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연구와 관련 법령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 등의 핵심기술이 각 지식분야에 적용되면서 기존의 연구와 다른 특징을 갖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명의료분야의 연구자들은 인간연구대상자나 인체유래물을 대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생명의료연구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특징을 갖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서 정밀의료연구는 방대한 양의 의료정보를 이용하여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의료분야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 그것도 인간의 신체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특징 때문에 정밀의료연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다른 법령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에서는 인간대상연구를 할 때 지켜야 할 규범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연구대상자나 인체유래물만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생명윤리법에서는 개인을 직·간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도 인간대상연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밀의료연구는 인간대상연구로 분류됩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처음 제정된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라는 정의조항은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생명윤리법은 배아나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과학기술 연구에 규범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는 이 법률이 제정되었을 당시 주목되었던 기술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새로운 기술과 연구가 등장함에 따라, 정밀의료연구도 법령의 관할영역으로 포괄할 수 있도록 정의조항이 개정되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5. 12. 29.> 1. “인간대상연구”란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거나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연구 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연구를 말한다.

– 이하 생략-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는 정밀의료연구의 중요한 연구자원입니다. 특히 이용하는 정보의 내용이 개인의 신체 및 건강과 관련되어 있는데, 의료정보, 보건의료정보, 개인진료정보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보통 이 정보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용어인 의료정보로 통칭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의료정보와 같이 개인의 건강에 관련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일정 조건 하에서만 민감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감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개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동의방법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에서 다룹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뿐만 아니라 생명윤리법 제16조에서도 동의방법을 제시하는데, 그렇다면 정밀의료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은 어느 법령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두 법령에서 사용하는 동의의 개념차이에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연구자는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 연구에 참여하게 될 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을 비롯한 여러 중요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정보주체에게 정보 이용 목적과 기타 사항 대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두 용어 모두 ‘동의’의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생명윤리법에서 말하는 동의개념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이용하고 있는 동의와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의 동의는 생명윤리학에서의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개념에 근거합니다. 법적인 맥락에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개념이 생명윤리학에서와 약간 다르게 이용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자들은 생명윤리법 제3조(기본원칙)와 제16조(인간연구대상자의 동의)를 비롯한 조항들로 해당 개념을 법조항에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이 후 연구자들이 최소한의 윤리적 규범으로서 법적 절차를 지키며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개념의 지향점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동의의 경우에는 의료정보를 이용하여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알고리즘을 실제 인간에게 적용하여 알고리즘의 결과를 검증하는 연구인 정밀의료연구에서는 사전적 의미의 동의가 아니라, 생명윤리학의 동의개념에 배경을 둔 생명윤리법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정밀의료연구는 생명윤리법에 속하는 연구 분야이지만, 기존에 생명윤리법의 영역에 포괄되는 분야의 연구와 약간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과 관계되어있고, 신체와 건강에 관한 정보이므로 의료법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재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개발되고 있는 기술을 이용하는 새로운 연구는 계속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마다 어떤 법령에 따라야 하는지, 다른 법령과 상충하지는 않는지, 기존의 법령이 갖고 있는 한계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분석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제의 시작은 항상 우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정밀의료연구와 관련 법령들”에 대한 1개의 생각

  1. 어떤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는 정보를 수집하는 맥락이 연구이냐 아니면 非연구(예를 들어 진료)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즉 전자라면 생명윤리법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후자라면 의료법/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될 것이고. 정밀의료에 필요한 자료는 연구를 위해서 수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료 맥락에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늘 생명윤리법상의 동의를 통하여 수집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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