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법, 새로운 치료기회의 장이 될까

지난해 8월 2일, 국산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이 국회에 제출된지 3년만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본 법률안을 통해 첨단재생의료의 안전관리 및 지원체계를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의료패러다임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오늘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인 첨단재생의료법의 제정과정과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첨단재생의료법의 제정과정은 2016년 6월 14일 김승희 의원의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발의에서 출발합니다. 같은 해 11월 9일 현 행정안전위원회장인 전혜숙 의원이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심화됩니다. 이후 2017년 8월 28일에는 정춘숙 의원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을 제시하며 첨단바이오의약품 및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2018년 8월 16일 이명수 의원이 관련 법안들을 통합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합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2018년 9월 11일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 상정만 되고 공청회 등을 통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며 계속적으로 미뤄지게 됩니다. 2018년 12월 13일 법안소위를 통해 마련된 공청회에서 처음으로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와 민간 관계자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하며 본격적인 법안 검토를 거치게 됩니다.

법안이 발의되고 약 2년4개월의 기간 동안 검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결과, 2019년 3월 28일 보건복지위원장의 대안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통합되어 상임위원회에 상정되고, 7월 3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8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됩니다.

첨단재생의료법의 골자가 되는 내용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첨단재생의료를 통해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거나 대체하는 연구를 활성화하고, 유전자 치료제 같은 첨단 바이오의약품 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즉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의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하여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허가심사를 신속히 한다는 것이죠. 대신 무분별한 연구 및 허가를 방지하기 위하여,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는 의사의 책임과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국가 소속 심의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질환의 경우에 세포 재생치료를 허용하고 생물학적 특성을 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조작만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기회의 장으로 보이는 첨단재생의료법의 제정은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의 첨단재생의료법안은 ‘보건복지부’에서 다뤄지고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은 ‘식약처’를 거치며 비슷한 법안을 서로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다보니 효율적으로 법안을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관련부처를 통합하며 분산되어 있던 기존의 규제 및 관리 체계를 통합한 현재의 법안은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의 기술적 향상과 실용성을 증진시켜 희귀·난치성질환을 치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기술혁신과 실용화 방안에 치우쳐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우려는 3월 28일 통합 법안이 상임위원회 상정된 후, 3월 31일 발생한 ‘인보사 사태’로 인해 심화됩니다. 인보사의 정식명칭은 인보사케이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주성분은 연골세포로 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성장인자가 포함된 세포를 무릎 관절강에 직접 주사하여 절개⋅마취⋅수술 없는 치료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주사 1회로 퇴행성 관절염의 통증을 2년 이상 완화시킴으로써 효과 역시 뛰어나다고 해서, 2017년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후 2019년 3월 31일 판매중지까지 3770여명 환자가 시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라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해당 성분인 신장세포는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되었습니다. 식약처는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에 주성분 2액의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자료를 요구하며, 식약처 자체 시험검사를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및 미국 현지실사 등의 추가 검증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보사의 2액 주성분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는 다르게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되었고, 허가 당시 코오롱은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2019년 5월 식약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습니다. 현재는 시술받은 환자들 중 일부가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암이 발병하는 피해를 입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보사 사태는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의 심사가 완화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즉, 첨단재생의료법의 골자가 되는 내용은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을 해쳐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례가 있는만큼 첨단재생의료법에서 나타나는 완화된 심사 및 허가 단계로 인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본 법안의 핵심은 ‘무분별한 규제의 완화’가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대 10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보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기준을 제공하려 합니다. 일본의 재생의료등위원회나 유럽의 첨단의약품위원회(CAT)와 같이, 첨단재생의료에 대해서는 식약처 등 공무원의 판단이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강화하는 체제를 따온 것이죠. 또한 전문성을 겸비한 심사는 위험성에 따라 규제강도를 달리 할 수 있기에, 고위험군이나 중요도가 높은 분야에 있어 더욱 엄격하고 강화된 심사 및 관리를 거칠 수 있어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임상시험과 관련하여 전문위원회를 통해 체세포는 저위험군, 성체줄기세포는 중위험군, 배아줄기세포는 고위험군으로 구분하여 위험할수록 검증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위험군에 획일적인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고위험군에서는 안전성 확보가 불투명한 문제점을 첨단재생의료법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68년 골수이식을 시작으로 의료행위로서 시술되어 오던 재생의료는 지속적으로 의료산업의 새로운 태동을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첨단재생의료는 기존 신약이나 의료기기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기술들을 기반으로 하는 신개념 치료제로, 최근 선진국들은 재생의료에 특화된 국가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추세에 따라 재생의료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국민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누릴 수 있도록 첨단재생의료법을 제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제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효율성을 위해 첨단재생의료법을 둘러싼 우려는 충분히 고려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며 앞으로 나아감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고 보완하며 발전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해봅니다.

<참고문헌>

-보건뉴스, ‘전혜숙 의원 발의, 첨단재생의료법 본회의 통과’,

http://m.bokuennews.com/m/m_article.html?no=179177, 2019.8.3

-사이언스라이프, ‘인보사 사태 – 사건의 전말’, http://thesciencelife.com/archives/3472, 2019.5.22

-프레시안, ‘인보사 사태가 한국 바이오산업에 끼칠 충격적 파장’,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0635&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2019.5.13

-김현철⋅윤이레, ‘첨단재생의료법안 도입의 주요쟁점’, 과학기술과법, 10권 1호, 2019,

39-46pg

-전혜숙 외, ‘첨단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 모색 2017 제약·바이오포럼’, 2017

<이미지출처>

http://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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