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미래의료의 플랫폼

2000년대 초반까지도 환자가 헬스케어를 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의사를 대면해야 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고 의료기관에서는 정보를 관리하며, 환자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건강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즉,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질병을 지닌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한 대응적⋅사후적 성격이었죠. 하지만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떠오르며 의료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란 개인의 건강과 의료에 관한 정보 및 시스템을 다루는 산업분야로, 건강관련서비스와 의료IT가 융합된 종합의료서비스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한 환자의 정보 관리로 질병의 예방⋅건강증진과 맞춤형 의학을 통한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며, 예방적⋅능동적인 의료행위로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이 되는 ‘원격의료’를 소개하고, 미래의료 플랫폼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원격의료란 ‘상호작용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원거리에 의료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원격의료의 종류는 크게 원격지-의료진 간의 원격자문,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격자문’이란 의사가 멀리 떨어진 현지 의료인에게 의료과정과 관련한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상담하고 자문을 하는 것으로, 2002년 의료법을 개정하여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격모니터링’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해 상담 및 교육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격진료’란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진료행위를 의미합니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에만 허용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원격모니터링 및 원격진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국내 최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28년 전인 1988년, 서울대병원과 연천보건소 간 원격영상진단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2002년 3월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 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2010년 4월 처음으로 18대 국회에서 원격진료의 핵심인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하였지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한 차례도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나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야당과 의료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신하여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산간지역과 같은 의료 취약지에 거주하는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2006년 7월 의사 환자 간 시범사업으로 이루어진 바 있지만, 개정법이 통과되지 못하며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고 맙니다. 즉, 대면진료가 원격진료의 전제조건이 됨으로써 원격의료의 실질적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 2.2명, 일본 2.3명, 중국 1.8명으로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은 늘고 있지만, 의사가 심각하게 부족하여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속칭 ‘3분 진료’라고 불릴 만큼 긴 대기시간에 비해 짧은 진료시간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의 한계를 넘어 한 명의 의사가 담당할 수 있는 환자 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 진료할 수 있는 현재의료시스템은 생활 속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추적진료가 가능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용이해진 의료접근성은 오지나 산간지역까지 미치지 못하는 공공의료제도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원격의료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파급효과를 가집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할 경우, 건강보험은 1조5000억원⋅환자본인부담금은 1조2000억원⋅교통비는 1350억원이 절감되며 연간 총 2조8159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가 개선되면 향후 5년간 직접적으로 총 3조7896억원의 부가가치가 기대되고, 간접적으로는 9조8603억원의 생산이 유발되어 14만30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IT 역량과 융복합해 상당한 시너지가 나타나 일자리 창출 및 해외진출과 같은 순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격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민간전문위원과 관련 정부부처 합동으로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제9차 회의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4차 산업혁명 기반 헬스케어 발전 전략’을 발표하며, 세계 최초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를 선정하였습니다. 규제자유특구란 기업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 진출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특별 구역을 의미합니다. 강원도는 바이오 및 의료기기 분야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험준한 지리적 특성상 면적대비 1·2차 병원이 부족하여 의료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하여 관련 부문 규제특례를 부여해 원격의료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 및 의료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내 오지에 거주하는 당뇨⋅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자 중 주기적 검진이 필요한 재진 환자에 한하여 1차 병원에서부터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합니다. 이러한 규제특례는 민간 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 전 과정을 실현함으로써, 향후 효율적인 법제화의 필요성을 실증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원격의료가 이미 다양하게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전반적인 원격의료를 허용하며, 허용 대상이 되는 질환에도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중국 역시 2014년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며,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사에게 진료, 검사,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원격의료는 미래의료 플랫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핵심사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원격의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여 보완하고,법제화를 통해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시간에는 원격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정순형 외 1명, ‘의료법상의 원격의로 제도에 관한 고찰’, 한국컴퓨터정보학회논문지, 2012.

-김민지 외 3명,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의료 정책 및 법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 원격의료제도 활성화를 위한 검토를 중심으로 -’, 법학논총, 36권, 35-79pg, 2016.

-박종렬, ‘원격의료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2008.

-김진숙 외 3인 공저, ‘원격의료 정책 현황 분석 연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 2015.

-한의신문, ‘원격의료 등 58건 규제 풀린다’,

http://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35857, 2019.7.24.

<이미지출처>

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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