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AIQ, 의료계와 법조계의 다양한 성(性)존중과 이해가 필요한 때

Group of People Waving Gay Pride Symbol Flags

현대 사회는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에 맞추어 다양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대두된 바 있습니다. 개별적인 차별의 금지로 인종, 성별, 장애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성별과 관련하여 인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려합니다.

LGBTAIQ란 퀴어와 더불어 성소수자들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입니다.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간성(intersex), 무성애자(asexual),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Questioner)을 포함합니다. 상대적으로 다수의 비율을 차지하는 그룹은 LGT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의료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트랜스젠더가 직면한 문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 과정을 거치며 성(性) 정체성을 실현해나가는데, 그 과정은 크게 성전환 수술과 법적인 성별정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성전환수술은 의료행위를 통한 과정으로 신체적인 외형인 안면부, 성기를 바꾸는 수술을 비롯하여 목소리를 바꾸는 수술 등을 포함합니다. 법률적인 성전환 과정은 호적에 있는 성을 다른 성으로 바꾸는 법적정정을 의미합니다. 먼저 의료와 관련된 성전환 과정은 정신의학과에서 시작됩니다. 성전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 성소수자들은 정신과에 가서 문진과 심리검사를 통해 ‘성정체성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해당 진단서가 있어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호르몬 치료기간은 차이가 있지만, 호르몬 치료 이후에는 성형외과에서 외형적인 부분에 대한 수술이 진행됩니다. 성전환수술은 크게 남성에서 여성으로(MTF) 여성에서 남성(FTM)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수술은 신체의 상위인 가슴부분(탑수술)과 신체의 하위인 성기부분(바텀수술) 외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대개 얼굴, 목소리 등을 포함하여 탑수술을 마친후 바텀수술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법적 절차인 성별정정으로 호적등록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법적 절차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성전환자의 성별을 정정하는 법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대법원 가족관계 등록 예규에 따른 호적상 성별 기재 정정을 규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전환 과정의 법적 절차는 성별정정허가신청 사유를 검토한 후, 신청이 허용되면 가족관계 등록기록의 정정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제6조 (조사사항)

법원은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의 심리를 위하여 신청인에 대한 다음 각 호의 사유를 조사한다.

1. 신청인이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19세 이상의 행위능력자인지, 현재 혼인중인지, 신청인에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지 여부

2. 신청인이 성전환증으로 인하여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대하여 귀속감을 느껴왔는지 여부

3. 신청인에게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요법에 의한 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나 신청인이 여전히 수술적 처치를 희망하여, 자격있는 의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

4. 성전환수술의 결과 신청인이 생식능력을 상실하였고, 향후 종전의 성으로 재 전환할 개연성이 없거나 극히 희박한지 여부

5. 신청인에게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나 목적으로 성별정정허가신청을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①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개정 2013. 7. 30.>

종전의 판례는 성전환자의 등록부 정정을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제1항의 사유에 해당하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판례는 “개인적인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신체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이와 같은 성전환자는 출생 시와는 달리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고 위와 같이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법 제120조의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절차를 거쳐 성전환자임이 명백하다고 인정이 되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종전 호적법 제120조)에 의해 종래의 남성에서 여성으로 등록부 정정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와 같은 성전환자의 이름이 정정된 성에 부합하도록 하는 개명 역시 허가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6.6.22. 선고 2004스42 결정).

정신과 진단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법적 절차인 호적등록까지 마치는 것으로 이뤄지는 성전환의 전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은 계속적으로 의료 및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우선 의료적 절차에서의 문제는 의료수술의 안전성과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슴 조직을 없애고 남성 흉부처럼 만드는 FTM 수술은 일반적인 여유증 및 가슴축소수술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MTF보다 수가 적은 FTM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이르러서야 수술의 빈도가 늘고 있습니다. 약 3년전만 해도 FTM은 상대적으로 수가 많지 않아, 해외의 좋은 수술방법들이 국내에 도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전 FTM 환자들은 여유증 수술을 하거나 가슴축소수술을 하였습니다. 흉부남성화 수술은 가지고 있는 가슴조직을 없애고 남성의 모든 흉부의 특징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말입니다. 최근 빈도가 늘었다 하더라도 수술을 하는 병원이 많지 않아서 해당병원에 성소수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병원 자체도 더 좋은 방법과 결과가 있음에도 노력하지 않고 정체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수술방법이나 비용도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좋은 수술을 받기 어렵고 저렴한 불법수술을 받기도 합니다. 즉, 실질적인 수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이런 수술들이 우리나라에서 보험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전환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여러번의 수술을 거쳐야 합니다. 경제적 부담도 배제할 수 없고, 나아가 성전환 과정의 첫걸음인 외형적 수술의 경과가 좋지 않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성전환 과정을 끝까지 해나갈 에너지를 잃는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보여집니다.

