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사고 발생시 수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화여자법학전문대학원

6기 강현주

 의료과실은 피해자 측에 입증책임이 있기 때문에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 상 우리 판례가 그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주더라도 의료사고 관련소송은 승소하기에 까다롭습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하물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물에 대한 의료과실 입증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의료과실로 동물이 사망하였을 경우 소유주의 상실감에 비하여 터무니없는 배상을 받는 것에 그치거나, 오히려 동물병원으로부터 이미 사망한 동물의 치료비를 요구당하고 심한 경우 병원측으로부터 소유자가 업무방해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동물병원에 맡긴 동물이 병원 측의 과실로 사망하였다면 소유주는 어느 정도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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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민법상 유체물에 해당하므로(제98조)  그 가치의 산정기준에 따라 배상의 범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동물의 사망과 관련하여 재산적 손해는 ①치료비, ②동물 자체의 가격이 문제되고 이에 더하여 ③소유주의 정신적 손해가 이론상 문제됩니다.

그러나 ①치료비와 관련하여 동물병원 측의 채무의 성질은 ‘결과채무(結果債務)’가 아닌 ‘수단채무(手段債務)’이므로 동물의 치료를 맡긴 위임계약이 의도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기에 수의사측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소유주 측에서 수의사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비전문가로서는 그 입증이 어렵습니다. 나아가 입증에 성공하여 치료비를 물지 않더라도 소유자의 손해가 보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동물 자체의 가격과 ③정신적 손해의 배상의 산정이 문제됩니다.

②동물 자체의 가격을 배상하여 준다고 하더라도 소유주가 동물의 소유권 취득 당시에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므로 취득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힘듭니다. 또 소유주가 동물을 유상으로 취득하여 동물 자체의 가격이 배상이 되었다 하더라도 충분한 손해배상이 사회통념상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③소유주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의 현실화를 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동물 의료사고와 관련하여서는 소유주의 정신적 손해배상이 핵심이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는 개념의 내재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애완견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에 대해 미국 조지아(Georgia)주 대법원의 심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애견보호시설에 맡겼던 애견이 시설 측이 과실로 잘못된 약을 복용하게 하여 사망한 사건으로 원심에서 애견보호시설 측 변호인은 소유주가 애견을 무상으로 취득했던 점, 그 이후 애견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애완견의 가치를 0으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소유주 측은 애견이 현행법 상 재물이기는 하지만 시장가격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특별한 종류의 재물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습니다(BARKING HOUND VILLAGE, LLC et al. v. MONYAK et al.; and vice versa.). 애견의 가치를 다른 유체물과 같은 잣대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생명이라는 고유의 가치에 따라 특수한 가치 산정 방법을 택할 것인지 조지아주 대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집니다.

 

동물의료사고 발생시 수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1개의 생각

  1.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우리 법원은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특별손해로서 허용되지 아니하나, 재산상 손해의 배상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 경우라고 인정된다면 그 물적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 (94다25551)”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애완견을 다치게 한 경우라면 특별손해를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수의사의 경우에는 주인이 비용을 들여 치료를 받게 할 정도로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의료사고시 특별손해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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