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에서 정의하는 의료행위와 원격의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올해 첫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휴이노사와 고대 안암병원(병원기업)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이용한 원격의료 특례를 허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 관리서비스’는 최대 2천 명 이내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환자로부터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 안내를 하는 서비스입니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발표는 원격의료의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격려와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의료법에서 정의하는 ‘의료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핵심이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현행 의료법에서의 의료행위 개념을 살펴보고, 원격의료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의 규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료행위의 정의는 미래의 의료 서비스와 헬스 케어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2009년부터 정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여러번 입법예고하였으나, 보건의료계의 격렬한 반대 의사로 인하여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보건의료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서비스도 과연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나 원격의료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법 제12조는 의료행위를 유형화하고 있으며, 의료법 제27조는 면허가 없는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법 제12조에서 의료행위의 유형으로 예시하고 있는 ‘의료’는 정의 대상인 ‘의료행위’와 동어반 복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의료법상 ‘의료’라는 용어의 범위도 다양하여 용어의 사용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법규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료행위 개념은 결국 판례에 의해 형성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298 판결)라고 의료행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2016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의료행위의 종류가 극히 다양하고 그 개념도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에 수반하여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하여, 법률로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경직된 형태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해석에 맡기는 유연한 형태가 더 적절하다는 입법 의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고 판시하여, 의료행위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의료행위 개념의 유동성을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행위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의 개념에 관한 법원의 해석 역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포함하지 않아 관련 업종의 종사자들은 규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진입 단계에서부터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물론 유사의료행위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헬스 케어 서비스의 확대는 의료법상 규제 대상과 규제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금 가지게 하는 지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기술발전과 보건 의료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 의료행위 개념의 유동성과 개방성을 긍정할 수밖에 없지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 직업의 자유를 보호하고, 규제 법규로서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입법적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원격의료에 있어서도 이미 미국이나 일본은 구체적인 법규정을 마련하여 규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각각 원격의료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규율하고 있으며, 원격의료의 정의, 자격 요건, 의료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여부, 보험 적용 여부, 전자처방전 발급 허용 내용 등 주마다 모두 상이하게 원격의료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은 원격의료에 대한 법적 규정을 단독법 형태가 아니라 고시 형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후생성 고시에는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완 수단으로 대면진료가 일본 의료서비스 제공의 원칙이라는 점이 분명히 되어 있고, 원격의료 허용 지역, 허용 대상이 되는 환자 요건, 허용 질환 등이 예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원격의료에 대해서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인이 아닌 자의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아니하며, 컴퓨터나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을 활용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행하여지는 것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의료법에서 정의하는 원격의료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비하여 정확도나 의료행위의 개별성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개념인 의료행위와의 관계도 모호한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허용한 심전도 장치를 통한 원격 심장 관리 서비스를 원격의료의 한 형태로 볼 것인지, 의료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일견에서는 의료행위의 개념은 전문적이고 시대에 따라 가변적인 정의로서 이를 명확하게 입법화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규제가 분명히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입법적 노력을 통해 의료 행위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입법적 노력으로 가장 필요한 과정은 의료행위 개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행위 개념의 변화를 단순히 ‘산업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의료서비스의 접근이 제한되는 외딴 섬이나 교도소와 같이 현실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분명히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인 시각만으로 원격의료 서비스에 접근한다면 의료서비스 관계자간의 복잡한 관계만을 고려하게 되어 그 규제나 개념의 정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여론 수렴의 과정이 선결적으로 진행되어야 앞으로 원격의료 및 미래의 의료서비스를 규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박정연. (2018). 의료행위 개념의 법제화 시론. 서울법학, 26(3), 359-397.

김진숙, 오수현. (2018). 원격의료 정책현황 비교 분석 연구: 미국,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보건경제와 정책연구(구 보건경제연구), 24(1), 1-35.

정규원 교수 (한양대 로스쿨), 원격의료의 허용범위, 법률신문, 2018.01.11

“미국서 환자에 사용 금지된 손목시계형 심전도 허가, ‘원격의료’ 특례는 의료법 위반”, 메디게이트 뉴스, 19.02.15 

<이미지 출처> 

http://www.medigatenews.com/news/3076826809

의료법에서 정의하는 의료행위와 원격의료”에 대한 1개의 생각

  1.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수규범자들이 자신의 행위의 적법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료행위”의 범위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여론”이 되어야 할까요? 여론은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의료행위에 속하는지 아닌지가 문제되는 상황은 자주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여론을 수렴하기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의료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영역에서 과연 여론이 정책적으로 좋은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