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대하여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뇌사자의 장기 이식을 합법화 한 지 어언 20년이 경과하였고, 2010년 이후로는 장기이식률이 기존 대비 약 여섯 배 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0년에 관련 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물론, 망자 자신이 사전에 장기기증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장기 기증에 가족이 동의한 경우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장기기증자의 풀이 확대된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는 아직도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더욱 더 확산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평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이란 자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손상 내지 훼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기증자에 대한 유무형의 충분한 예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장기기증자는 익명으로 장기를 기증하게 되고, 때문에 장기기증을 주관하는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예우 외에 별다른 예우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2017-05-18-09-15-26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정비 요구는 비록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장기 기증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하기는 시기상조이고, 장기기증 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는 있지만 정작 기증자 유족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장기 기증 후 수습과 이송까지 직접 부담해야하는 현실을 반영한 얼마 전 SBS 뉴스 보도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방증일 것입니다. 이 보도의 주인공인 허 모 씨는 몇 달 전 갑작스레 사망한 아들을 기리며 장기 기증을 결심하였으나, 장기 적출 이후의 시신 수습 및 장례식장 이송도 가족 몫이었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증언입니다.

 

현재 장기이식 업무를 하는 병원들은 굳이 공공기관인 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도 이식시술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기증 유족에 대한 지원은 장기조직기증원이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백으로 인해 충분한 예우를 받지 못하는 유족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선 SBS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기를 기증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인 무려 63%의 유족이 전문인력의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하루 수백 통씩 장기기증 서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오고, 지난 해 장기기증자(573명)의 두 배 가까운 약 1000여 명이 장기기증 의사를 없던 것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증 제도의 정비, 그 중에서도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제도에 대한 정비가 가장 시급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장기기증자에게는 어떠한 예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까요?

지난 2008년 세계이식학회와 세계신장학회는 공동으로 ‘장기매매 및 해외 원정 이식에 관한 이스탄불 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스탄불 선언은 장기기증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대가성으로 보여질 수 있어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기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의 위로금이 장기기증자의 장기 제공에 대한 일종의 금전적 대가 지급으로 오인될 수 있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이스탄불 선언은 지난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인간 세포, 조직 및 장기이식에 관한 WHO 지침’으로 반영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공공조직은행(이하 조직은행)의 전신인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의 상임이사가 직원 교육 중 인체 조직 채취를 ‘도축’에 비교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사람의 장기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며 대상화하지 못하도록, 장기기증자에 대한 금전 예우를 막으려고 하는 이스탄불 선언의 취지가 무색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현재 장기이식 업무를 하는 병원들은 굳이 공공기관인 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도 이식시술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기증 유족에 대한 지원은 장기조직기증원이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백으로 인해 충분한 예우를 받지 못하는 유족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선 SBS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기를 기증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인 무려 63%의 유족이 전문인력의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분간만이라도 장기기증 업무는 공공기관의 관리 하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하고 공공기관을 통해 기증자들에 대한 예우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이 어렵다면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는 병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병원이 공공기관의 관리 감독 하에서 장기기증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공공기관과 협약을 맺지 않으면 장기기증 업무를 할 수 없게 만든다면 장기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며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로의 원활한 이식수술이 다소 늦어질 우려도 있고,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공기관 자체가 장기기증 업무에 관한 고도의 윤리성을 가줓지 못한 경우에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약 63%의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장기기증 업무를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하고, 대신 장기기증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 강화와 윤리교육 강화를 하는 것이 급한 대로 동원하여 볼 수 있는 약(藥) 아닐까요?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기증자에 대한 예우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고 나면 그 때 비로소 병원들에게 일정 정도의 자율권을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부가 전적인 관리가 부족한 현재대로라면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인식이 점점 사라지고 장기기증을 쉽게 결심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까 우려스러운 마음입니다.

 

김현정. (2017). 장기기증 장려 메시지에 대한 심리적 저항. 언론과학연구, 17(1), 5-27.

김병철. (2011). 장기기증 보도가 장기기증 등록 행위에 미치는 효과. 한국언론학보, 55(6), 206-226.

김예진, 이명남. (2011). 병원간호사의 간호윤리 가치관 및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태도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1(10), 312-323.

박정호. (2011). 사후(死後) 장기기증. 한국사회학, 45(2), 203-231.

강치영. (2012). 장기기증의 사회적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 한국지방정부학회 학술대회자료집, , 237-255.

 

한국공공조직은행 홈페이지 기관소개(http://kptb.kr/subpage_0102.asp)

2017년 10월 31자 머니투데이 [공공조직은행’ 비리 문제 심각… “인체조직 채취 도축에 비교], 김나현 기자, http://m.moneys.mt.co.kr/view.html?no=2017103108418024859&VNN#

재단법인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공식홈페이지 해외언론동향 [일본에서 장기 기증 및 장기 이식은 여전히 장애가 있음(10월 31일)]http://www.nibp.kr/xe/news2/93400

2017년 10월 9일자 SBS 뉴스 전병남 기자 [“이 꼴 보자고 아들 시신을”…후회만 남긴 장기기증]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27014&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2017년 10월 21자 조선일보 [(Why섹션) “아들 시신 뒤처리하라니… 이 꼴 보려고 장기기증 했나”],

유소연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0/2017102002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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