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연구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에서 의생명과학의 발전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특히 인체유래물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은 인체유래물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이해되나요? 사실 저는 ‘인체유래물’이라는 말이 참 낯설었습니다. 인체유래물이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 세포, 혈액, 체액 등 인체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RNA, 단백질 등입니다. 인체유래물은 의생명과학 연구 발전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연구 대상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인체유래물을 많이 확보하는 문제는 의생명과학 발전에 분명히 기여하는 바와 상관관계를 이룰 것입니다. 인간을 연구의 대상으로 할 때 윤리적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는 만큼, 인체유래물에 대해서도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간과 인체유래물 등을 연구하거나,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으로 목적으로 한다.”(제1조)고 하여 연구를 위한 인체유래물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늘은 인체유래물에 대한 윤리적 쟁점과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작성자:] viva0624
죽음 앞에서 밝아지는 삶의 의미
생명윤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의도치 않게 ‘죽음’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죽음의 순간을 생각했을 때 삶의 가치나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 등에 대해 더욱 명료해지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러 책들과 논문들을 통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제가 보는 책들마다 ‘죽음의 5단계’에 대해 인용하며 죽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생명윤리 논의의 장에 관련이 된 분들이시라면 아마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했던 죽음의 5단계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녀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를 ‘부정과 고립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의 5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주목할 만한 환자의 모습들을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그 방법과 고민할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계속 읽기 “죽음 앞에서 밝아지는 삶의 의미”
조류독감 사태가 보여 준 우리 사회의 취약성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박사과정 김지경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 사태가 진정되는 것 같더니 다시 뉴스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말 충북 음성에서 시작하였으니 벌써 4개월 차에 들어서고 있네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류 독감을 역대 최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조류독감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류독감의 사태는 관련 종사자들처럼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일반인들도 체감할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특히 계란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집집마다 계란을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21세기에 전쟁보다 무서운 재앙이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재앙이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을요. 오늘은 조류독감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감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박사과정 김지경
다사다난한 2016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올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특히 12월 한 달 동안 저를 가장 긴장시켰던 사회적 이슈는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뉴스에서 독감이니 수족구니 어린이들에게 전염병이 돈다는 소식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긴장이 됩니다. 특히 이번 독감유행의 양상은 이전의 양상과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는데요. 첫째로 독감의 발생시기가 앞당겨졌습니다. 대부분 1월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는 기존 독감과 달리 올 해는 약 한달 이상 이르게 주의보가 발령했습니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면에서,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하는 독감 유행은 많은 이들을 우려하도록 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 중지’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둘째로 인플루엔자 감염의 연령층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번 독감은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감염이 덜하고, 학생들에게서 크게 확산되었는데요. 이 집단을 비교해 보면 노인층은 무료예방 접종대상이어서 예방접종률이 높은 반면, 학생층은 예방접종률도 낮을 뿐 아니라 주로 집단생활을 한다는 차이를 갖습니다. 이런 독감유행의 양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제에 대해 고민하도록 합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이 비도덕적 진료행위인가?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박사과정 김지경
요즈음 광화문 광장은 매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끝없는 국정농단과 정부의 후안무치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와 허탈감을 표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지요. 그런데 광화문 촛불집회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기 얼마 전인 2016년 10월 15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였습니다. ‘죽음’이나 ‘절망’을 상징하여 불의에 저항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검은색.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모여서 암울한 시대를 애도하면서 죽음의 투쟁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검은 시위는 폴란드의 ‘검은 월요일’ 시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되었습니다. 왜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비장한 각오로 거리에 모였을까요?
시위가 있기 전인 2016년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처벌강화’에 관한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사용, 대리수술 등 8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한 행위를 통해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구체화하고 이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이 법안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되면서 여성계와의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낙태 수술은 불법입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 269조 1항) 그러나 모자보건법에 따라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산모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인 정신 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특정 감염병에 걸린 경우,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근친상간인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입니다.(모자보건법 제 14조) 이번에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낙태수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논란이 제기되었습니다. ‘태아의 생명권이 소중한가?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중요한가?’가 이 문제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생명공학기술’은 인간들의 모습과 삶을 어떻게 바꿀까?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박사과정 김지경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될 만한 가장 위험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트랜스휴머니즘’이 미래의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첨단 과학의 발전, 특히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본성마저도 변화시키는 영향력 때문에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우리의 본질을 위협하며,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인간의 후예, 즉 포스트휴먼의 새로운 역사를 예고한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생각을 막을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기꺼이 반기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현재보다 나은 존재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병에 잘 견디기 위해서, 노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정신적인 강인함을 갖기 위해서 등. 인간은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추구해왔습니다. 기존 정의에 따르면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나 진화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이 기존의 인간을 규정하는 어떤 정의로도 설명이 되지 않을 때, 트랜스휴머니즘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은 인간의 능력이 진화의 방향을 정의하고, 제어하지요. 오늘은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마무리 = 삶의 완성
무릇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그에게 주어진 생애 속에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목적에 대해 각각의 가치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동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치는 상하가 있을지언정, 우리는 그들 각자가 고유한 목적의 성격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영양섭취를 통한 성장, 동물은 감각을 따르는 쾌락, 그리고 인간은 이성적 사유 활동을 통한 실천적인 삶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였는데요. 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하며 삽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성취할 때, 우리는 “훌륭하다. 좋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삶의 좋음에 대해 연령별로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삶의 목적은 개개인마다 너무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 속에서도 연령에 따라 구분이 되는 양상이 있습니다. 인간 생애를 유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로 구분한다고 할 때, 저는 오늘 노년기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재고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정책
박사과정 김지경
얼마 전 EBS 국제 다큐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리우 올림픽보다도 EIDF를 통해 세계 속 다양한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데요. ‘다큐로 보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8월 22일 막을 올린 ‘EDIF 2016’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 속 지구인들의 삶의 모습을 심층적으로 보여준 작품들을 소개하였고 28일 막을 내렸습니다. 전혀 다른 삶이라는 생각으로 영화 감상을 시작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낯설음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전하는 행복, 고통, 사랑, 고민, 꿈 등의 메시지들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이런 공감을 통해 벅찬 마음을 갖게 되었고, ‘삶은 그 자체로 철학이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53편의 영화 중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의 ‘내추럴 디스오더 Natural Disorder’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야코브 노셀은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을 간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그는 총명하지만 신체 움직임이 불편하고 말이 어눌합니다. 그런 그에게 27년의 삶은 전쟁 같았지요.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해 갖게 된 세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자전적인 연극을 기획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삶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야코브 노셀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동물도 함께 사는 세상!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박사과정 김지경
생명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자연스럽게 ‘약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 극빈층 등……. 연약한 존재의 생명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자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우리는 동물도 생명존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럽니다. ‘인간들 살기도 팍팍한데, 동물들까지 보살펴야 하는가.’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동물 보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인간을 무시하고 동물을 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쩌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더욱 크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받아야 합니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박애주의자가 아닌 합리주의자로서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읽기 “동물도 함께 사는 세상!”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정책 협동과정
박사 3학기 김지경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올해 초 통과었습니다. 요즈음 활발하게 진행되는 심포지엄이나 공청회에 가 보면, 이 법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환자의 자기결정’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곤 했습니다. 이는 생명윤리의 4원칙 중 하나인 자율성의 원칙과 관련이 있는 가치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제도화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을 보장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생명윤리학 관련 책이나 논문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환자의 의사결정이란 그의 가족의 생각과 지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웹툰으로 주목을 받고 얼마 전 완간본을 낸 만화책 『아만자』를 소개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