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 데이터 연구와 후향적 조사방식

정밀의료 연구의 연구자원은 의료 빅 데이터입니다. 정밀의료 연구의 일반적인 방법과 목적은 궁극적으로 수많은 양의 정보로 기계 학습을 통해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현재 국내에서 정밀의료를 하는 연구자는 보통 대형병원이나 공공기관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정보이용에 있어 법제도적으로 일원화된 구체적인 규정은 없습니다. 현재 가능한 대안으로서 연구기관들은 각 기관만의 표준 운영 절차 (SOP, Standard Operation Procedure)를 만들어 연구를 심사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의료정보 이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의료 빅 데이터 연구의 연구방법인 후향적 조사방법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연구는 조사 방법에 따라 크게 전향적 연구와 후향적 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는 연구시작 시점부터 일정기간동안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관찰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임상시험(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하는 연구)이 대표적인 전향적 연구입니다.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는 전향적 연구와는 다르게 연구 시작 이후로 만들어지는 자료가 아니라, 과거의 자료를 연구 자료로 이용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연구 중에 연구자와 연구대상자가 반드시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칙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는 연구대상자에게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습니다. 연구자는 연구대상자에게 동의를 받기 전에 연구의 목적은 무엇이고,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연구로 인한 자료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사용할지에 대해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전향적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연구자료가 생기기 전에 연구대상자에게 동의를 받고, 연구자료에 대한 이용은 연구대상자가 이미 동의 한 내용 안에서 가능합니다. 전향적 연구에서 나오게 될 연구자료는 특정 연구 계획 아래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죠. 반면 후향적 연구에서는 특정 연구 계획과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는 기록이 연구의 주요 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면, 개인 의료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에서는 대부분 연구계획과 무관하게 과거에 의료적 목적으로 생성된 자료를 이용하게 됩니다.

과거 의료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병원에 방문했던 환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환자에게 나중에 개인 의료 정보가 연구에 이용될 수 있음을 알리고 동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 연구계획이 세워져 있다면, 필요한 정보의 조건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러나 의료 빅 데이터 연구에서 필요한 정보의 수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주체의 수를 의미하는 만큼, 수많은 개별 환자들을 일일이 직간접적으로 만나 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거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인원 수 압박으로 인해 형식적인 동의로 그치기 쉽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 나중에 개인 의료 정보가 연구자원으로 이용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떤 연구에 이용될지 당시에는 설명할 수 없지만, 추후 연구 목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주체의 입장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된다 해도 어떤 연구를 위해 자신의 정보가 사용될지, 추후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정보는 주로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가장 많은 의료정보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마 대학병원일 것입니다. 대형병원에는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내원합니다. 대학병원은 의학 및 간호학을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진의 교육과 연구를 일차적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는 자신의 진료과정에 학생들이 참관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어도, 암묵적 동의를 했다고 간주됩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의료정보도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암묵적 동의 항목에 포함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진료 기록 열람은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적법한 사람과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 합니다. 예외적으로 연구대상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기관연구심의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을 받아 정보이용에 있어 정보주체의 동의를 면제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도 생명윤리법에 따라서도 정보이용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정보주체 또는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계속 동의 관련 문제는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21조(기록 열람 등) ①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추가기재ㆍ수정된 경우 추가기재ㆍ수정된 기록 및 추가기재ㆍ수정 전의 원본을 모두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6. 12. 20., 2018. 3. 27.> ②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09. 1. 30., 2016. 12. 20.>

의료법 제21조 中,

의료 빅 데이터를 연구자원으로 하는 연구의 특징은 후향적 조사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동의와 관련해 필연적으로 처음 제공한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2차 목적 이용’ 및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제3자 제공’ 문제가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연구목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물리적이므로 저장과 복제가 용이한 정보 자체의 특징도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연구와 산업의 연계로 인해, 공익적 목적으로 제공한 개인 의료 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빅 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증가하면서, 기존 개념의 재정의 및 새로운 개념의 도입 그리고 법제도의 제개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는 암색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개념과 법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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