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서울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분만실에 올라온 여성을 신원확인도 않고 계류유산(임신 중 태아 사망) 환자로 착각해 마취를 하고, 의사도 별다른 확인 없이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최근에 병원에서 환자나 수술부위 착오로 엉뚱한 수술을 하는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환자안전주의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환자안전주의경보는 환자안전법 제16조에 따른 경보로, 보건복지부장관이 환자안전사고가 새로운 유형이거나 환자안전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보건의료기관에 발령한 주의경보를 의미합니다. 환자안전주의경보는 지침에 따라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보건의료기관들이 학습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환자안전법에 대해 알아보고, 환자안전사고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들을 경감하기 위해서 어떠한 제도들이 필요할 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가 세계보건총회에서 환자 안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였고, 2004년에는 세계환자안전연합(World Alliance for Patient Safety)을 구성하여 환자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세계 각국의 나라가 환자안전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환자에게 정맥에 투여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Vincristine)을 뇌척수강 내로 잘못 투여하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을 2015년 1월 28일에 제정하였고, 하위법령을 마련해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의료와 관련된 불필요한 위해의 위험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것’을 환자안전의 목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환자안전법 제2조 제1호에서 “보건의료인이 환자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자안전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고”를 환자안전사고라고 하고, 동법 동조 제2호에서는 “환자안전사고를 예방 및 재발방지를 행하는 모든 활동”을 환자안전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를 의료오류, 위해사건, 의료과실, 의료과오, 의료사고, 의료분쟁, 적신호사건으로 나누어 과실로 인한 환잔안전사고들을 자율보고 및 보고 · 학습시스템을 이용하여 예방하고자합니다. 이번에 발령된 환자안전주의경보도 이러한 예방 시스템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나 수술부위의 착오 등 환자안전사고의 원인은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과실에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안전사고는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입니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발생한 환자안전사고에 있어서 이를 대응하는 의료진 및 의료기관의 대응방식을 보았을 때, 사고 이후의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도 입법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안전사건이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의료인 및 의료기관 측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47.1%)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사전조정제도의 미흡(26.6%), 의료기관에 대한 평소의 불신(10.2%) 등의 순이었습니다. 또한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하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 및 보호자 측에서는 발생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인 및 의료기관 측에 의심 및 적대감을 품게 될 소지가 높고, 이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하면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거나 매우 폐쇄적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환자안전사고는 그 어떠한 의료소송보다도 많은 사회적 비용들을 발생시킵니다.  

미국은 각 주들에 사과법(Apology law) 및 디스클로져법(disclousure law)을 통해서 이러한 환자안전사건 발생 후 의료분쟁 및 의료소송의 감소, 분쟁 비용의 절감, 분쟁해결기간의 단축 등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사과법은 보건의료 제공자와 환자가 환자안전사건과 관련하여 사과 및 유감을 표한 내용이 의료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률을 의미합니다. 의료진들이 환자 측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민사적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과법은 1990년대 미국에서 의료 오류보고와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고안되었습니다. 미국은 사과법 제정 이후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환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결과에 관하여 사건 발생 초기에 설명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정직하며 개방적이게 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디스클로저(Dislosure)란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음을 알리고 그에 대한 설명 및 원인 조사, 조사에 따른 결과 안내, 보상 제공, 재발방지에 대한 내용 등을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디스클로져법은 환자에게 발생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대해 디스클로져를 수행하도록 법제화하여 구체화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한 환자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입법은 환자안전사고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간에 정보 비대칭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러한 갈등들, 그리고 오랫동안 환자안전사고와 관련하여 환자들에게 생긴 전문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과 의료인들의 안전사고 발생 뒤 사과를 하거나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는 발뺌하는 경직화된 문화를 입법적인 정책을 통해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환자안전법은 어떨까요? 우리 환자안전법의 시스템은 자율보고의 형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고를 촉진하여 학습 경험의 공유와 비슷한 사건의 발생경향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율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의 개정이 요구되고 있고, 실제로 2018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계류중인 상황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사고의 공개 및 설명 등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환자안전사고의 내용을 공개하고 경위를 알리는 등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위로, 공감, 유감의 표현 등은 의료분쟁 또는 중재의 과정에서 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의 책임에 대한 증거로 할 수 없다는 미국의 사과법과 유사한 개정안이 제의되기도 했습니다. 

환자안전사고는 조금의 주의와 집중을 기울이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는 또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100% 막아낼 수 없고, 이미 발생한 사고에 있어서 이러한 사고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으로 빚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어떠한 책임을 물을 것인가 만큼이나 사고에 대처하는 방식,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 문화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안전법의 개정안을 통해서 안전사고를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성숙한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참고 문헌> 

환자 신원·환부 확인 부실…‘사람 잡는 수술’ 잇따라, 서울경제, 2019.12.16.
 https://www.sedaily.com/NewsView/1VS3HPYRF9

이원, 박지용, 장승경. (2018). 미국의 사과법 및 디스클로져법의 의의와 그 시사점. 의료법학, 19(1), 81-111.

신재명, 조기여. (2018). 현행 및 개정안 환자안전법의 자율보고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고찰. 문화기술의 융합, 4(2), 33-42.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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