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와 누구나 건강한 식재료에 접근할 권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6기 강현주

1.동물복지란 무엇인가

동물복지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에게까지 무슨 복지를 이야기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난 포스팅(도심생태계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꿈꾸며)에서 동물보호와 사람의 권리 보장이 상호보완관계에 있음을 다룬 바 있습니다. 즉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사람보다도 동물을 우선시하는 것이라 오해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복지는 동물의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한 환경조건을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동물에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덜한 환경을 제공하여 더 품질좋은 산물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을 해치듯이 동물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2.양계산업에서의 동물복지

 

동물복지와 관련한 일례로 양계산업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계장의 닭을 사육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케이지 사육, 평사 사육, 자연방사 사육이 그것입니다. 케이지 사육은 가장 열악한 환경으로 철창을 쌓아올린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을 의미하고, 평사 사육은 건물내부에서 닭을 키우는 것, 자연방사 사육은 야외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물복지차원에서 가장 지탄받는 사육방식은 케이지 사육방식입니다.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평생 알을 낳게 하다가 폐사시키는 형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로의 몸을 쪼는 닭의 습성을 막고자 철저하게 부리까지 잘라서 닭을 사육합니다. 24시간 알을 낳게 해야 하므로 인위적으로 조명과 온도를 조절하며 빠른 성장을 위해 항생제 및 성장촉진제까지 투여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달걀이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닭에게 투여된 성장촉진제가 이러한 달걀을 섭취한 청소년들에게 성조숙증을 야기하기도 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사육방식에 대한 선택은 각 농가의 자유이지만 성장촉진제나 항생제의 사용 금지 등 양계방식에 있어 최소한의 하한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동물복지의 보장이 반드시 가격상승을 낳는가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주요단백질공급원인 달걀 가격의 상승을 낳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닭에게 ‘원래의 본능대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해주는 차원의 동물복지가 달걀의 안정적인 가격유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식료품 가격의 문제는 생산방식보다 유통과정에서의 거품이 더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마트에서 살펴보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달걀과 일반 방식으로 사육되었지만 이미지메이킹을 한 달걀의 가격은 두 종류 모두 400원대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유기농을 표방하는 달걀들도 이른바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할 뿐 실질적으로 그 사육환경을 보면 기존 케이지 방식과 동일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트에 있는 ‘목초를 먹인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이라는 문구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닭의 그림이 그려진 달걀포장박스를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달걀이 동물복지에 충실한 자연방사 방식으로 건강하게 사육된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목초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풀(草)이 아니라 목초액(나무를 숯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액체)을 닭이 먹는 사료에 첨가한 것일 뿐, 기존의 케이지 방식과 동일하게 사육하여 얻은 달걀입니다. 이러한 제품을 유기농 이미지화(化)하여 동물복지인증마크를 받은 제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파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강한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가격과 품질 고려 후 어떤 방식에서 키워진 달걀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영역이지만, 제대로 된 정확한 정보가 미리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 전제조건입니다. 마치 담배갑에 폐암 경고문구가 필수적으로 부착되는 것처럼 달걀에도 어떠한 조건하에서 닭이 사육되었는지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동물복지를 통한 건강한 식재료의 평등한 공급

즉 결론적으로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사육방식에 대한 선택권은 각 농가의 몫이지만 사육방식의 하한선 규제 및 가이드라인제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어야 합니다. 동물복지관점에 부합하는 사육방식의 하한선이 보장된다면 설사 케이지방식으로 생산된다 하더라도 성장촉진제로 말미암은 성조숙증과 같이 소비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는 최소한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물복지기준의 보편적 보급이 누구나 건강한 식재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여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되, 그 선택권을 하한기준을 준수한 안전범위 내에서 보장하기 위하여 동물복지개념이 필요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키워진 닭의 계란의 선택여부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성장촉진제를 맞은 닭의 계란은 최소한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으로써 ‘동물복지를 통한 건강한 식재료의 평등한 공급’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면, ‘동물복지’를 달성함과 동시에 ‘국민 보건권’도 보장될 것입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가 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동물보호는 단순히 인간이 동물에게 베푸는 시혜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복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사람의 복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양계장의 닭들에게 본디 닭의 습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보다 건강하게 해줄 것입니다.

동물복지와 누구나 건강한 식재료에 접근할 권리”에 대한 3개의 생각

  1. “케이지 사육방식”이 무엇인지는 최근 Food Inc.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닭의 공격성을 줄이기 위하여 빛까지 차단한 어두운 닭장의 모습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국한된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닭 사육의 대부분은 농가가 거대 축산기업들의 하청을 받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직관적으로 머리에 떠올리는 “농가”의 모습이 점점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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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 자(2015.10.1.)연합뉴스에 몇몇 시민단체에서 자연방사를 암시하는 포장지로 케이지방식으로 생산된 달걀을 비싸게 팔았다는 사유로 일부대기업을 허위 과장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뉴스가 실렸는데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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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식재료로 사용되는 동물과 애완용으로 사용되는 동물 사이에 동물 복지의 개념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이 글을 통하여 동물의 복지에 대한 이해가 되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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