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을 통해 바라본 삶의 마지막을 그리는 일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음에 다가가는 순간까지 수많은 선택들을 거쳐갑니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늘은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의 주요 내용을 알아보고,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환자에게 행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2018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개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법’, ‘웰다잉법’이라고도 불립니다. 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의 주요 내용은 연명의료행위 범위 확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 환자범위 확대, 연명의료중단 요건 완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연명의료중단 절차 및 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건강할 때 미리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말기∙임종기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연명의료계획서’를 직접 작성한 경우,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한 경우, 가족 전원이 동의한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적용되는 네 번째 조건에서는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손주, 증손주를 비롯하여 가족 중 한명이라도 반대한다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9년 3월 28일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되는 하위법령에서 네 번째 조건에서 동의해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1촌이내 직계존비속으로 축소하였습니다.

2010년 40개국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질’에 관한 조사 결과 대한민국은 32위에 그쳤습니다. CT나 MRI 같은 고가 의료장비나 최첨단 의료기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이 사용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고통을 완화하는 약물의 사용은 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크게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의 원인은 죽음을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죽기 바로 직전까지도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치료에 매달렸습니다. 반면 선진국에선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빨리 죽음을 알리고 스스로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 의료진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의료 현실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정된 연명의료법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명치료중단 요건의 완화와 관련하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 배우자∙ 부모∙ 자녀의 동의만으로 치료중단이 결정된다면, 가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의 진정한 의사를 반하는 결정을 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무연고자, 독거노인 등은 연명의료 결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자 연명치료중단 결정에 선행되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의 적극적인 활용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약 3만명으로 사망이 임박해 스스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는 31.8%, 미처 연명의료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의식을 잃어 가족이 대신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67.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0.8%로 집계되었습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의 약 70%는 앞서 제시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환자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방법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입니다. 그 중에서도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여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 스스로 판단하여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될 것입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직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소개가 부족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향후 연명의료결정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제도의 상세한 내용을 알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죽고 싶습니까?” 라고 질문했을 때, “고통스럽게 죽고 싶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태어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존중되는 만큼, 죽음 또한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한다면 죽음 또한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행복추구권 안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죽음에도 고통이 없는 상태이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권리가 필요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을 통해 삶의 마지막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문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newsletter, 2018.10.11.

– Peter A. Singer , ‘The Cambridge Textbook of Bioethic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 권복규/김현철 ,‘생명윤리와 법’, 이화여대출판부 , 2014

<이미지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finance/2018/10/04/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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