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장기를 만든다?

  한국에서도 이제 돼지(메디피그)의 몸 안에서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조직과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추진됩니다. 건국대학교는 기관 생명 연구윤리위원회(IRB)를 열고, 한국연구재단 지정 선도연구센터(SRC)인 ‘인간화돼지 연구센터’가 신청한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의 면역결핍 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를 최종 승인했다고 지난 5월 14일 밝혔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는 일명 ‘키메라(Chimera) 장기’ 연구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종 간 키메라 연구는 2017년 미국 연구자들이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했다고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 또는 ‘키메라(Chimera) 장기’ 이식이라고 불리는 이종이식에 어떠한 윤리적, 사회적 쟁점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동물을 만들어 장기 이식에 공급하는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은 종종 ‘키메라(Chimera) 장기’, ‘키메라(Chimera) 배아’ 등으로 불리며 오랜 실험을 거쳐왔습니다.

키메라 (chimera)  : 한 개체에 유전자형이 다른 조직에 서로 겹쳐 있는 유전현상 또는 서로 다른 종끼리의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유전학적인 기술.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키메라 (Chimera) 장기 이식’ 즉 이종 이식의 개념은 이전부터 과학자들에 의해서 계속 시도되어 오던 것으로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몇 번의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났고 결국 환자의 죽음으로 인하여 포기되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에 면역억제제가 이종이식의 거부반응을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사실과 유전적으로 공여 동물 (donor animal)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였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이종이식 실험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7년 미국 연구자들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하였다고 보고하였고,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3월 문부과학성이 그동안 금지해 왔던 동물과 사람의 세포를 혼합한 ‘동물성 집합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이식해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동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 지침을 개정하여, 인간의 iPS 세포를 쥐 배아에 넣어 췌장 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승인하였습니다.

키메라 장기의 연구가 성공하게 된다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는 하루 5.2명꼴로, 8년 새 곱절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6년 이후 해마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수를 줄일 수 있고, 혈액 속 다양한 면역 단백질을 바로 정제해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용 의약품이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을 이용하여 장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키메라 장기를 연구하기에 앞서 윤리적・사회적 논의, 법률적 논의들이 제기됩니다.

첫번째로 이종이식은 잔인하고 공여 동물의 복지를 무시한다고 동물권 옹호자들은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 1) 배아 단계에서부터 죽기까지 부자연스럽고 좁은 우리에서 살아야 하는 점, 2) 고통스럽고 침해적 절차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 3) 동물의 유전형질 변경 등이 이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유전자 연구에 대하여 캐나다 동물보호협회(Canadian Council of Animal Care, CACC)는 형질전환 동물들에 대한 특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고, 동물들에 대해 행해진 유전자 변경은 동물보호협회에 의해 승인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이종이식의 연구단계에서부터 공여 동물의 복지에 대해서 가이드 라인이 마련될 것이 요구됩니다.

다음으로 이종이식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돼지의 심장, 간, 폐, 췌장 등을 이식받은 자의 경우에도 여전히 실질적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요? 어느 범위까지 그 사람을 인간으로 또는 돼지로 볼 수 있을까요? 거꾸로 인간 유전 물질을 지닌 동물의 경우에 인간성(humanness)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이종이식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새로운 종, 즉 키메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일본문부과학성은 그동안 혼합 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거나 동물 자궁에 이식하는 것은 불법으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사람과 동물의 경계에 있는 애매한 생물이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이종이식은 장기이식에 자본주의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경시 풍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를 동물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자본의 규모에 따라 사람의 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에는 장기의 희소성으로 인해 선신청 우선과 필요의 급박성이라는 장기이식의 순서에 있어서 자본을 넘어선 원칙이 존재하지만, 장기를 생산해 낼 수 있게 된다면 지불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장기이식이 결정되어 오히려 비형평적인 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형평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종이식의 불법시장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종이식 불법시장은 지금의 장기이식 불법시장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이종이식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할 수 없게 되어 새로운 유전자 질병이나 전염병이 발생하여도 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적으로도 이종이식 수술에 있어서 환자의 동의 범위와 설명의무에 대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종 간의 이식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그 부작용이 발생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종 이식이 이루어진 경우 환자를 관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설명과 현실 간의 괴리가 점차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이종 이식의 부작용의 범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함에 있어서 의사가 이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환자가 이를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또한 환자를 계속 추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보호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또한 이종이식과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치료가 모두 존재한다면, 어떠한 경우에 이종이식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법률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서 논의했듯이 상업적으로 장기가 판매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법률적인 안전장치들도 필요합니다. 이종이식의 법적 문제와 규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박수헌 교수는 이종이식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할 때 담겨져야 할 내용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규율대상을 세포와 조직의 이종간 이식에 한정하고, 장기의 경우 안전성 확보 이후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법률’에서 밝혀둔다.
둘째, 이종이식은 세포나 조직, 장기 등 인체조직의 여러 부문이 관여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간 협조의 중요성을 ‘법률’에서 밝혀둔다.
셋째, 인간존엄성, 생명·자유·안전에 관한 권리, 환자의 동의, 프라이버시, 동의 후 환자의 철회, 환자 이외의 사람들(=주변인들)에 대한 제한, 전체로서 공중의 동의, 모니터링 메커니즘, 인간 요소를 함유한 장기의 판매가능성, 이종이식과 관련하여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 장기에 대한 공평한 접근 등의 문제를 ‘법률’에서 규정한다.
넷째, 이종이식에 의해 야기되는 국가 간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해결방안의 원칙을 ‘법률’에서 규정 한다.
다섯째, 이종이식의 (잠재적) 위험-편익분석(risk-benefit analysis), 이종이식 관련 위원회, ‘법률’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 등을 규정한다. 

박수헌.(2008). 이종이식의 법적 문제와 규제. 생명윤리정책연구, 2(1)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증가하고 있고, 장기의 공급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종 이식에 대하여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지만 이는 법적 규제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어서 해결할 수 있고, 반대로 이로 인해 달성하는 공익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앞서 논의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예방책 또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윤리적으로 동물들의 권리에 대하여, 인간이라는 정의에 대하여, 또한 새로운 의학적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권리에 대하여, 사회적 안전망에 대하여 이종이식을 앞두고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사회적 난제들은 과학적 연구 과제 만큼이나 많아 보입니다.

<참고 문헌>

건국대, 이식용 장기 생산 ‘메디 피그’ 연국 본격화, 데일리메디,2019-05-14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43015

박수헌.(2008). 이종이식의 법적 문제와 규제. 생명윤리정책연구, 2(1): 45-64

日 연구진, 쥐 자궁에서 인간 장기 만든다, 뉴스1, 2019-08-01 
http://news1.kr/articles/?3685702

장기이식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 하루 5.2명…장기기증자는 감소, 조선 닷컴,  2019-07-0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9/2019070900893.html

<이미지 출처>

https://stock.adobe.com

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장기를 만든다?”에 대한 1개의 생각

  1. 동물장기 또는 키메라 장기 이식이 야기할 수 있는 생명윤리적 쟁점이 잘 요약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장기를 이식받을 수 없어 이종장기가 아니면 생명을 연장할 수 없는 환자들의 상황도 함께 저울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까요? 그리고 이종장기는 인간 게놈을 변경하는 것도 아닌데, “공중”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