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죽음과 호스피스 완화의료

Palliative/Hospice Care Picnic | Milwaukee VA Medical Center | Flickr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동반하는 두려움 역시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이 의미 없게 된 환자들은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기에 죽음이 주는 두려움을 더 크게 느낍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학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호스피스는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아프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 준 것이 시초가 되어, 현재에는 불치질환의 말기 환자에게 총체적인 돌봄(care)을 제공하는 것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완화의학이란, 제한된 삶의 시간을 가진 환자들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감염과 같은 급성 질환에 의한 사망이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의학이 발달하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암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죽음으로 향하는 고통의 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를 완치하는 것에 중점을 둔 기존의 의학과 달리 완화의학은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인 문제까지 포괄하여 환자를 중심으로 남은 생을 care 하는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둡니다.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자는, ‘의사 2인이 기대여명을 6개월 미만으로 인정한 환자’로서, ①적극적인 항암치료의 시행이 환자의 경과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되며, 환자의 전신상태가 악화되는 말기암 환자 ②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으면서 악화되는 시기에 있는 말기 만성질환자 ③ 본인이나 법적 대리인이 호스피스 서비스에 동의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화사회로 변모되어 2025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 인구가 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호스피스는 1960년대 수녀회에서 시작한 강릉 갈리바 의원을 시초로 합니다. 이는 아시아에서의 최초의 호스피스로 알려져 있지만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2002년,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 사업이 계획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제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제도화가 본격화되었으며, 2015년 7월, 이것이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건강보험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및 2017년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 사업이 확대 되는 등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 가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나라의 호스피스는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다가 이제 막 본격적인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관련 인프라, 즉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호스피스 제공기관은 105개소, 1,314 병상 정도이며, 이는 필요 병상 수로 추정되는 2,500 병상에 비추어 현저히 적은 수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팀 단위의 활동이 기본인 만큼 필수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지방의 경우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운영하지 못하는 기관이 있을 만큼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인식 역시 선진국과 비교하여 미비한 수준입니다. 2017년 기준, 국내 암 사망자 수 대비 호스피스 이용률은 22.0% 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미국 52.0%, 영국 46.8%, 대만 39.0% 인 것과 비교해 아직은 낮은 수준입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시스템이 아직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떨어지는 것도 낮은 이용률의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에 따라 수명이 연장되어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질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국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2015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세계 죽음의 질’ 순위 보고서에서는 호스피스를 처음 제도화한 나라인 영국이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1967년 런던에 세워진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시작으로 국민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영국은, 말기 암 환자의 95%가 호스피스를 이용할 정도로 호스피스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으며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자원봉사자가 전국에 12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로 꼽힌 대만 역시 호스피스 의료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15년 기준 말기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며, 암을 비롯한 루게릭병, 노인성 치매 등 8개 질환 환자의 호스피스 비용을 모두 정부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대만호스피스재단이 정부와 함께 호스피스 인프라 확산을 이끌었는데, 전국 19개 메디컬센터(종합병원급) 가운데 16곳에 호스피스병동이 마련되어 있고, 특히 그 중 매케이의과대학병원의 호스피스병상 수는 63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합니다. 병동 내부에는 피아노와 소파, TV, 책장 등이 놓여 있어 환자들에게 심적인 안정을 주도록 하였고,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전담하도록 한 것 역시 호스피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입니다.

이렇듯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죽음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완치를 목표로 하는 기존의 의학으로도 죽음만큼은 피할 수 없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수명이 연장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 오늘날,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발달하는 것이 삶과 죽음의 균형을 맞추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적 틀이 비교적 최근에 완성된 만큼, 양질의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대만과 같은 나라의 제도를 참고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질이 더 높아져 죽음을 더욱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출처>

호스피스 완화의료서비스 제도개선 방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

죽음의 의미와 결정에 관한 법윤리적 고찰, 법학연구소, 2017

한국 호스피스의 과거, 현재, 미래, 홍영선, 2008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역사, 김창곤, 2019

영국에선 말기암환자 95% 호스피스 이용, 한겨례, 2017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818850.html

[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3부 ①] 대만 ‘품위 있는 죽음’ 국가적 배려… 법·시설 亞 최고, 국민일보, 2016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32587&code=11132400&sid1=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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