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 : 보호 와 활용

의료정보는 처음부터 의료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의료정보를 의료적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정보 보호에 중점을 둔 입장과 정보 활용에 중점을 둔 입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보호 입장과 활용 입장 모두 유출, 조작, 오남용 등 정보 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로 인한 개인 사생활 침해(Invasion of Privacy)가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점입니다. 사생활 침해는 정보 이용자가 아니라 정보사용에 동의한 개인에게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보호 입장과 활용 입장의 대응은 조금 다릅니다. 두 입장 모두 데이터 관리체계(Data Governance)를 구축하여 정보를 수집, 분석, 그리고 이용하고자 합니다. 다른 점은 보호 입장에서는 정보이용에 동의한 정보주체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역동적 동의를 지향하는 반면, 활용 입장에서는 식별정보를 비식별 처리하는 익명화, 가명화 등의 기술에 초점을 맞춘 동의 면제를 지향합니다.

먼저 확장된 의료 정보의 이용에 앞서 보호에 더 초점을 맞춘 입장에서는 기존 동의 개념을 수정함으로써 정보주체의 권리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기증에 기반을 둔 동의에서 정보주체가 정보이용에 동의할 때, 정보주체는 정보를 이용 여부에 대해서 허락하거나 거절하는 수동적인 의사를 표명합니다. 또한 정보주체가 정보를 기증했으므로 정보이용에서 금적적인 수익이 나온다 하더라도 기증에 기반을 둔 동의에서는 정보주체에게 물질적 이익이 공유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학자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안합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정보이용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보주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확장합니다. 예컨대 충분한 정보에 의해 개인은 자신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포괄적 동의를 할지 역동적 동의를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 분석, 활용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의 정정과 삭제 청구권을 보장하고자 합니다.

활용에 더 초점을 맞춘 입장에서는 익명화, 가명화, 비식별화 등의 개념을 만들고, 개인정보에서 식별정보를 제거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올해 1월 9일 국회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주목해야 될 부문은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에서 개인정보를 식별 가능성에 따라 식별정보, 식별 가능성이 있는 정보, 그리고 가명정보로 나누어 정의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4. 3. 24., 2020. 2. 4.>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가목 또는 나목을 제1호의2에 따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하 “가명정보”라 한다) -이하 생략 –

[시행일 : 2020. 8. 5.]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현재 인간대상연구에서의 동의(Informed Consent)는 사전동의를 전제합니다. 데이터 3법 개정에서 ‘가명정보’라는 개념의 도입의 목적은 통계작성, 공익적 연구, 그리고 공공의 기록보존에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정보를 수집, 분석,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 의료 빅 데이터를 이용할 때, 수많은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2차 목적 이용과 제3자 제공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데이터 3법 개정은 신산업 육성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가명처리를 복호화 하는 작업이나 다른 정보와의 결합을 통해 개인 재식별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활용에 중점을 둔 입장에서는 가명화 기술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정보이용자가 재식별할 의도 없이 가명처리된 상태에서 이용하면, 정보주체에게 미칠 사생활 침해 피해를 예방하면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재 충분히 신뢰할만한 기술로 가명처리 되었다고 해도, 미래 발전한 재식별 기술에 의해서 식별가능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이용에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배제하고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보이용에서 정보주체가 정보이용자에게 가지는 신뢰를 깨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일반시민과 정보이용자 사이의 신뢰가 깨지게 되면, 식별정보가 필요한 연구의 경우 아무리 공익적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보를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정보를 이용할 때, 공익적 목적이 상업적 목적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며, 상업적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업적 이용, 2차 목적 이용, 그리고 제3자 제공 등 개인의료정보의 이용이 점차 확장될 때, 보호와 활용 모두가 염두해야 될 것은 바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료정보의 주인인 개개인과 그들의 신뢰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전자정보 뒤에 실재하는 사람을 고려한 4차 산업혁명이 역동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 목광수.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방안 모색 동의가 아닌 합의 모델로의 전환.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2. 1(2019): 1-19
  • 이한주. “환자의 동의와 자율성의 법적윤리적 고찰”. 강원법학. 42(2014): 347-380
  • 정책위키 한눈에 보는 정책 – 데이터 3법. 20200110. http://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67915 (방문일 : 2020년 2월 27일)
  • 중앙일보. “정부·기업 반기는 데이터3법, 내 개인정보 가져간다는데···”. 20200109. https://news.joins.com/article/23678516
  • 블로터. “데이터3법, 왜 익명 아닌 가명정보를 쓰게 한 거지?”. 20200115. http://www.bloter.net/archives/367887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 : 보호 와 활용”에 대한 1개의 생각

  1.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의 유용한 활용은 접점을 찾기가 어렵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이슈입니다. 이번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개인의 동선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공중보건이라는 커다란 공익을 위하여 조금 양보해야 한다는데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명정보의 활용도 확률상 불가능하지 않은 재식별의 위험이 있더라도 과학적 연구등 목적으로 이용되는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다면 그것이 충분한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입법부가 만드는 법이 원래 그러한 국민적 합의가 있음을 전제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비로소 시험된 것처럼 데이터 3법도 앞으로 실제로 운용되면서 국민이 쉽게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인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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