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미디어와 의료인, 쇼닥터

백수오, 어성초, 시서스, 새싹보리, 크릴오일……. TV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서 소개되어 유행했던 건강식품들입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전 시간대에 TV를 틀면, 시청자들을 위한 다양한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나옵니다. 특정 식품이나 약재에 대해서 설명하는 영상이 나온 다음, 의료인들이 나와서 그 효능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또는 의료인들이 직접 특정 식품이나 약재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채널을 돌려 홈쇼핑채널을 틀면 방금 전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식품이나 그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종 방송매체에 출연한 의료인들이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어떤 효능이 있다고 언급하면, 곧바로 홈쇼핑채널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두고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연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의사나 한의사가 출연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고, 해당 방송이 가지는 파급력도 커졌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몇몇 의사와 한의사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넘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정보 프로그램들이 상업화되고 방송출연을 상업적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일부 의사나 한의사들이 등장하면서 ‘쇼닥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쇼닥터는 방송(show)과 의사(doctor)가 합쳐진 단어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시술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의미합니다. 오늘은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의료인들 중 특히 쇼닥터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5년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스스로 쇼닥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발의,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의료인이 방송 등에 출연하여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하여 잘못된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 규제를 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2015년 의료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년에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3의2호는 건강, 의학정보에 대하여 거짓 또는 과장하여 제공하는 행위를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 중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거짓 또는 과장된 건강, 의학정보를 제공한 의료인은 의료법 제66조 위반으로 최대 1년까지의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합니다. 

의료법 제32조(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 ① 법 제66조제2항에 따른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15. 9. 15.>
3. 거짓 또는 과대 광고행위
3의2. 「방송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방송,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ㆍ제2호에 따른 신문ㆍ인터넷신문 또는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정기간행물의 매체에서 다음 각 목의 건강ㆍ의학정보(의학, 치의학, 한의학, 조산학 및 간호학의 정보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대하여 거짓 또는 과장하여 제공하는 행위
  가. 「식품위생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식품에 대한 건강ㆍ의학정보
  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호에 따른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건강ㆍ의학정보
다. 「약사법」 제2조제4호부터 제7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의약품, 한약, 한약제제 또는 의약외품에 대한 건강ㆍ의학정보
라. 「의료기기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ㆍ의학정보
마. 「화장품법」 제2조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화장품, 기능성화장품 또는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건강ㆍ의학정보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쇼닥터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가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작년 9월까지 대한의사협회에서 한 명에게 회원권리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7명의 한의사에게 회원권리정지 처분을 내렸을 뿐입니다. 두 협회의 관계자들은 “수술 잘못처럼 국민 건강에 결정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발언만으로 보건복지부에 면허정지를 요구하기 힘들어 자체 징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는 회원권리정지입니다. 하지만 협회 회원으로서 가지는 권리만 정지될 뿐 의사 내지는 한의사 면허가 정지되지 않아서 방송 출연은 물론 진료 행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을 두고 정부의 미흡한 관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서 현재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단 3명뿐입니다. 지난 4년간 쇼닥터 문제가 근절되었기 때문에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거의 없는 것일까요?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어느 한의사의 발언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작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쇼닥터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에 올랐습니다. 이 한의사는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회원권 정지 징계를 3차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경고 등 주의조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송에 출연하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 중인 또 다른 전문의는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홈쇼핑에 출연해 방심위에서 8번(주의 5건, 권고 2건, 경고 1건)의 심의제제를 받았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의료인의 홈쇼핑 출연 심의제제는 총 19건인데, 그 중 무려 8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해당 전문의도 여전히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의사면허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쇼닥터가 크게 문제가 된 2015년 이래로 의료계와 정부에서 쇼닥터 근절에 나섰지만, 쇼닥터가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고 홈쇼핑에서 이를 판매하는 일은 여전합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년 동안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쇼닥터가 언급하는 건강기능식품이 동시간대에 홈쇼핑에서 판매된 사례는 39건이라고 합니다.

