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2020년 3월 26일,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와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는 ‘Statement On COVID-19:Ethical Considerations from a Global Perspective’, 즉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세계적 관점에서의 윤리적 고려 사항’을 주제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성명서는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급성 감염병에 대응하며 세계적인 생명윤리의 성찰과 대응을 필요로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명서에서 주목하고 싶은 항목은 3번 항목입니다. 3번 항목은 ‘weaknesses of the healthcare systems’와 ‘allocation of resources’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적인 전염병은 각 국가 의료 시스템이 지닌 약점과 강점은 물론 의료에 대한 장애물와 불평등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 자원의 배분과 강력한 공중보건 시스템은 정부의 안건에서 가장 중요시 해야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제적인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거시적 분배 수준에서의 선택은 치료 시점 수준(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에서 자원의 미시적 분배에 불가피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선택은 치료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훨씬 더 도전적이고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의료 자원의 거시적, 미시적 분배는 정의, 유익성, 형평성의 원칙에 기초할 때만 윤리적으로 정당화됩니다. 자원이 부족할 때 환자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임상적 필요와 효과적인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절차는 투명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이는 의료 자원을 편파적이거나 자의적인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을 막고, 도덕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그에 따라 배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의료수요는 증가하는데 가용할 수 있는 의료 자원에는 한계가 있을 때, 자원 배분에 대한 결정은 누가 내릴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정의, 유익성,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료자원 배분의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일수록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의료 자원을 배분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23일, 전 세계의 의사들과 학자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자원 배치 방식을 설명하는 일련의 윤리지침 논문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먼저 온 환자를 치료하는 통상적인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나이가 어리고 기존의 건강 문제가 적은 사람들 중에서도 중증인 환자를 우선 치료하라는 내용 등이 의료자원 배분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에제키엘 엠마누엘 펜실베니아대 의학 윤리 보건 정책학부장은, ‘살릴 수 있는 인명의 숫자와 이를 통해 늘어나는 수명’ 측면에서 ‘효용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이들을 고려했을 때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는 불가침적 기본권인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생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부딪힙니다.

의료 자원을 배분의 문제는 분명 어려운 문제입니다. 의료 자원을 배분하는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그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정하는 것조차 결국은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치료 성공의 가능성, 치료 후 생명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 치료 후 건강한 삶을 살 아갈 가능성 등은 모두 자원 배분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어떠한 가치를 우선으로 두느냐에 따라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생명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야합니다. 치료할 사람과 치료할 수 없는 사람을 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지양되어야 할 가치판단이며, 이에 대한 최소한의 명확한 기준은 결국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끊임없는 의료 자원 배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 다양하고 심층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저야 할 때입니다.

<참고자료>

Statement onf Covid-19-Ethical considerations from a global perspective,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코로나19: 살릴 자와 죽을 자를 결정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민”, 2020.5.2. bbc코리아

“코로나19 사태 계기 의료자원 배분기준 논의 시동”, 2020.5.7. 홍지혜, 법률신문

“의료보장과 자원배분의 딜레마”:, 2012.11.19. 김의태, 초이스경제

코로나19 위기의 의료윤리학 : 하버드의대 생명윤리센터 Christine Mitchell과의 질의응답,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의료윤리의 원칙들-정의의 원칙”, 2016.1.11. 후생신보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1개의 생각

  1. “모든 사람의 생명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라는 명제는 그 자체로 틀린 명제는 아니지만, 필자가 상정하고 있는 극한적인 상황, 즉 의료자원이 모든 사람에게 배분될 수 없다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예컨대 인공호흡기 숫자가 환자 숫자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명제가 어떤 답으로 연결되나요? 병원에 도착한 순서대로 배분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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