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활용과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데이터 3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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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핀란드 정부는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중앙화하는 칸타(Kanta)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핀란드어로 뿌리·근본이라는 뜻을 가진 칸타에서 비롯된 칸타 시스템을 통해 핀란드 국민들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온라인으로도 손쉽게 열람하고 처방전 갱신과 같은 간단한 진료는 원격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7년 12월, 2023년까지 핀란드 국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50만 명의 유전자를 수집하고 분석하겠다는 계획인 이른바 ‘핀젠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핀젠 프로젝트는 칸타 시스템에 저장된 환자의 의료기록과 핀란드 국민들의 바이오 유전자 정보를 모아 놓은 바이오뱅크의 유전자 정보를 결합하여 새로운 의료 데이터를 생성해 개개인에 특화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에 달해 북유럽의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로 꼽히는 핀란드는 이러한 헬스케어 산업을 통해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의료 빅데이터 산업을 성장시키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헬싱키시는 2014년부터 원격의료시스템 스타트업인 비디오 비지트사와 함께 고혈압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 노인 환자 1000여 명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 해에만 900만 유로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약 450개에 달하는 헬스케어 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핀란드의 핀젠 프로젝트와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입니다. 특히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데이터 통합을 통해 헬스 케어 산업을 이끈 것이 성공의 핵심입니다.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1명의 유전자 진료기록과 라이프로그(life log)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통합하는 것은 민간 주도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의료 데이터와 관련한 한국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료 빅테이터는 각각 3조 4,000억 건과 3조 건으로 그 양이 적지 않으며, 의무 기록 보급률 또한 92%로 세계에서 1위 수준이지만,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 등으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의료정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월 9일,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데이터 3법, 즉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개정법의 핵심 내용은 첫째,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명정보’ 개념의 도입, 둘째, 관련 법률의 유사·중복 규정의 정비와 추진체계를 일원화 하는 등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효율화, 셋째,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 강화, 넷째, 모호한 ‘개인정보’ 판단 기준의 명확화입니다.

데이터 3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호법’의 개정 내용을 보면 데이터 3법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뜻하는 ‘가명정보’의 경우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하는 것을 허용하고,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가명정보를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에서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이러한 가명정보의 도입과 활용은 데이터 3법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기업들이 빅테이터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정부가 헬스케어와 관련된 데이터를 중앙화함으로써 기업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역시 정부의 주도로 헬스 케어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차세대의료기반법’을 공표하여 데이터의 익명 가공을 통해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의료분야의 연구와 개발을 목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의료데이터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배려를 요하는 개인정보’로 규정함으로써 의료정보를 빅테이터화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데이터 3법의 통과가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의료데이터를 활용하여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데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데이터 3법의 통과는 빅데이터를 의료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의료 정보의 수집·활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핀란드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에게 개인의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을 줬으며, 보안성과 투명성을 강조하여 국민들이 정부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데이터 3법의 통과를 계기로 한국에도 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어 헬스케어 산업 발전의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데이터 3법 통과: 의료 데이터, 개방을 넘어 활용으로」, 삼정 KPMG 경제연구원, 2020

“21세기 원유 ‘빅데이터’…핀란드 성공 비결은 국민신뢰”, KBS NEWS, 2019.2.9

“노키아 빈자리 헬스산업으로 채운다.” 중앙시사매거진, 2019.5.13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25886

“고령화 맞서 헬스케어 키운 핀란드…국민신뢰 얻어 의료정보 규제 풀어라.”, 이데일리, 2019.5.2

“데이터 3법 개정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법률실문, 2020.5.15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6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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