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의사 대신 어깨뼈 수술을 하며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일명 ‘유령수술’이 문제가 된 사안인데요. 수술 전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가는 모습과 이후 집도의가 수술실에 사복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병원 내 CCTV에 포착되며 진실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의료진들이 수술실에서 전신마취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건,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로 수술하거나 주의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여 발생한 의료사고 등 수술실 내에서 환자의 인권침해 문제는 빈번히 발생해왔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는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오늘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법제화 현황 및 견해의 대립을 살펴보며,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안면윤곽 수술 중 지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시간 방치되어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권대희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은폐될 뻔했던 의료사고는 그의 어머니가 수술실에 설치된 CCTV를 열람하면서 병원 측의 부주의와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료사고 피해자 및 환자단체는 2018년 11월 22일부터 올해 4월 18일까지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과 수술실 안전·인권 보호를 위해서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달라며, 국회 앞에서 100일 동안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올해 5월 14일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법안 및 녹화 영상 보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동 발의자 10명 중 5명이 하루 만에 철회해 법안이 폐기되었다가, 6일 만에 공동발의자 15명의 서명을 받아 재발의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히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조차 오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에도 부의되지 못해 내년 4월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계류 중인 본 법안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측은 진료환경 및 환자와의 신뢰관계 저하를 근거로 수술실CCTV 설치를 반대합니다. 이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의료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위축된 진료행위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수술실에서 녹화된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출될 위험이 있어 의사와 환자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현재 법체계는 영상정보처리와 관련된 제한규정이 미흡한 상태이기 때문에 업무상 비밀누설 및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의료정보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더욱 심각하고 그만큼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닙니다. 환자안전과 의료사고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경제적 수익을 위한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될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응하여 의료사고 피해자⋅환자단체는 환자의 안전 및 인권보호를 근거로 수술실CCTV 설치를 찬성합니다.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범죄예방 방법은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라고 하며, CCTV의 범죄 예방효과를 강조합니다.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내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CCTV설치는 이러한 은폐성을 해소함으로써 유령수술이나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수술실 CCTV는 연구목적으로 캠코더를 이용해 의사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환자를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천장에서 수술실 전체에 대한 전경을 찍는 것에 불과하므로, 사생활 침해 정도는 심각하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의 일부를 살펴보면,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이나 환자 요청이 있는 경우 CCTV 촬영을 의무적으로 하고 촬영 영상은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사·재판·분쟁조정 등과 같은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제한규정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이와 같이 세심한 입법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수술실 내 촬영영상이 故권대희씨 사건과 같이 의료사고나 의료분쟁 진실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순기능을 강조합니다.

의료 분쟁에 있어 환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의료진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진료와 관련된 기록은 모두 병원 측에 있고, 전문영역인 의료행위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피해자 측이 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환자측이 불리할 수 밖에 없기에 구조상 의료계는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습니다. 수술실CCTV는 이를 해소하고 진정으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범사업으로 운영되었던 경기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려하는 문제점보다, 기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의 의료보건 정책으로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수술실CCTV 설치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전면 확대 시행하고 있으며, 환자의 84%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수술실에서 단계적으로 행해야 하는 일들이 원칙적으로 지켜지고, 수술실 환경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나 마취과 의사들이 동시에 두 개의 수술방을 관리하는 양방관장과 같은 의료문제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또한 CCTV 설치가 환자의 신뢰로 이어져 병원에 홍보효과를 가져오는 부수적인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병원이 활성화되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의료인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업에 종사하기 전 흰 가운을 입고 제네바선언을 합니다. 2500년 전, 의술의 윤리의식을 담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현대에 맞게 개정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나는 알게된 환자의 비밀을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라도 누설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 (일부 발췌)

최근 이 서약에 반하여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부터 관습처럼 묵인해왔던 의료계의 문제들이 가시화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술실CCTV 설치는 이러한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25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의술의 윤리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현대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의 유연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기대해봅니다.

<참고문헌>

-김민지,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고찰’, 의료법학, 20권 1호, 2019, 109-132pg

-경기일보, ‘이재명 지사 핵심정책, 수술실 CCTV 등 법제화 갈 길 멀다’,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6666, 2019.7.23.

-국민일보, ‘수술·응급실에 CCTV 설치하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1131001, 2018.9.12.

-한국일보, ‘수술실 CCTV 설치 필요할까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181598321344, 2018.9.18.

<이미지 출처>

http://newslabit.hankyung.com/article/20190528209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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