성전환과정에서의 문제는 법적 절차에서도 이어집니다. 대법원 호적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제6조에서는 성별정정허가신청의 조사사항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성별정정이 허용되는 기준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법원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성별정정 허용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판례마다 상이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텀수술에 따른 성별정정허용에 대한 법원의 결정입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신체의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서 형성하기를 강력히 원하여 정신과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성전환수술을 통해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춘 성전환자의 경우’에만 성별정정허가신청이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바텀수술을 하지 못한 성전환자는 성별정정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판례에서는 바텀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였습니다. 그 논거로 ‘성전환자에게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필수적으로 하는 것은 신체 완전성에 대한 손상 및 생명의 위험과 과도한 경제적 비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성별정정허가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일률적이지 못한 것은 성전환 과정에 있는 성전환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현재 대법원 예규만으로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기에 실질적으로 성전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전환자들은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의료 및 법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국가는 필요한 경우 제도를 개선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그들의 문제를 제도권으로 포섭하여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성전환자들이 직면하는 문제가 만연한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료계는 성전환자들이 장기간 호르몬 치료를 받는 특별한 환자군이며,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성전환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법원 예규 개정과 나아가 성별정정에 대한 입법이 이뤄져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의료행위에 있어 불법적으로 수술을 받거나 경제적 문제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을 위하여, 의료법에 명시적으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의료보험제도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성소수자들이 성전환을 하는 것은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며 본인이 느끼는 진정한 자기자신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사회가 다양화되고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문제해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현실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다가와서 그들을 이해하고 비성소수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성소수자들의 침해된 인권이 회복되기에는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의료 및 법조계를 선두로 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김태명, ‘성전환을 둘러싼 법적문제점에 대한 검토’, 한국법학원, 2003

-이로문, ‘성전환과 성전환자의 민법적 고찰’, 법학논총, 2007

-위키백과, 성전환수술, https://ko.wikipedia.org/wiki/ (2019.05.10.)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등록부정정]

-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개명·호적정정]

성전환 성공여부 탑수술에 달렸다? 성소수자, FTM 그들의 삶과 의료계 현주소 [BK성형외과 김결희 원장 심층 인터뷰], http://consciencenine.com/221489338207, 2019.05.10

<이미지출처>

politicalyouthnetwork.org

LGBTAIQ, 의료계와 법조계의 다양한 성(性)존중과 이해가 필요한 때”에 대한 2개의 생각

  1.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춘 성전환자의 경우에만 성별정정허가신청이 가능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바텀수술을 하지 못한 성전환자는 성별정정을 신청할 수 없다”는 법원의 논거는 무엇인가요? 병역의무 회피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인가요? 그 이유를 알면 좀 더 세밀하게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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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교수님!

    대상판결에서 법원의 논거로 ‘현재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여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신청인에 대한 이 사건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법원의 성별정정 허용에 있어 ‘원래의 성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사회통념상 반대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수술(바텀수술)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상판결의 청구인은 FTM 성전환자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병역의무 회피’와 같은 MTF성전환자의 문제에 직접적인 논거로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위와 같이 원래 성으로의 회귀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에 바텀수술의 유무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전환과정이 악용될 부작용을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성전환과정이 악용될 부작용을 이유로 바텀수술을 성전환의 필수요건으로 포함하는 것은 원글에서 살펴보았듯 사각지대에 놓인 성전환자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바텀수술을 행한 사례도 있고, 바텀수술을 하지 않아도 반대 성으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정신적사회적으로 원래 성으로의 회귀가능성이 낮다면 성전환을 인정할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성전환 과정이 악용될 우려와 성전환자의 실질적 권리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충점은 성전환자들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법원 예규의 개정과 나아가 성별정정에 관한 세심한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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