Childress JF. Principles of Biomedical Ethics. 7th ed. New York :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121-124.

생명의료윤리에서 ‘동의’의 의미”에 대한 1개의 생각

  1. 연구 대상자의 동의에 관한 앞으로의 시리즈가 기대 됩니다!

    그리고 이해에 기반한 동의에서의 “이해”의 부분도 한번 조명을 꼭 해주시길. 예를 들어 유전체학 연구처럼 연구참여의 위험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한 전문지식을 요구할 정도로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미국의 Personal Genome Project 의 경우 처음에는 IRB가 유전학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만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 지금도 연구대상자로 참여하려면 유전학 기초지식을 묻는 시험을 보고 문제를 모두 맞춰야만 가능하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이해”에 기반한 동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