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선함’을 잘 보호하고 있을까?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강도를 만나 다친 행인을 모른 체하지 않고 돌보아 준 사마리아인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는 위험에 처한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을 선한 사마리아인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만약 선한 사마리아인의 실수로 위험에 처한 자가 또 다른 위험, 혹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면 사마리아인은 그 실수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요? 선한 사마리아인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선한 사마리아인을 면책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 는 조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행위자’란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또는 ‘업무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종사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면책 조항은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마리아인에게 큰 실수가 없는 경우에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응급의료 제공자의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것이 아닌 ‘감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중대한 과실 유무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면책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최근 30대 초등학교 교사 A가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뒤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면책 조항에 관한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사고 당일, 봉침 시술 후 A의 상태가 나빠지자 한의사는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의사는 A에게 항알레르기 응급치료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응급차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시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망한 A 측의 유가족은 한의사뿐만 아니라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을 상대로 9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도움을 요청받은 의사가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것이 늦어지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에 해당하는 ‘4분’을 놓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 중 캐나다의 경우, 자발적으로 피해자를 도운 구조행위자가 잘못된 구조행위로 인해 고소당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 독트린(a Good Samaritan Doctrine)을 법적 원칙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응급 의료법률 역시 이와 같은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나, 현행 법률은 그 입법 취지와 다르게 선한 사마리아인을 법정에 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각계각층의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의료계는 선의로 행해진 응급의료행위에 ‘중대한 과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부당하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선의의 응급의료행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의 범위를 응급환자가 사망한 경우까지 확대하고, 응급의료종사자가 한 응급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불가피했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하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는 윤리적인 동기에서 비롯한 응급 의료행위를 법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기존의 입법 취지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함입니다. 설사 응급의료행위에 과실이 있더라도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를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 보호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관용의 정신에 부합 하며, 사마리아인들의 ‘선한 동기’ 그 자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정 절차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응급의료행위의 객체와 주체, 양 측 모두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이 좀 더 섬세하게 개정되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선한 사마리아인 법’ 도입논의와 주요쟁점, 이정념, 이슈와 논점 제98호, 국회입법조사처, 2010

-한국의 착한 사마리아인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적용과 해석, 배현아, 사법2014 vol.1, no.28, 통권 28호, 사법발전재단, 2014

-봉침 사망에 되살아난 ‘선한 사마리아인’ 딜레마, 김길원, 연합뉴스, 2018.8.29.<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0307392&gt;

-한의사 대신 봉침환자 응급처치한 의사, 면책 근거 마련 추진, 서민지, 메디파나뉴스, <http://medipana.com/news/news_viewer.asp?NewsNum=232635&MainKind=A&NewsKind=5&vCount=12&vKind=1&gt;

응급의료법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선함’을 잘 보호하고 있을까?”에 대한 1개의 생각

  1. 흥미로운 논점이 무척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봉침” 사건은 고의/중과실과 별도로 인과관계 차원에서도 책임이 단절되지 않을까요?

    또 응급의료법 제5조의2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가 아닌 경우 면책되도록 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봉침” 사건에서 유가족이 “이 사건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 과정중에 발생한 사상이 아니라 응급의료 시행 자체가 지연되어 발생한 사상이므로 제5조의2가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즉 제5조의2는 예컨대 하임리히 술기를 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졌다거나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응급처치가 늦어진데 대한 면책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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