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바이오법, 유전자 치료제를 향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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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유전자 치료제란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부에 투입하여 증상을 고치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을 말합니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는 혈액응고인자 유전자가 결핍돼 출혈이 잘 멎지 않는 혈우병, 신경세포에 대한 독성을 없애는 효소 유전자가 결핍돼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 등 치료법이 없는 희귀·유전 질환이나 퇴행성·난치성 질환의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널리 상용화된다면 많은 난치병 환자들의 삶을 기적처럼 바꿀 수 있는 만큼, 유전자 치료제는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3세대 바이오 치료제입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8일, 우리나라에서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일명 ‘첨생법’이라고 불리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줄기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와 심사, 관리, 규제 등을 완화하는 법률입니다. 첨생법은 치료방법이 마땅치 않은 희귀·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심사 절차를 거친 병원에 한해 그동안 안전성 문제로 금지되어 있던 줄기세포배양을 통한 시술을 임상 목적으로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암, 희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효능이 증명된다면 임상2상(100~200명의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과 단기 투약에 따른 부작용을 평가하고,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 후 임상3상 시험(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것)을 받지 않고 조기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허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체와 같이 사람으로부터 유래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백신, 세포치료제 등의 바이오의약품을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첨단바이오재생법은 한마디로 말해 유전체 치료제 개발의 허들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기존의 의료법·약사법의 허가·안전관리 제도가 2세대 치료제인 합성의약품을 중심으로 설계된 탓에 유전자 치료제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첨단의약품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2014년 줄기세포 치료제 회사 코아스템이 루게릭병 치료목적으로 개발한 ‘뉴로나타-R’ 이 유일합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여러 부작용과 기술 개발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로 판매로 이어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첨단바이오재생법의 시행을 계기로 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첨생법을 가장 환영하는 사람들은 희귀, 난치병 환자들입니다.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비록 그것이 완벽한 치료제가 아닐지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고,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기에 법률의 시행을 누구보다 반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첨단바이오재생법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첨단바이오재생법이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부추기고 안정성 없이 제약회사의 이윤 창출을 강화하는 법률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임상3상 시험을 생략하고 조기 허가를 가능하게 하는 ‘신속처리대상 지정’에 관련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임상2상 시험에서 수 백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약의 효능과 안정성을 검증하지만, 전문가들은 100~2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약의 효능을 완전하게 증명할 만큼 충분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한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면밀하게 관찰하기에는 짧은 기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품질 관리를 담보한 후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제2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았으나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는 중에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품목허가를 취소받은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시민사회와 종교단체 등은 이러한 인보사 사태를 예로 들며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포 채취부터 장기추적조사까지,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전 주기에 걸쳐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환자 안전에 관한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고,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하며,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누구나 마음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환자의 안전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목적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치료목적이 일치하는 때에만 재생의료 치료가 가능하고, 임상 연구 역시 의사의 책임과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시급성, 안전성, 유효성 등에 대해 국가 소속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포 분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엉뚱한 세포가 되거나, 세포가 과다 분열해 암세포가 될 수도 있으며. 조직 내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유전자 치료제가 갖는 여러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전자 치료제에 거는 환자들과 의학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유전자 치료제가 암, AIDS, 유전병, 신경계 질환 등 수많은 난치병의 궁극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대상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환자의 생명과 인권을 중시하는 임상시험이 수행된다면 고통받는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의 삶이 기적처럼 변화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첨단바이오재생법이 그 첫 단계를 마련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유전자치료제 개발 및 규제동향」,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

「유전자 치료의 현황과 전망」, 변종희, 가천의과대학교 생명과학부, 2005

“희망과 우려 교차하는 첨생법, 난치병 치료 기회 확대 VS 국민의 안전 위협 우려”, 중앙시사매거진, 2020.08.03

“첨생법 시행 한 달 앞으로, 의료 혁신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중앙시사매거진, 2020.08.03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에 바이오기업들 속도전”, 메디파나뉴수, 2020.09.16

“유전자치료제 시대 오려면 ‘고비용-면역반응’ 숙제 풀어야”, 동아사이언스,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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