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A는 핸드폰에서 Pager 어플을 실행합니다. 어플 내에서 예방접종 서비스를 선택하고, 인근에 위치한 의사들의 리스트를 핸드폰으로 찾아봅니다. A는 6년 이상의 의료 경력이 있는 의사B를 선택합니다. 의사B는 A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점심시간에 맞추어서 A의 회사를 방문하기로 합니다. A는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서 별도로 회사에 휴가를 쓸 필요도 없고,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Pager는 몸이 불편한 환자가 모바일로 진료 요청을 하면 인근의 전문의가 주택을 방문해 진료를 보아주는 서비스입니다. 미국은 Uber 와 같은 사업모델이 여러 분야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사의 왕진을 요청하거나 영상통화로 의료 상담, 의약품을 배달해주는 Pager와 같은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헬스케어 분야의 우버(Uber for Healthcare)”라 부릅니다. 오늘은 미국과 일본 전역에 확대되고 있는 왕진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소개 되었듯이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왕진 의료 서비스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친숙한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Heal, Pager, Mend 등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닥터 하우스 콜(doctor house call)’ 회사들이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병원 이용이 어려운 환자보다 ‘시간적 비용’을 중시하는 환자가 주로 왕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직장인 중 80%는 업무로 인해 예방적 치료(독감접종 등)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업무에 바쁜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왕진을 의뢰하고 있으며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도 상당 부분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는 다르게, 일본의 경우에는 초고령화사회에 맞춘 왕진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미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일본은 거동장애 환자가 늘어나고 고령 환자 입원비가 전체 국민 의료비의 40%를 넘어서자 왕진 의료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왕진 의료 서비스의 경우 환자가 굳이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집에서 방문진료·간호를 받으면 의료비가 병원 입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 왕진서비스를 대폭 확대하여 의료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되는 왕진 의료 서비스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을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O2O 서비스를 활용하여 모바일로 편리하게 의사를 부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입니다.
020서비스: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온라인의 잠재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사업 모델을 의미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왕진서비스는 이와는 다르게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방문하기가 어려운 고령의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사업 모델은 차이가 있지만, 왕진 의료 서비스의 확대가 앞으로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편의성을 높이고,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왕진 서비스는 정확히 어떠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왕진 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과 편리함입니다.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인의 수는 제한적이고, 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위해 동네에 작은 병원에 가더라도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왕진 서비스의 확대는 이러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어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또한 응급실을 가야 하는 경우에도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여 의료비 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편리함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왕진을 하는 일반 의사는 자신의 일정에 따라서 근무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추게 되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여 병원에서 보다 장시간의 환자진료를 제공하여 진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왕진 의료 서비스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왕진의 경우 의사가 환자들의 각 집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동시간과 교통비라는 새로운 비용이 창출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왕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도시 지역 위주의 환자에게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왕진 서비스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이 ‘이동’에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의사가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제한적이게 될 수 밖에 없고, 의사의 입장에서보면 오히려 왕진 의료 서비스는 비경제적이라는 점에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시설이 아닌 곳에서 제공 가능한 진료는 제한적이고, 진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서와 동일하게 대응할 수 없기때문에 의료사고에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왕진서비스의 단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을 보았을 때 왕진서비스의 점진적인 확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일본과 같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노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또한 2026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기에다 거동이 힘든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아동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현재 응급실 부족, 입원 병실 부족을 안고 있는 병원들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왕진서비스의 확대로 인해서 입원을 줄이고, 더불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왕진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왕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올해부터 ‘왕진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는 의료법 제33조에 의하여 왕진서비스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12월 11일에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 5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방문요양급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왕진서비스가 확대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①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2.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3.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4.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5.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5(방문요양급여)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를 직접 방문하여 제41조에 따른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18. 12. 11.]
국가법령정보센터
물론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왕진 시범사업에 따른 왕진을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왕진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하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환자이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 맞는지 판단은 의사가 합니다. 조건에 맞는 환자라면 재진부터 왕진할 수 있고, 거리 제한은 없지만 의사는 일주일에 15회 넘게 왕진을 할 수 없습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왕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약 처방의 경우 전자처방전이 불법이기 떄문에 환자 보호자가 의료진을 따라서 동네의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야 합니다.
아직 의사 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왕진의료의 수가를 계산하는데 있어서 논쟁이 있고, 이러한 왕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적인 실정입니다. 그러나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이 깨진 왕진 시범 사업은 미래의 의료서비스의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왕진 의료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어 미국과 같은 모델로서 의사와 환자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매칭 되는 왕진 서비스의 출범과 환자의 집에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료할 수 있는 개선된 효율적인 의료서비스의 미래를 기대 해봅니다.
<참고 문헌>
임지연. (2019). “헬스케어 분야의 우버”를 통한 왕진(on-demand doctor house call) 서비스 최근 동향. 의료정책포럼, 16(4), 86-89.
오영인, 임지연, 강태경. (2019). 일본의 재택의료 현황과 시사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 (), 1-173.
美·日 왕진서비스 확산…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의사가 집으로, 매일경제, 2018.9.17.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9/583856/
이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진료받는다, 시사저널, 2018.12. 24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303
의사 왕진가방 다시 골목 누빈다, 중앙일보, 2019.12.27.
https://news.joins.com/article/23666674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의사 선생님이 환자를 직접 집으로 방문하는 “왕진”이라는 것이 귀하지 않은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과거의 한 장면이 된 진료방식이 다시 소환을 받는군요.
의료의 발전으로 시민들은 장수를 누리고, 시민들이 장수를 누리면서 이번에는 의료가 변화를 요구받는 이 상호작용, 정말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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