쇼닥터 문제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증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이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시청률을 높이기 위하여 방송사들이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예능의 성격을 더하면서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들이 종종 포함되고 있습니다. 전문성보다 오락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건강정보 전달보다는 대중적인 인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쇼닥터와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방송제작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방송제작진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고 쇼닥터는 경제적 이익을 얻습니다.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ㆍ한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의 장점을 소개한 뒤 홈쇼핑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영리를 취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로 인해서 쇼닥터 근절에 있어서 방송제작진의 협조가 없으면 협회의 노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방송국에 한의사 출연 섭외시 해당 한의사가 쇼닥터 관련 윤리위원회 징계 등 문제는 없는지 한의사협회에 정보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셋째, 솜방망이 처벌과 정부의 미흡한 관리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이 유명무실합니다. 협회에서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자정 노력을 하여도 쇼닥터를 처벌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와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2017년 10월에 보건복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쇼닥터로 방송매체 등을 제재조치 하는 경우 복지부에 통보하여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2019년 9월까지 단 한 건의 통보도 없었습니다. 방송심의위원회가 모니터링 과정에서 쇼닥터를 적발해도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거나 심의제제 사실을 통보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직접 보건복지부가 방송심의위원회에 심의제제 요청을 하여서 쇼닥터가 잘못된 건강, 의료정보를 전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2015년 맥주 광고 24건에 대한 심의제제 요청 외에는 2019년까지 방송심의위원회에 심의제제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쇼닥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 나설 수 있음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쇼닥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전문가 집단인 협회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볼 때,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일견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전문가집단인 협회에서 징계를 한 경우에도 정부에서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쇼닥터 문제에 대해서 처벌 규정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윤리적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입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당시에 이를 통해서 의료계 내에서 자정작용을 기대하며 제도적으로 처벌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쇼닥터 문제가 크게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법적 강제성이 더 강화되는 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쇼닥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협회 차원의 징계가 아닌 정부 차원의 제재가 필요합니다. 또는 정부와 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의 감시기구를 통하여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쇼닥터를 제재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관계기관이 서로 협조하도록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등 현행법상 미비한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인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보건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방통위·방심위 등의 방송 관련 기관과 의료인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모니터링·처분을 연계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잘못된 건강, 의학정보가 파급력이 큰 방송매체를 통해서 전달되었을 경우, 부작용 및 과잉치료 등을 유발하여 국민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를 단순히 의료인 개인의 윤리 문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의학적 지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의사와 한의사들이 전문가로서 방송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하여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쇼닥터들로 인하여 올바르게 방송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의사와 한의사들이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로 인한 혼란이 야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신뢰받는 의료인들의 말은 대중의 뇌리를 파고들기 때문에 쇼닥터 문제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문가 집단인 의협과 한의협이 스스로 쇼닥터를 제지했음에도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가해 근절을 가속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의료인의 윤리를 지키기 위한 쇼닥터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문헌>

신현영. (2015). 쇼닥터,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 자정노력. 의료정책포럼, 13(2), 80-86.

대한의사협회,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

김치중 기자, “TV서 건강정보 과장 버젓이… ‘쇼닥터 징계’ 무용지물 왜?”, 한국일보, 2019.09.16.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9111288774090

정윤식 기자, “‘쇼닥터’ 방관한 복지부?…방통위와 합동모니터링단 구성하나”, 메디칼업저버, 2019.10.21.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889

고신정 기자, “말 뿐인 쇼닥터 근절규정, 실제 처분 1건도 없어”, 메디칼업저버, 2017.10.11.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309

이에스더 기자, “물파스로 중풍 예방?” 쇼닥터 금지법에도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2019.09.17.https://news.joins.com/article/23578717

김소리, ‘의사가 권하고 홈쇼핑이 판다?’ 여전히 극성인 ‘쇼닥터’, 일요신문,, 2019.10.31.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51949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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