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의 장기 이식이 가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

사각형입니다.

우리나라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에서는 장기 매매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제3자에게 주거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의 장기를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기로 하는 것은 모두 금지되는 것일까요?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 이식이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법 제26조 제3은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 이식에 대하여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기이식법 제26조 제3>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제11조 제4항에 따른 16세 이상의 장기기증자와 20세 미만인 사람 중 골수를 기증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장기 등의 이식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의 가족에게 골수를 기증하려는 경우 외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미리 국립장기이식관리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장기이식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임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임에 따라 <장기이식법 시행칙 제23조 제2항 제2호>는 「장기 등 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아니하여 법 제7조에 따른 금지행위(장기 등의 매매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장기기증업무안내서>에 따르면, 「타인 간 이식대상자를 지정하여 기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증자와 이식대상자 당사자 간 관계가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와 진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하여 승인하여야 한다.」 고 하여 장기 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장기이식법에서는 이식대상자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고 위임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안에서는 장기 등을 이식하려는 자가 이식대상자의 가족이 아닌 경우, 어떤 관계를 이식을 가능한 관계로 볼 수 있을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최근 2018.6.1에 선고된 2017구합1591 (대전지방법원판결) 판결은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러합니다.

신장이식이 필요한 A와, 그러한 A와 내연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B가 있습니다. 내연녀라고 주장하는 B는 국립 장기이식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A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살아 있는 자의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질병 관리본부장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 있는 자의 장기기증 업무안내서의 규정에 따라 ‘A와 B가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 ’ 는 이유로 내연녀 B의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서 제시한 기준, 즉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행해진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라는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은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규칙으로서,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2018.6.1. 2017구합1591. 대전지방법원 판결) 따라서 장기이식법 시행규칙에 따라서 ‘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될 것’ 이 이식자 선정의 기준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이 판례는 살아 있는 자가 장기 등을 이식하기 위해서 이식대상자와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여야 할 필요까지는 없으며, 다만 이식대상자와 기증자 간의 관계가 명확할 것이 필요하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의 ‘살아 있는 장기기증자의 정신·사회 심리적 연구’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생체장기이식 건수는 높은 편입니다. 2015년 GODP 에서 발행된 통계 결과, 한국의 신장이식 비율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으며, 간장 이식 비율은 세 번째로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교적 높은 생체 장기 이식 건수에 비하여, 법률에 의한 구체적인 이식 가능 요건이나 제도적 기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후 관리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EULID(Euro Living Donor project) 프로젝트를 통해 살아 있는 장기기증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있고, 이후에는 ELIPSY (Euro Living Donor Psychosocial Follow-up) 프로젝트를 통해 기증자들 삶의 질에 대한 장기추적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기증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의학적 평가와 동의에 관한 도구를 개발하고 이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장기기증 후 추적 조사를 1-2년으로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장기 이식 가능한 자의 기준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 등에 위임하고 있어 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장기 이식자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외국의 입법례와 제도를 참고하여 살아 있는 기증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윤리적이고 건강한 장기 이식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참고자료>

-2018.6.1. 2017구합1591. 대전지방법원 판결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의 정신.사회.심리적 기준 연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2018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불승인 취소, 2019. 7.18, 법률신문https://m.lawtimes.co.kr/Content/Case-Curation?serial=154542

-장기이식관리업무안내, 보건복지부, 2016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 이식이 가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에 대한 1개의 생각

  1. 위에서 언급된 하급시 판결을 읽을 때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 판결은 법령의 위임을 받지 않은 “장기기증업무안내서”가 국민을 구속하는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결론일 뿐이므로, 만약 복지부장관이 A와 B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장기매매에 해당한다고 보아 여전히 거부하게 되면 다시 소송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장기 이식 가능한 자의 기준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 등에 위임하고 있어 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가장 상위규범인 법률에서 매우 자세한 기준을 세세히 담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보다 하위 법령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자세한 기준을 담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이 사례는 법규로서의 효력이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담았어야 하는 기준을 법규의 효력이 없는 “장기기증업무안내서”에 담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보입니다.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