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 : 예비논의

일반적으로 개인의료정보는 의료기관에서 정보주체인 환자와 의료전문인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개인의료정보가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행위입니다. 그러나 의료정보는 진료를 하고, 의료적 처치를 하는 것 외에 연구나 상업적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자원으로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료정보는 건강과 관련된 산업에서 기초자원으로 떠올랐으며, 활용에 중점을 두고 상업적 이용에 대한 사회전반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의료정보를 이용한 연구와 산업계와 연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관련하여 고려해봐야 할 문제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연구대상자가 연구참여에 동의하고 연구에 참여할 때, 연구자와 연구대상자는 물질적인 보상을 교환하지 않습니다. 이는 연구참여가 공익적 목적을 위한 일종의 희생 또는 기증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살아있는 인간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은 같은 인간을 수단으로 여기는 행위와 다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 연구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구대상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인체 또는 인체 일부를 이용하는 연구에서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상호거래가 아니라, 희생 또는 기증의 관점으로 보는 이유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살아있는 사람 또는 인체의 장기, 조직, 세포 등이 거래의 대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무리 공익적 목적으로 하는 연구라 하더라도 연구대상자에게 직접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는 최대한 연구대상자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는 방법으로 연구를 하고, 연구기관에서는 사전에 피치 못할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도 인간대상연구에 속하므로 개인의료정보를 이용하는 연구에서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정보도 연구대상자의 선의에 바탕을 둔 기증을 통해 연구에 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연구를 하는 학계와 수익사업을 하는 산업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연구는 공익적 목적으로 수행되지만 그 결과는 다른 공익적 목적을 위한 연구 외에도 산업계의 사업 활동에도 이용될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밀의료연구를 통해 인공지능-로봇 의사가 탄생한다면, 산업계에서 많은 상업화 시도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 회사에서 더 나은 인공지능-로봇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 경쟁하게 되겠지요. 의료정보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했을 때, 상업적 이용에 공익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발전된 기술이 있는 사회에 살고, 그 기술을 이용하는 것도 일종의 공공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자원이 된 정보가 애초에 공익적 목적으로 기증된 정보라고 한다면, 누군가가 기증된 정보를 이용해 수익창출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또는 정보를 이용해 발생한 수익이 정보주체에게 분배되어야 하는지? 분배할 경우, 어떻게 분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됩니다. 특히 정보이용에 대한 부가가치가 정보제공자에게 분배될 경우, 기존에 기증에 기반을 둔 동의개념은 적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적으로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에서 고려해야 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환자, 연구대상자는 정보의 주인이지만, 혼자서는 의료정보를 생성할 수 없습니다. 의료정보는 전문인과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됩니다. 다음으로 의료정보는 정보주체의 정보이나 환자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관리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의료정보를 진료목적이 아니라 연구 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중에 정보유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정보사용자는 연구 또는 상업적 이용으로 인한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유출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습니다. 간접적으로는 정보제공자가 동의를 철회함으로써 정보를 이용하기 어렵게 될 수는 있습니다. 반면 정보주체의 경우 이익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지만, 유출에 대한 일차적·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낮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정보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은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는 연구윤리라는 안전망이 없는 상업적 목적의 정보이용에 불안감을 야기합니다. 개인의료정보가 상업적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려면, 산업계에서 정보윤리와 공적으로 신뢰받는 정보 관리 체계가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의료정보에 상업적 이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이유는 일차적으로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상업적인 모습에 대한 거부감 자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제했을 때 생각해봐야할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존에 인간대상연구에서 기증에 바탕을 둔 동의개념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동의개념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유출될 우려가 있음에도 공익적 목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애초에 기증에 기반한 동의개념과는 목적이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둘째, 의료정보로 막대한 수익창출을 하는 경우, 정보주체에게 그 수익이 배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수익분배문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목광수.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방안 모색 동의가 아닌 합의 모델로의 전환.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2. 1(2019): 1-19
  • 이한주. 환자의 동의와 자율성의 법적ㆍ윤리적 고찰 – 개인의료정보의 이용과 관련하여. 강원법학. 42(2014): 347-380
  • KBS 경제타임. “[경제 인사이드] ‘데이터 3법’ 개인 정보 ‘보호vs활용’?”. 20200113.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61485&ref=A
  • 파이낸셜뉴스. “서울시, 빅데이터 통합저장소 만든다”. 20191106. https://www.fnnews.com/news/201911061752235436
  • ZDNetKorea. “”금융, 의료 등 10개 분야 데이터 기반 혁신”…빅데이터 플랫폼 출범식”. 20190722. http://www.zdnet.co.kr/view/?no=2019072215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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