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지난 시간에는 미래의료 플랫폼으로서 원격의료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원격의료의 전면적인 도입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련 제도의 세밀한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행 의료법에서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제34조가 유일합니다. 의료법 제34조의 원격의료 조항은 시행된 지 십여 년이 넘었지만, 원격의료의 실질적인 활용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원격의료의 전면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0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에 대신하여 정부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추진하며 강원도에 전반적인 원격의료를 허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하였고,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마지막 의료기관까지 철회의사를 밝히며 현재까지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의료비 상승 및 대형병원쏠림 문제를 제기합니다. 원격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IT기술을 겸비한 의료기기나 네트워크 사용료 지출이 불가피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거대한 초기 지출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의료민영화를 야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술과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리적 접근성이 있는 동네 의원이 외면되어 경제적 이유로 붕괴되면 의료 접근성이 하락하게 되는 악효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실질적인 효율성 관점에서 문제를 지적합니다. 원격의료는 시범사업 단계에 있으며 아직 완전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만큼 정보전달체계에 있어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의료정보는 통신망을 거쳐 전달되는 수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와 직접 접촉해야 알 수 있는 합병증을 간과하여 오진이 이뤄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원격진료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땅이 매우 넓은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며 그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인구밀도 세계 2위로 원격의료를 위한 사회적 비용보다 제도의 실효성이 더 클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오히려 도입 이후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해 사회적 매몰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격의료가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주장합니다. 정보처리체계를 거치면서 해킹을 통해 개인의 의료정보가 유출되거나 침해되는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해당 부분을 규정하는 입법이 없기 때문에 법적 공백을 사회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원격진료는 의사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셀프케어는 약물의존성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보장할 수 있는 세밀한 법제화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원격의료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34조(원격의료)

①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②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③원격의료를 하는 자(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④원격지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이하 “현지의사”라 한다)인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에도 불구하고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과거 국회에 발의되었던 개정안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했습니다. 이외 세부적인 사항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실질적으로 원격의료와 관련한 입법은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할 것입니다. 제34조 제1항의 의료인의 범위와 제2조의 의료인의 범위는 다른데, 이는 원격지에서의 원격의료를 활용하기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정입니다. 원격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주체는 실질적으로 간호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원격의료의 의료인의 범위에는 간호사를 제외하는데 실질적으로 의사가 아닌 의료인의 경우에도 의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인을 포함하는 것이 제도의 활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격의료가 악용될 우려 역시 법제화를 통해 제도의 안정성을 추구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원격의료 정보전달체계에 맞춰 의료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의료정보 유출 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여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약물의존도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환자의 셀프케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원격진료 및 모니터링에 따른 처방과 관련한 규정을 보다 엄격히 설정하고, 전산화하여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관점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병행해야 합니다. 원격의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에 막대한 초기비용이 소모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재정을 우선해 제도의 도입을 망설이게 되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의료기술과 IT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며 건강 증진 및 필수의료의 안정적 보장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개척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닌 다양한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추진해야 할 사회적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법 개정은 원격의료의 실질적 활용과 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왔던 원격의료는 산업의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를 거쳐 의료와 관련된 부분을 세심하게 법제화 하지 않은 단계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축이 되어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의료계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불완전한 원격의료를 도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듭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원격의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의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입법을 통해 합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충분한 대화와 협의 과정을 통해 의료계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을 병행해야 장기적인 제도의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기영, ‘원격협진과 관련한 원격의료의 개념과 법적 과제’, 의생명과 법, 2017

-박윤형 외 5명,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제도 도입에 대한 법적 사회적 적합성 고찰’, 한국의료법학지, 2013.

-매일경제, ‘[매경춘추]미래의료 플랫폼’,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12/1094162/, 2019.12.30.

-메디게이트, ‘복지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의료법 위반 투성,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에 방문간호사 처방전 대리수령·약 배달까지’, http://medigatenews.com/news/3690587419, 2019.08.21.

-etnews, ‘실생활 접목 블록체인 기술… 이미 우리 곁에!’,

http://www.etnews.com/20191218000304, 2019.12.18.

<이미지출처>

ak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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