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해결의 실마리, 유전자정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8년 만에 특정되어 최근 뜨겁게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30여년 동안 보관 중이던 증거물을 지난 7월 국과수에 보내 재분석을 의뢰하여, 여기서 확인된 디엔에이를 대검 ‘수형자 등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유력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처제를 살해한 죄로 복역 중인 수형자로서, 2010년에 제정된 디엔에이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디엔에이법’)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에 그 디엔에이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특정이 가능하였습니다. 이처럼 유전자정보가 미제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떠오르면서, 2018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디엔에이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디엔에이법의 위헌성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유전자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범죄 예방과 해결이라는 공익 사이의 이익형량이 문제 됩니다. 오늘은 디엔에이법에서 수집하는 유전자정보의 특성과 디엔에이법의 위헌성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4월, 미국에서는 민간에서 가지고 있던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함으로써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이른바 골든 스테이트 킬러(Golden State Killer)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들이 디엔에이족보 사이트(GED Match: 지원자들의 공유로 만들어진 약 100만개의 디엔에이 크라우드 소스 데이터베이스)에서 연쇄살인마의 먼 친척으로 추정되는 디엔에이를 찾아내고 이 단서를 가지고 가족관계, 연령대, 위치정보 등을 조합해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 서비스와 공개 데이터베이스는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범죄 현장에 남겨진 디엔에이로 범인을 수색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가족 관계, 눈동자의 색상과 같은 외모 정보, 질병 등과 같은 의료정보까지도 상세히 밝혀내는 데 사용될 수 있어 범죄 해결에는 유용하지만 사생활과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란을 불러옵니다.

디엔에이에는 건강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 법 체제에서 디엔에이는 ‘인체유래물’로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하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은 인체유래물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연구대상자 등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며,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합니다 (생명윤리법 제3조). 또한 유전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해서는 안 되는 엄격한 정보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인체유래물”(人體由來物)이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ㆍ세포ㆍ혈액ㆍ체액 등 인체 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디엔에이(Deoxyribonucleic acid), RNA(Ribonucleic acid), 단백질 등을 말한다.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①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상ㆍ신념, 노동조합ㆍ정당의 가입ㆍ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이하 “민감정보”라 한다)를 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그러나 디엔에이법으로 취득하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의 디엔에이정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디엔에이법은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특정 염기서열 부분을 검사 분석 하여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취득하도록 합니다. 즉, 이 신원확인정보는 디엔에이 전체의 정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정보를 뺀 부분을 가공하여 개인식별정보로만 기능할 수 있는 특정한 코드 내지 패턴을 의미합니다. 디엔에이법은 이러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취득하는 디엔에이감식(디엔에이법 제2조 제3호, 제4호)을 거쳐,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체계적으로 수록한 집합체로서 개별적으로 그 정보에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됩니다(디엔에이법 제2조 제5호).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란 개인 식별을 목적으로 디엔에이감식을 통하여 취득한 정보로서 일련의 숫자 또는 부호의 조합으로 표기된 것을 말한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4호

따라서, 디엔에이법에서 채취되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중립성, 의존성, 공유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전정보가 포함된 디엔에이정보와는 다릅니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이며 종교, 학력, 병력, 소속 정당, 직업과 같은 정보주체의 신상에 관해 평가가 가능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중립성’을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는 정보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인적관리시스템에서 인적사항 등과 식별코드를 확인해야만 정보주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존성’이 있으며, 전후세대의 혈족들과의 공통된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유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디엔에이법은 위헌일까요?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두어 법률에 미비되어 있는 점들을 입법으로 보완하여야 할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채취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거나 영장발부에 대하여 불복하는 등의 절차를 두지 아니한 디엔에이법 제8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주거침입죄와 경합한 죄에 대해 형의 선고를 받아 확정된 사람 즉, 수형인으로부터 디엔에이 감시시료 채취할 수 있다는 조항(제5조 제1항 제4호의2, 이하 ‘채취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 영장 발부 후 불복할 수 있는 절차 등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은 조 항(제8조, 이하 ‘영장절차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수형인이 사망한 경우 데이터 베이스에 수록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직권 또는 친족의 신청에 따라 삭제하여야 한다는 조항(제13조 제3항, 이하 ‘삭제 조항’)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신체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지만, 영장절차 조항은 영장 발부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고, 영장 발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구제절차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여 재판청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데이터 구축을 통해서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공익이 크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디엔에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개인의 신체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수집과정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논문이 지적하고 있듯이, 디엔에이법에서는 아직 이러한 절차에 있어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우선적으로, 현재 디엔에이법(제5조)은 재범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까지 상습성과 집단성을 이유로 디엔에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피해의 최소성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영장 발부의 요건으로서 재범의 위험성과 같은 실체적인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엔에이법 제5조, 제6조 상의 청구이유 및 청구이유에 대한 소명자료 첨부 등 형식적 요건만 충족되면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주의가 유명무실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디엔에이는 민감정보로서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디엔에이의 소유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때의 동의는 동의능력을 가진 자가 정보와 설명에 근거하여 외부의 압력 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범죄 수형인이나 구속피의자의 경우에는 동의권 행사 면에서 취약층에 속하게 됩니다. 디엔에이법 제8조 제3항에서는 사전 동의를 규정하지만, 서면에 디엔에이의 채취· 이용 목적, 수집· 채취 항목,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채취대상자가 명확히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는 등의 유효한 동의를 얻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디엔에이법에는 디엔에이 수집 시나 목적 이외의 사용 등에 있어서 정보주체가 취할 수 있는 불복 절차 면에서 미흡하게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보주체가 정정요구하거나 열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수형인의 경우 일단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면 사망 시까지 보관되고, 삭제할 수 있는 다른 사유나 방법이 없다는 점, 디엔에이감식 방법에 대해 제2조 정의조항 이외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어 감식을 이유로 다양한 디엔에이검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체법상의 문제 또한 제기됩니다. 더욱이 디엔에이 채취, 수집, 검사로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 친족들까지 공통으로 신원이 노출된다는 면에서 동의의 대상자가 본인으로 그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유전자정보는 담고 있는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철저히 보호되어야 할 정보이지만 또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정보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유전자 정보의 활용성은 더욱더 높아져 갈 것입니다. 특히 범죄와 관련해서는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익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유전자 정보의 활용성이 더욱더 높아질수록 유전자 정보가 가지게 되는 개인정보의 양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앞서 지적되었듯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수집으로 침해되는 것은 디엔에이를 채취한 범죄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친족들에 대한 정보들도 포함된다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문헌> 

“화성 사건 결정적 열쇠 DNA법, 헌재는 왜 헌법불합치 결정 내렸을까”, 한겨레, 19.09.22

엄주희. (2019). 유전자 프라이버시와 적법절차 – 헌재 2018. 8. 30. 2016헌마344에 대한 평석 -. 저스티스, (173), 435-459

<이미지 출처>

pixabay.com


					

미제사건 해결의 실마리, 유전자정보”에 대한 1개의 생각

  1. 난해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었습니다.

    그런데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수집으로 침해되는 것은 디엔에이를 채취한 범죄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친족들에 대한 정보들도 포함된다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DNA법이 DNA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결과를 회보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 쌍동이가 아닌 이상 친족들의 권리는 그 조항으로 보호되지 않을까요?

    만약 위 조항을 어기고 예를 들어 국과수가 “범죄현장에 남겨진 조직과 DNA 데이터베이스의 xxx 는 DNA가 25%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놓아서 수사 당국이 3촌 관계에 있는 가족까지 수사를 한다면 당장 독수의 과실로 증거능력이 부정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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